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약스포) <듄 2>: 아쉬움이 있지만 걸작임에는 분명하다

일인칭시점
10966 4 4

324892R9.jpg

 

<듄 2>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호칭에 걸맞는 플롯과 비주얼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러닝타임 내내 눈과 귀, 그리고 숨통을 조여오는 광활한 사막을 구현해낸 연출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은 단편 <다음 층>이나 <그을린 사랑>, <에너미> 등처럼 그로테스크한 연출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컨택트>로 시작해서 이젠 SF 연출에도 한층 무르익은 감각을 뽐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원작에선 하코넨과 황제가 속한 코리노 가문이 연대해 폴에게 필적할 만한 힘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선 원자탄이라는 설정 하나로 이 힘의 균형이 맥없이 무너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사다우카는 우주 전역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대 중 하나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선 샤이 훌루드에게 쫓겨 도망치거나 폴의 명령 한 마디에 숙청되는 들러리로 묘사되죠. 페이드 로타 역시 결투 몇 번으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캐릭터인데 외적인 잔혹함을 그려내는데 집중하다보니 하코넨의 후계자다운 통솔력이 다소 흐려진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폴이 리산 알 가입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다소 지난하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초중반부 전반을 구원자로서의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할애한 듯한 연출처럼 다가와서 후반부 전투 장면이나 적과의 갈등 구도가 다소 축약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령 폴이 프레멘과 전략을 짜면서 협공을 계획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묘사하는 장면에 충실하기보단 대폭격 장면 몇 개로 건너뛴 채 황제와 폴이 대면하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강했고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듄 2>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느 대서사시와 다르게 인간 내면의 갈등과 믿음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심도 있게 다뤄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권선징악을 부르짖지 않고 멸문지화를 당한 한 소년이 이방인의 지위에서 지도자의 지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대충 허투루 그려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쭉 보면서 느낀 건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정말 현실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종교적 신앙 혹은 믿음을 두고 갈등하는 종족이나 자원을 둘러싼 갈등 같은 것들 모두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요. 수십 년전 지금의 지구를 내다본 프랭크 허버트의 혜안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락영화의 관점에서도 정말 제 본분에 충실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대한 스케일에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촘촘하면서도 압도적인 아우라를 선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반드시 아이맥스로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코넨 가문이나 황제보다도 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고 느꼈는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더불어 이 영화 최고의 수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니 빌뇌브가 최근 3편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고 하는데, 2편에서 다소 축약되거나 생략된 갈등 구도나 팽팽한 힘의 균형이 3편에서 제대로 터뜨려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3편만 잘 마무리된다면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만한 명작 서사가 완성되리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 영화를 다 보신 분들 중 혹시 원작 속 이야기나 역사적 모티브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속 영상을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CnPCqaipKw?si=FHl9vAyppP7TQ_gz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와킨조커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개인적으로는 메시아냐 아니냐, 폴이 그것을 선택하냐 아니냐 갈등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거기서 호불호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 잘봤습니다.^^
12:52
24.02.29.
golgo
저도 이번 편에선 그런 존재적 갈등을 핵심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했습니다 :)
13:05
24.02.29.
3등
폴이 미래를 받아들이고 파란물을 마시는 이후부터는
압도적인 일반통행이였던거 같아요.
급전개라고 생각하시는분들도 많고 그만큼 시원했습니다.
14:57
24.02.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 [도뷔시]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1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09:43 400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7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09:31 1144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일 전00:09 6689
HOT '혹성탈출' 시리즈(2001-2017) 시네마 스코어 모음 2 카란 카란 54분 전18:38 266
HOT 디즈니, 2023년에 최악의 흥행 실패를 겪다 3 mcu_dc mcu_dc 1시간 전18:25 560
HOT 조지 밀러 감독, 1982년 Geo 잡지 커버 2 카란 카란 1시간 전18:13 327
HOT M.나이트 샤말란 감독 <트랩> 테스트 시사회 반응 공개 3 mcu_dc mcu_dc 1시간 전17:58 715
HOT <챌린저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2 오스틴무비 오스틴무비 2시간 전17:28 754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보고 나서 (스포 O) - 웨... 6 톰행크스 톰행크스 3시간 전15:58 536
HOT 주윤발의 첩혈속집 8 뚜바뚜바띠 3시간 전15:47 604
HOT [약스포]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2편을 기대하게 하네요 3 아이언하이드 아이언하이드 3시간 전15:33 393
HOT 경이로운 애니메이션 시네마 러빙 빈센트(2017) 3 Sonachine Sonachine 4시간 전15:24 383
HOT 극과극으로 나뉘지만 꽤나 좋았던 영화 2 Sonachine Sonachine 4시간 전15:16 760
HOT 천우희 보그, ‘에이트 쇼’ 2 NeoSun NeoSun 4시간 전14:54 773
HOT ‘혹성탈출 새로운시대’ 팬포스터들 2 NeoSun NeoSun 4시간 전14:41 330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시네마 스코어 2 카란 카란 5시간 전14:04 847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크린X 데모영상 1 NeoSun NeoSun 5시간 전13:37 642
HOT 악마와의 토크쇼 - 불친절하고 디테일한 드라마(스포 유) 2 Holidayinbrokendream 5시간 전13:35 1405
HOT 오타니 통역사 스캔들 드라마화, 제작은 라이언스게이트 TV 10 카란 카란 10시간 전09:05 1341
HOT 일론 머스크와 닮은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프록... 4 카란 카란 6시간 전13:26 802
HOT <데드풀과 울버린> 과거 캐릭터의 부활에는 ‘필연적’ ... 4 카란 카란 7시간 전12:18 767
HOT 악마와의 토크쇼를 보고<약스포> 2 라인하르트012 7시간 전12:09 687
1136084
image
e260 e260 31분 전19:01 118
1136083
image
e260 e260 31분 전19:01 116
1136082
normal
37분 전18:55 103
1136081
image
카란 카란 39분 전18:53 114
1136080
image
카란 카란 54분 전18:38 266
1136079
image
아바타처돌이 59분 전18:33 163
1136078
image
mcu_dc mcu_dc 1시간 전18:25 560
1136077
image
이상한놈 1시간 전18:24 196
1136076
normal
발바로사 1시간 전18:23 142
1136075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8:13 327
113607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8:03 218
1136073
image
mcu_dc mcu_dc 1시간 전17:58 715
1136072
normal
오스틴무비 오스틴무비 2시간 전17:28 754
1136071
image
망망이 2시간 전17:25 239
1136070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7:12 306
113606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7:01 364
1136068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3시간 전15:58 536
1136067
normal
뚜바뚜바띠 3시간 전15:47 604
1136066
image
아이언하이드 아이언하이드 3시간 전15:33 393
1136065
image
Sonachine Sonachine 4시간 전15:24 383
1136064
image
Sonachine Sonachine 4시간 전15:16 760
113606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4:54 773
113606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4:41 330
1136061
image
아몬드밀크 5시간 전14:05 772
1136060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4:04 847
1136059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4:03 407
1136058
image
샌드맨33 5시간 전13:42 190
1136057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3:37 642
1136056
image
Holidayinbrokendream 5시간 전13:35 1405
1136055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3:26 802
1136054
image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2:36 219
1136053
normal
미래영화감독 7시간 전12:24 575
1136052
image
카란 카란 7시간 전12:18 767
1136051
normal
라인하르트012 7시간 전12:09 687
113605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1:23 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