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음시네마에서 다시 본 '바빌론' 후기(약스포)
감상 일자 : 2024.9.7
감상 환경 : 롯데시네마 홍대, 광음시네마관
감상 회차 : 3차 감상
1. 정확히 일주일 전 같은 상영관(롯시홍대 광음시네마)에서 '라라랜드'를 보고 이 날엔 개인적으로 '다크 사이드 오브 라라랜드'라 부르는 이 영화 '바빌론'을 감상. 대중적 팬층이 많아 허구헌날 재개봉하는 '라라랜드'와 달리 재개봉이 쉽지 않은 영화라 생각했는데 광음시네마에서 기획상영으로 틀어줘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2. 매우 훌륭한 음악들이 가득한 영화이자, 헐리웃 초창기 영화 시장에 관한 애증과 영화라는 매체를 향한 애정이 가득한 드라마이자, 나름 애틋한 청춘 로맨스물.
3. '라라랜드'에서 엿보인, 예술 분야에서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파느냐 당대의 트렌드를 추구하느냐의 고민과 이 영화 '바빌론' 속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환경 변화와 같은 매체 격변기에 어떤 식으로 적응할 것이냐는 인류가 예술을 영위하는 한 계속해서 따라다닐 거란 생각. 나올 거 다 나오지 않았나 싶으면 마이스페이스에 이어 사운드클라우드가 유행하고 유튜브의 개인영상 시대에 이어 곧 틱톡이 숏폼 트렌드를 만들어 버리는. 영화관이라는 매체 또한 OTT의 도전과 코로나시대를 맞아 큰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국내외로(변곡점의 순간 장판파의 장비 역을 맡은 매버릭과 서울의 봄에게 무한 감사) 수작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큼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
4. '한물갔다'는 말은 사전적으로 한창 때가 지나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의미. 이걸 사람에게 적용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 되게 잔인하단 생각. 대중매체를 포함한 예술계에서 흔히 쓰는 '창작의 샘이 말랐다'는 표현과 의미상 크게 다를 바 없긴 하나 어감이 크게 다르니.
5.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나오기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웃'과 연계 지어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헐리웃에서 한물 갔다고 평가 받던 두 인물 닉 달튼(디카프리오)과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의 상반된 선택이 눈에 띈다. 최고의 시장에서 수요의 소진으로 자신의 쓰임이 다했음을 인정하느냐, 최고가 아닐지언정 새로운 시장에서의 수요를 찾아 도전하느냐인데 어쨌든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자들의 선택이기에 어떤 방향이든 수긍하고 인정하게 되는. 닉 달튼에게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라는 동반자가 있었으니 잭 콘래드도 누군가 함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인지 안타까움인지가 들긴 하지만.
6. 평론가들의 열등감에 관한 생각도 잠시. 해당 분야의 직접 종사자라기보다 유사 종사자에 가깝기도 하고 창작자라기보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재생산하는, 거칠게 말하면 기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에 지닐 수 있는 그 어떤.
덧. 사막의 뱀 시퀀스와 LA의 똥꾸녕 시퀀스를 걷어냈다면 런닝타임도 절약되고 영화가 좀 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개봉 당시에도 들었고 이번에 재감상하면서도 들었다. 나름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다소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해당 부분들을 들어내는 상업적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아쉬워서 하는 소리. 알려져 있다시피 상업적으론 워낙 실패한 영화라.
요건 광음시네마 특별회차 상영 때에만 주는 굿즈입니다.(지난 주말 비긴어게인까지 2개 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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