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듄 2>: 아쉬움이 있지만 걸작임에는 분명하다
<듄 2>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호칭에 걸맞는 플롯과 비주얼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러닝타임 내내 눈과 귀, 그리고 숨통을 조여오는 광활한 사막을 구현해낸 연출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은 단편 <다음 층>이나 <그을린 사랑>, <에너미> 등처럼 그로테스크한 연출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컨택트>로 시작해서 이젠 SF 연출에도 한층 무르익은 감각을 뽐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원작에선 하코넨과 황제가 속한 코리노 가문이 연대해 폴에게 필적할 만한 힘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선 원자탄이라는 설정 하나로 이 힘의 균형이 맥없이 무너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사다우카는 우주 전역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대 중 하나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선 샤이 훌루드에게 쫓겨 도망치거나 폴의 명령 한 마디에 숙청되는 들러리로 묘사되죠. 페이드 로타 역시 결투 몇 번으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캐릭터인데 외적인 잔혹함을 그려내는데 집중하다보니 하코넨의 후계자다운 통솔력이 다소 흐려진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폴이 리산 알 가입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다소 지난하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초중반부 전반을 구원자로서의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할애한 듯한 연출처럼 다가와서 후반부 전투 장면이나 적과의 갈등 구도가 다소 축약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령 폴이 프레멘과 전략을 짜면서 협공을 계획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묘사하는 장면에 충실하기보단 대폭격 장면 몇 개로 건너뛴 채 황제와 폴이 대면하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강했고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듄 2>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느 대서사시와 다르게 인간 내면의 갈등과 믿음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심도 있게 다뤄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권선징악을 부르짖지 않고 멸문지화를 당한 한 소년이 이방인의 지위에서 지도자의 지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대충 허투루 그려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쭉 보면서 느낀 건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정말 현실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종교적 신앙 혹은 믿음을 두고 갈등하는 종족이나 자원을 둘러싼 갈등 같은 것들 모두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요. 수십 년전 지금의 지구를 내다본 프랭크 허버트의 혜안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락영화의 관점에서도 정말 제 본분에 충실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대한 스케일에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촘촘하면서도 압도적인 아우라를 선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반드시 아이맥스로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코넨 가문이나 황제보다도 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고 느꼈는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더불어 이 영화 최고의 수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니 빌뇌브가 최근 3편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고 하는데, 2편에서 다소 축약되거나 생략된 갈등 구도나 팽팽한 힘의 균형이 3편에서 제대로 터뜨려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3편만 잘 마무리된다면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만한 명작 서사가 완성되리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 영화를 다 보신 분들 중 혹시 원작 속 이야기나 역사적 모티브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속 영상을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CnPCqaipKw?si=FHl9vAyppP7TQ_g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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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일반통행이였던거 같아요.
급전개라고 생각하시는분들도 많고 그만큼 시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