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ony and the Ecstasy (1965) 미켈란젤로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애증의 관계. 스포일러 있음.
원작도 아주 울륭한 극본이었음이 분명하다. 연극적인 구성과 개성적인 두 거인들의 충돌,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심오한 주제에 대한 치밀하고 상징적인 구축 등이 훌륭하다.
찰톤 헤스톤 그리고 렉스 해리슨의 두 대배우들이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든다.
걸작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권모술수로 엄청난 강적들을 한순간에 몰락시키며,
출중한 군재로 교황권을 확장시키는 무서운 영웅 율리우스 2세.
하지만 그에게 욕을 하고 소리치고 들이받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미켈란젤로다.
율리우스 2세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냉혹 무섭게 대해도,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는 그냥 참고 넘긴다.
오히려 미켈란젤로의 말을 오냐 오냐 받아넘기면서
자꾸 일을 맡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을 들이받다가 못해
일을 안한다고 도망가 버린다.
율리우스 2세는 감히 그에게 명령 불복종을 한 미켈란젤로를
처벌하기는 커녕 오히려 어르고 달래며 일을 맡긴다.
세속의 권력을 상징하는 교황과 영원한 예술의 세계를 상징하는 미켈란젤로의 대립을 통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탐구한다.
교황은 미켈란젤로의 반항을 받아주는 대신, 그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맡긴다.
그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화가는 거의 해 본 적 없는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를 맡긴다.
조각보다 그림은 열등하다 하고 으스대며 다니던 미켈란젤로는 졸지에
운동장만한 천장에 그림을 가득 그려넣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원래 천사들을 그려넣으라 명령을 받았는데, 미켈란젤로는
뭐 어떡해야 좋을 지 아이디어가 전혀 안떠올라서 술집에 쳐박혀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술집을 나서던 중, 하늘을 떠가던 거대한 구름을 본다.
그 구름은 신의 모습을 닮았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을 설득해서 예정에도 없던 천지창조 그림을
그리겠다고 한다. 교황은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 "그거 그럴 듯한데?" -> "흠, 흥미있군. 한번 해 봐." 이렇게 된다.
영화 대부분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내용을 다룬다.
그 동안, 교황은 교황권을 확대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 수행한다.
교황은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영원이라는 것에 대해 별 공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고, 그 때를 틈 타 적들이 진격해오게 된다.
교황도 반쯤 포기상태가 된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교황이 앓아누운 방에 쳐들어가서 그를 북돋아주는 말을 해준다.
교황은 병을 떨치고 일어나 적들을 물리친다. 하지만, 이제 몸은 쇠약해지고 기력이 없는 신세가 된다.
미켈란젤로는 마침내 그림을 완성시킨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혼자 엿보고, 그 속에서 영원이라고 하는 것을 손에 만지게 된다.
세속의 권력을 상징하는 교황은 예술을 통해서 영원의 경지를 엿보게 된다. 이 장면이 감동적이다.
"거 말이야.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내 무덤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호화롭게 말이야. 미켈란젤로, 네가 그 거대한 무덤에다가 걸작 조각품들을 채워넣어라,"
"헉!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내가 널 얼마나 봐주고 있는데, 배은망덕하게 굴어?"
"정 그렇다면 돈을 더 주십시오."
"안돼. 돈은 더 못줘."
그렇게 툭탁거리며 그들은 사라진다.
원래 역사적 사실도 재미있고, 미켈란젤로와 율리우스 2세 간 툭탁거리는 대립도 역사적 사실 그대로다.
미켈란젤로를 이해해주고 그가 예술의 세계에서 정진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율리우스 2세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전쟁 중에 포탄이 날아오는데도, 미켈란젤로는 자기 아이디어를 교황에게 말하고 싶어
포탄과 총알을 뚫고 달려온다.
교황은 전쟁터에 찾아온 미켈란젤로가 어이 없어서 헛웃음만 짓다가,
그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전쟁도 잊고 그와 천장화에 대해 토론한다. 둘 다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힘을 합쳐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완성시킨다.
예술에 대해 다룬 영화들 중, 그리고 전기영화들 중 탁월한 영화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장면을
진짜 바티칸에 가서 실제 장소에서 찍은 듯하다. 이런 장관, 아무데서나 날이면 날마다 보는 것이 아니다.
찰톤 헤스톤 필생의 연기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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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인 어빙 스톤도 저명한 작가였죠
예전에 그가 쓴 프로이트 전기를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 한번 꼭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