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행복의 나라' 감상평

감상 일시 : 2024.8.14(개봉일) 오전

감상 영화관 : CGV대학로 1관

1. 야만의 시절 군사독재 하의 군사재판과 현 시점 검찰독재 하의 선별적 수사/기소 및 답정너 재판들이 오버랩되며 계속해서 입안에 쓴맛이 돌았다. 어쩌다 2024년의 대한민국 법정이 1979년으로 회귀했나 하는 생각에.

2. 10.26 이후부터 12.12까지의 시점을 다룬데다 천만 흥행을 이룬 지 반년여밖에 안 된 화제작이어서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서울의 봄'의 전두환(전두광)에 비해 이 영화 속 전두환(전상두)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인 악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보다 미시적이고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야기를 다룬 만큼 영화의 진행과 메시지 전달에는 효율적이었단 생각. 뱀 같은 눈으로 그 비열함을 연기한 유재명 배우의 연기도 워낙 좋았고.

3. 예전에 김재규 평전 '바람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를 보며 느꼈던 박흥주 대령(극중 박태주)의 청렴함과 강직함을 꾹꾹 눌러담은 듯이 훌륭하게 연기한 이선균 배우의 연기에 박수를. 그를 변호하기 위해 객관적 사태 파악을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주관적 상황 파악 이후 수차례 분통을 터뜨린 뒤 법정에서 입체적 변호를 펼치는 변호사 역의 조정석 배우의 연기도 얼마 전에 본 파일럿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괜찮았고.

4. 결과가 정해진 싸움에서의 고군분투. 그 결과에 의해 선한 의도와 과정에서의 노력마저 폄훼 당하는.

5. 재판 절차의 정당성과 그 결과가 합당한가는 다른 문제다. 선거 절차의 정당성과 그 결과가 합당한지가 다른 문제이듯이. 결국 결과를 결정짓는 판단 주체가 제대로 된 판단력을 지녔는지가 관건인데, 그 주체가 권력을 추구하거나 권력 앞에 넙죽 엎드린다면 역설적이게도 절차가 불의를 정당화한다.

6. 아마 역사가 두렵지 않은 자들은 기록보다 망각의 힘을 더 믿는 것 같다.

덧. 영화 속 박태주 대령에겐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좋은 변호사가 있었지만 현실의 이선균 배우는 제대로 변호조차 해보지 못한 채 무리한 수사와 사실상의 인민재판을 견디지 못해 떠났다는 점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특히 그의 얼굴을 풀샷으로 잡은 씬에서는 스크린을 마주보기 미안한 맘이 들어 갑작스레 울컥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