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년 코난 (1978) 미야자키 하야오 최고의 작품. 스포일러 있음.
미래소년 코난을 다시 보면서 놀라게 되었다.
젊디 젊은 37세 미야자키 하야오의 패기와 열정을 볼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처음으로 단독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누구나 처음 만드는 작품에 자기 모든것을
쏟아붓기 마련이다.
시리즈물이라서 13시간짜리다. 다른 극장판 에니메이션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들어있다.
유머, 뉘앙스, 자기 사소한 이야기 등 다 집어넣을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머러스하게 사소한 잡담을 하는 것까지 다 볼 수 있다. 이것이 재미있다.
어떻게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상상력이 엄청나다. 누구 말마따나,
그저 압도될 뿐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또 있을까?
이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화려하게 요약한 것이 천공의 성 라퓨타다. 등장인물 캐릭터 사건 다 똑같다.
100점짜리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을, 팔 다리 다 자른 다음, 몸통만 남은 것에 화장해서 내보낸 것이 천공의 성 라퓨타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여주인공 라나가 마치 갓난아이가 그러듯 쭈그리고 앉아서 엉덩이를 하늘로 올리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떠오르는 우주선 밑바닥을 보느라고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판들 어디에 나오기나 하는가? 자연스럽다. 주인공이 멋지고 아름다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주인공 라나의 얼굴을 그린 원화가가 라나의 얼굴을 못생기게 그렸다고 화냈다고 한다. 선남선녀만 등장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미래소년 코난은
훨씬 더 현실적이다. 라퓨타에서는 남녀주인공들이 손만 맞잡는 건전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코난과 라나는 뽀뽀도 하고 서로 껴안고 애정행각을 다한다. 라나가 옷을 갈아입는데, 코난이 엿보려고 지붕에 올라가는 장면도 있다. 케릭터 묘사가 훨씬 더 자연스럽다. 사실, 여러 모험들을 함께 겪으면서 죽을 고비도 함께 넘기는데,
애정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곳에서 자라난 코난이
예절이나 규범을 지키겠는가? 훨씬 더 욕망에 충실하겠지. 무서운 위기를 함께 넘기면서 하루 24시간 붙어있는데, 성숙한 소녀 라나가 어떻게 행동할까? 이게 맞는 거다.
미래도시 인더스트리아와 미래소년 코난의 고향 홀로 남은 섬 그리고 자연 속의 섬 하이하바를 오가는
아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런닝타임이 길다 보니까, 이 섬들 속에서 일상생활을 아주 상세하게 그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동감 넘치게 나오고, 그들은 일상을 살다가 실수도 하고 좋은 일도 하고 하면서
사회를 이룬다. 사회를 구축해낸다. 러닝타임이 짧은 극장판으로는 이렇게 못한다.
미래소년 코난은 수퍼히어로다. 자기 크기만한 바위를 들어올리고, 심해에 잠수해서 물고기처럼
견디고, 작살을 던져 무슨 먼 데 있는 벌레 한 마리를 맞추고, 발가락힘이 대단해서
발가락으로만 날아가는 비행기 날개에 붙어 버틴다. 지붕 정도는 휙휙 날아오르고, 달리기는 바람 같다.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자연의 힘 그 자체다. 난폭하고 막을 수 없고 휘몰아친다.
인더스트리아에서 미래무기를 갖고 와서 덤벼봤자 상대가 안된다.
하지만, 코난은 자연의 순수함 그 자체다. 더러움이라고는 없다. 미래소년 코난 주변에는 비슷한 소년소녀가 모여든다.
텔레파시를 갖고 있으며 새들과 대화하는 소녀 라나, 그리고 무서운 활솜씨를 갖고 있으며
힘과 스피드는 코난에 필적하는 소년 지무시. 셋이서 무서운 과학도시 인더스트리아와 맞짱뜨는 이야기다.
과학도시 인더스트리아가 아무리 무서워도 자연의 원초적인 힘을 어떻게 이기는가?
객관적으로 보면 피 튀기는 싸움이지만, 애니메이션 상으로는, 코난과 지무시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툭 툭 튀면서 적들을 무찌른다. 너무 쉽고 유머러스해서 그냥 장난치는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싸움 자체만 보면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것이다. 냉혹함과 잔인 그리고 아동적인 순수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장면들이다. 라퓨타에는 이런 풍부한 뉘앙스가 없다.
이 거대한 애니메이션은 처음과 끝이 수미일관이다. 처음 코난은 자기 고향 홀로 남은 섬을 떠나면서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나중에 코난은, 커다란 그룹의 사람들을 데리고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을을 이루고 공동체사회를 섬 안에 구축하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홀로 남은 섬은 이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자연 속에서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낙원이 될 것이다. 코난은 13시간의 모험을
거쳐서, 미래사회들을 위협하는 군사과학도시 인더스트리아를 파괴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이끌고 홀로 남은 섬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감동적이다.
하이하바에 정복하러 온 인더스트리아 군인들이 하이하바의 자연에 녹아드는 장면도 명장면이다.
밀밭에 밀이 넘실거리는데, 인더스트리아군인들이 하이하바에 와서 점령하고 밀을 빼앗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빵과 고기 그리고 스프를 먹어보니 인더스트리아의 그 맛없는 음식과 다르다. 땀흘려 밀 베기를 하고
마을사람들과 마음껏 잔치를 벌이는 것도 행복하다. 그들은 하이하바의 주민이 되기로 한다.
그들은 과학도시 인더스트리아에 갇혀서, 무엇이 인간에게 행복인지 지켜 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본 가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다.
IMDB 평점 8.8이라는 어마무시한 평점을 자랑한다.
추천인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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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 작화에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전한 요즘에도
이만한 오락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애니메이션을 찾기 힘들어요.
게다가 미래소년 코난이 우리나라에 처음 방영되던 당시에는
이만한 작품성을 갖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별로 없었습니다.
MBC에서 방영되었던 은하철도 999 정도는 돼야 어깨를 비빌 만했죠.
나중에는 MBC에서도 새로 더빙되어 방영되었고, 대원방송에서도 재더빙되었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KBS 더빙판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손정아 성우가 연기했던 코난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탁원재 성우가 연기한 다이스 선장의 구수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어요.
라나는 우리나라 더빙이 훨씬 낫습니다.
오리지널은 목소리 연령이 조금 높아서 어색하더라고요.
80년대 어른들도 열광했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