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정년이, 잘못 만들어진 주연 캐릭터 또는 연출
정년이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국극과 창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고 한(恨)이라는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잘 표현해 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년이 캐릭터가 12화라는 드라마치곤 다소 짧은 호흡안에서 설득력을 갖기에는 너무 미흡하게 연출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주는 정년이는 순정만화보다는 소년만화에 나오는 열혈바보 캐릭터와 같이 묘사됩니다.
일단 들이밀어보고 안되면 다른 방향으로라도 들이밀어 결국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그런 캐릭터인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목표만을 보는 성난 황소같은 성향을 가졌죠.
근데 이 성향이 좋은 방향이 아닌 나쁜 방향으로 너무 묘사되는 바람에 정년이 캐릭터가 갖는 장점이 대부분 희석되어 민폐 캐릭터로만 기억되더군요.
서울로 상경해 매란국극단에 입단하고 주란과 우정을 쌓으며 벌이는 사건사고야 그럴수도 있지..라는 범주에서 해석될 수 있으나 뒤로 갈수록 벌이는 민폐의 수준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죠.
후반부 동굴에서의 독공으로 스스로 혹사해 목이 망가지고 다른 이들의 조언과 만류에도 나는 그렇지 않을거라는 자만심까지...그나마 나은 설정은 스불재라는 것을 알고 다른 이들에게 그 힘듦을 전가하지 않았다는 점, 혜랑에게 마저 일침을 가해 정신차리는데 일조하게 했던 점이었달까요?
쌍탑전설은 다른 분이 언급하셨듯 지나치게 아마데우스의 설정을 가져온 느낌이어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다소 궁금해집니다.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각색한 것인지 어떤 이야기인지에 대해...이야기 자체는 원전이 있는 전설이지만(현진건 소설 무영탑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쌍탑전설과 같지는 않다고 하네요) 달비와 천재 아사달의 이야기는...실질적으로는 허영서와 정년이 이야기를 압축해놓은 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 중 가장 빛났던 캐릭터는 다름아닌 허영서.
천재 기믹에 온갖 민폐 열혈바보 주인공인 정년이에 대비해 자체적인 비극적인 서사도 그렇고 점점 발전하는 캐릭터로서의 이미지도 허영서가 완벽하게 가져갔습니다.
특히 쌍탑전설에서 아사달의 연기는 허영서의 해석이 저한테는 더 돋보이더군요(정년이가 극중 연기와 동일하게 오디션을 봤다는 전제하에)
아직 더블캐스팅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지만 쌍탑전설을 드라마의 마지막으로 하지 않고 좀 더 늘려서 투톱 주인공으로 해서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상태로 극이 마무리됐다면 더 극적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실질적으로 12화가 너무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는 것도 매우 아쉬웠습니다.
정년이가 독공에 몰두하게 된 것도 사실은 주란과 영서의 케미가 돋보이면서 주란과 멀어지고 영서의 실력도 일취월장하는데 자신은 받쳐줄 사람이 없어 초조해졌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는 설정이지만 진행 상 그렇게 해석된다는 것이지 그 부분이 확실하게 인식되게끔 연출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물의 연기가 생동감있게 잘 표현되고 국악, 창, 판소리와 한이라는 느낌을 잘 살려낸 훌륭한 드라마이지만 주연 정년이 메이킹의 실패로 라이벌이자 2인자, 정년이를 받쳐줬어야 할 허영서만 기억에 남는 것과 12화의 몰아치는 허술한 전개, 갑자기 뚝 떨어진 결말까지...꼭 이 얘기를 12화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가뒀어야 했나? 싶은 아쉬움이 매우 큰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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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설정 자체가 극 진행에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제거한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이어진 얘기도 너무 급하게 전개됐다는 느낌이 컸는데 퀴어 설정까지 가져오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좀 더 여유있는 각색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운 드라마였어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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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든드라마
태리를 좋아하지만 소재가 정말 1도 관심이 안가서 보지는 않았네요. 태리 정도의 인지도면 다른 좋은 소재와 설정도 많았을텐데 화제를 일으키기엔 너무 낯설고 진입장벽이 있어서 좀 아쉬웠네요. 차기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