[불금호러 No.57] 인도네시아 호러의 대표주자 - 사탄의 숭배자
사탄의 숭배자 - Satan's Slaves (2017)
인도네시아 호러의 대표주자
조코 안와르 감독의 <사탄의 숭배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초대박을 치면서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입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호러 영화가 뭐냐는 질문의 답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요.
이야기는 1981년 자카르타 외곽의 한 가족에게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한때 유명 가수였던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와 네 자녀가 남겨집니다. 문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안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죽은 자가 나타나 가족들을 괴롭힌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숨겨진 가족의 과거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면서,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사탄의 숭배자>는 1980년에 만들어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안와르 감독은 원작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을 시도합니다. 특히 원작의 경우 가족과 악령들을 단순하게 묘사했는데, 리메이크는 캐릭터의 백스토리를 부여하면서 가족애와 사회 문제 등 풍성한 서사를 더합니다. 또한 종교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원작과 달리, 종교적 힘이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영상도 큰 차별점입니다.
영화는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를 은유적으로 다루며, 과거의 죄가 현재에 미치는 상황을 미스터리한 호러 장르로 풀어나갑니다. 종교와 미신의 대비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의 신념 체계를 다루면서, 개인의 선택과 운명의 관계를 짚어나가고 있죠. 이 과정에서 안와르 감독은 전통과 현대성의 충돌,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가족의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룹니다.
<사탄의 숭배자>의 매력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안와르 감독은 심령 호러 특유의 전통적인 점프 스케어와 함께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잘 조성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 나갑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민간신앙과 이슬람 문화를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이색적입니다. 물론 특정 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런 요소들이 가진 깊이를 음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촬영, 음향, 특수효과 등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의 질감과 색감이 매력적이며, 집안 내 상황 묘사들, 어두운 구석과 복도, 실내에 있는 우물, 나무 계단과 같은 공간의 쓰임새가 좋은 편입니다. 특히 마룻바닥과 문의 삐걱거리는 소리 등 일상적 음향 효과가 기능적으로 잘 쓰이고 있죠. 각 장면의 리듬감과 타이밍을 적절히 조절하는 조코 안와르 감독의 세심함도 돋보이고요.
아쉬운 점은 중반까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급작스럽게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다소 복잡한 설정과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치고 나가는 전개가 되다보니 ‘뭐지?’ 싶은 장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죽은 자들에게 시달리며 밤을 보냈는데,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노래하며 해맑은 가족들의 변화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더군요.
<사탄의 숭배자>은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서구 장르팬들도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문화적 토양의 이야기와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에 후한 점수를 주더군요. 한국 호러 팬들이 보기엔 상대적으로 느린 호흡의 이야기와 반복적인 상황들, 클리셰적인 귀신의 분장으로 크게 어필하기는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의 숭배자>는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의 수준과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표주자인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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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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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거고.
이상하게 인도나 인도네시아 호러는 저랑 맞지가 않더라고요. 아마존 프라임에 꽤 많은 인도나 이 부근 호러가 올라와 있어요. 그것도 다른 이들이 보셨으면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