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xan (1922) 공포영화의 고전. 중세 마녀사냥과 악마주의에 대한 영화. 스포일러 있음.
1922년이면 노스페라투가 나온 해이다. 공포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들 중 하나가 이 영화다.
지금 호러영화라고 해도 믿을 장면들이 무수히 나온다. 1922년 영화에 말이다.
노스페라투는 오늘날 표현주의영화로서, 오늘날 영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주 연극적인 데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영화역사상 최초의 걸작호러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금기도 깬다. 누드도 빈번히 나온다. 그 누드로 악마와 성행위를 암시하는 노골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당시 관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 형식 자체가 특이하다. 전문가가 나와서 고대인들이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설명한다.
과학 다큐멘터리같은 형식이다. 1920년대 판 그것이 알고 싶다 형식이다. 마녀사냥의 역사에 대해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그리고, 본론이 나온다. 요즘으로 치면, 재연배우가 나와서 중세 마녀사냥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재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고퀄이다. (진짜 다큐멘터리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충격을 줄까봐 이것은 교육용 다큐멘터리다 하고 둘러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라. 이것들이 100년 전 영상이다! 1920년대 사람들이 아연실색할만하다. 그런데, 이 영화 장면들의 특징이,
현대인이 바라보는 악마라기보다, 중세시대 사람들이 바라본 악마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호러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고색창연하면서도 리얼한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 댓가로 마법을 얻은 마녀들이 나온다.
영화의 중심소재는, 중세시대 악마로 몰린 어느 여인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고 그렇게 해서 마녀에 대한 광기 어린 증오가 마을사람들에게 번져가는 에피소드를
재연배우들이 재연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서, "사실은 마녀로 몰린 사람들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중세시대 무지의 희생자들이었다"하고 과학적인 설명으로 결론을 맺지만, 보여줄 것 다 보여준 다음에 후다닥 결론을 내리는 감이 있다.
결국 이 영화가 지금까지 기억되고 걸작으로 남는 이유는, 에너제틱하고 날 것 그대로 그려진
악마의 이미지들 그리고 중세시대 어느 여인의 사건이 마을 전체의 광기로 이어지는 그
사회적 메커니즘을 잘 묘사해낸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날뛰는 악마의 모습은 지금 보아도 섬찟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섬찟한 진짜 이유는,
이것이 중세시대 사람들의 무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지는 사람을 고문할 수도, 불태워 죽일 수도 있다.
추천인 4
댓글 9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004/4.jpg?20130317133415)
![profile image](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243/243.jpg?20150526221556)
![profile image](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871/066/092/92066871.jpg?20240326174755)
이미지들이 강렬하네요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