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리뷰 (스포)
감독: 잭 스나이더
개봉 연도: 2016년
러닝타임: 2시간 31분 (얼티밋 에디션 3시간 3분)
연령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얼티밋 에디션 15세 관람가)
일단 오프닝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습니다.
사실 오프닝 장면뿐만 아니라 초중반은 개인적으로 꽤 볼 만했습니다. 일단 시각적 연출은 정말 좋았습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에 대한 빌드업이 (좀 길긴 했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욕 먹을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 것은 중후반부터였습니다.
일단 영화의 제목이 '배트맨 대 슈퍼맨'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이유 자체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보기 위해서인데, 이 영화는 그것 말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둘이 싸우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배트맨이 범죄자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모습을 담아야 하고, 슈퍼맨 때문에 민간인들이 인명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고, 원더우먼도 등장시키고, 히어로들을 단합시키기 위해 조드를 부활시키고, 그 와중에 후속작들을 위한 저스티스 리그 떡밥들도 뿌리고 싶고... 너무 많은 요소들이 난잡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렉스 루터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왜 싸움 붙이려 하며, 그들에 대해 아는 건 또 왜 이리 많고, 굳이 조드 장군을 부활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되는 부분이 사실상 없습니다. 로빈은 어쩌다가 사망했는지, 불살을 모토로 삼는 배트맨이 왜 가차없이 사람을 죽여대는지도 의문이 들고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배트맨 대 슈퍼맨' 대결도 "그런데 둘이 왜 싸우는 거지?"라는 단순한 질문에 가로막혀 제대로 대답하지를 못하니 싸움에 몰입할 수가 없습니다. 그마저도 둘의 어머니 이름이 (마사 웨인, 마사 켄트) 같다는 이유로 대결은 싱겁게 끝나버립니다. '느금마사'라는 드립이 생길 정도면 말 다했습니다.
이 영화는 너무 무리했습니다. <어벤져스> 1편을 생각해 보면 이전에 다른 히어로들의 단독 영화들이 먼저 개봉하면서 각 캐릭터들에게 서사가 부여되었고, 이렇게 차근차근 만든 세계관을 바탕으로 히어로들을 한곳에 모으면서 완성도 높은 팀업 무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이전에 개봉한 DC 확장 유니버스의 영화는 <맨 오브 스틸> 단 한 편이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이언맨> 1편 만들고 바로 <어벤져스>(또는 시빌 워)를 내놓은 격입니다. 아무런 빌드업 없이 온갖 것들을 무리하게 쑤셔 넣으며 무리하게 세계관을 확장시키다 보니 영화가 완전히 어질러진 것입니다.
떡밥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미 성급한 세계관 확장으로 영화가 난잡해진 와중에 갑자기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떡밥들까지 잔뜩 뿌리다 보니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거나 기대되기는커녕 그냥 영화를 더욱 산만하게 만드는 데만 일조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을 다루는 영화가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서 엉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렉스 루터가 슈퍼맨의 어머니를 납치한 뒤 배트맨을 죽일 것을 명령하고(그런데 왜?) 슈퍼맨이 배트맨을 찾아가자 배트맨은 기다렸다는 듯이 죽일 각오로 싸움에 임합니다. 그러다 슈퍼맨이 '마사'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배트맨은 멘붕이 오고, 어머니 이름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갑자기 슈퍼맨의 동료가 됩니다. 그동안 렉스 루터는 조드 장군을 '둠스데이'라는 이름의 괴물로 부활시키고, 둠스데이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은 힘을 합쳐 둠스데이에 맞서 싸우지만 역부족입니다. 미군은 둠스데이를 죽인답시고 핵폭탄을 쏘고(???), 슈퍼맨은 배트맨이 만든 크립토나이트 창을 이용해 둠스데이를 죽이고 자신도 희생하고, 렉스 루터는 체포되어 대머리가 된 상태로 댕댕댕거리며 노래를 부르고(그냥 웃깁니다), 클라크(슈퍼맨)의 장례식에서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 결성을 결심하고, 클라크의 관에 흩뿌려진 흙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슈퍼맨의 부활을 암시하며... 어휴, 뭐가 이렇게 많아... 어쨌든 이렇게 영화가 끝납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의 연출 때문인지 영상미랑 액션은 좋아서 한 장면 한 장면 끊어서 보면 굉장히 잘 만든 명장면들입니다. 문제는 이게 2시간 반짜리 영화 한 편에 어수선하게 욱여 넣어졌다는 것이죠. 사실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고, 완전히 망작 소리 들을 정도의 영화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라는 소재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해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이죠. 어쨌든 개연성 문제와 별개로 볼거리는 많아서, <맨 오브 스틸>보다 못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좀 더 재밌게 봤습니다.
★★★
잭 스나이더는 극성 팬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던데,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토리가 이상한 것만 빼면 팬이 안 생기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삐
추천인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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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문은 처참 합니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수퍼맨 시리즈는 수퍼맨을 지구인들의 다정한 친구로 묘사하고 있었지만,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에서는 수퍼맨을 외계에서 온 이방인으로 묘사하고 있었죠.
강대한 힘을 가진 낯선 외계인인 수퍼맨이 지구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첫 영화로 만들고,
그 다음에 조드 장군과 크립톤의 생존자들과 펼치는 드래곤볼 액션을 두 번째 영화로 만든 후,
세 번째 영화에서 배트맨을 통하여 수퍼맨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을 묘사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좀 제대로 된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정말 좋았습니다..스타일은 좋은데…
“레벨 문”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