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미 없을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유 (스포)
안녕하세요 영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익무 회원님들 :)
오늘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미없는 누군가에겐 재미없을 수 있는
다섯가지 이유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동의하지만
어떤이에겐 별로인 이야기라고 생각 들 수 있는 지점들이 있는것 같네요
1. 태생적 찝찝함
결국 이 이야기는 약자들이 약자들끼리 공격하고 약자들끼리 죽이다가 끝을 맺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극한 상황에 몰리면 다 똑같고, 오히려 약자들이 더 악독해진다라고 읽힐 수 있는 지점들이 요소요소에 존재하여 저 같은 서민들은 불편해할 지점이 되겠네요
2. 스스로 파괴하는 게임의 룰
왜 이 난리가 되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지진인가요 화산폭발인가요 행성 충돌인가요. 영화는 이걸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것 같은데요, 저도 사실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황궁 아파트 빼면 살아 갈수 없다는 룰을 만들고 몰입시키니까요.
그런데 그 룰을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 수록 계속 깨버립니다. 바퀴벌레라고 불려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더니 나중에는 떼로 달려드는데 그들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더불어 황궁 아파트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 이 부분이 어떤 관객들에게는 허탈하고, 의아하게 다가옵니다. 게임의 룰이 무너지니깐 영화를 보고 나면 자잘한 의문점이 계속 생겨납니다. 한강물이 마를정도로 가물었는데 왜 아파트 옆에서 물은 왜 터진건가요. 전국에 편의점이 7만개가 넘게 있는데 그렇게 먹을 게 구하기가 어려웠나요.
3. 생존물과 종말물에서 갈팡질팡
말 장난 같기는 한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생존물과 종말물에서 갈팡질팡합니다. 관객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희망을 찾는 생존물을 보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너무 어두침침한 종말물로 바닥까지 가버리니깐 재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존을 했는데 또 다른 종말이 있었다'라는 메세지를 하고 싶었다면, 그걸 200억을 넘게 써서 해야했나 싶기도 하구요.
4. 여자 캐릭터들의 아이러니
이 생각은 저만의 착각(?)일수도 있는데 이 영화의 부정적인 대사나 행동들은 남자가 담당하고 희망적인 부분들은 여자가 담당합니다. 그럴수는 있는데 이게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자 캐릭터들이 결과적으로 남자들이 구해온 식량을 받아 생존하는데 현실감각 없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계속 내뱉거든요. 이런 설정에 반전이 있겠지 했지만,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보영 캐릭터가 보는내내 답답했는데, 이런 캐릭터를 앞에두고 박서준의 마지막 대사는 너와 결혼한게 행운이었다(?)라는 여서... 이건 뭔가 싶었습니다. (옆에 아저씨는 헛웃음을 터트리셨)
5. 개연성
제가 이병헌이었다면 김치냉장고의 그 시신을 절대 그렇게 냅두지 않았을겁니다. 집안에 있는 사진들을 다 치울정도로 치밀한 사람인데, 시신을 전기도 안들어오는 김치 냉장고에 그렇게? 더불어 박보영이 아파트 벽을 망치하나로 깨부수고 이병헌집으로 들어가던데... 순살 아파트를 풍자한건가 아니면 토르의 오마주인가 싶었습니다. 그 외에도 개연성 부분에서 눈에 거슬리는 곳들이 있는데 제가 안적어도 이미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아보이길래 이만하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괜찮게 만든 영화입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는 보라고 추천은 못할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보일수 있는데, 누군가에는 영화과 다니는 부르주아 도련님의 졸업작품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것 같으니까요.
추천인 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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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호불호 갈리는군요. 역시 흥행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ㅋ
상세한 후기 감사히 잘 읽었고, 2번 말씀은 저도 꽤 공감이 가네요. 감독님의 의도일 수도 있지만 배경 상황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제로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감상은 개인의 수용에 따른 거니까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고 보고...
이병헌 집으로 박보영이 넘어가려 벽을 부수는 장면은 재난시를 대비한 경량칸막입니다.
화재나 붕괴시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탈출하도록 하는 가볍고 약한 벽이며 소방법상 의무사항입니다.
김치냉장고 설정은 그것이 바로 이병헌 캐릭터를 설명하는 상징적인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눈앞의 문제를 가려버리면 해결된다는 단순한 접근방식, 그것이 캐릭터 원죄의 발단이기도 했죠.
되어있지요^^그래서 바로 이해했는데 그런 구조 사시는 분 아니면 의야하셧겟네요
4번과 5번은 좀 공감이 안 되는 게, 4번에서 부녀회장 캐릭터와 혜원에게 '감사할 줄 알라'고 말한 아줌마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것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특히 저 아줌마들이 극중에서 가장 부정적이고 불쾌하게 묘사되는 캐릭터들이죠.
5번은 원래 경량칸막이는 발차기만 해도 부서집니다. 그리고 이병헌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개연성'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김영탁을 살해하자마자 지진이 일어나 시신을 버릴 상황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2번은 작품에 대한 잘못된 접근법 같은데, '황궁아파트에서만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설정이 있다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설정이 됩니다. 황궁아파트라는 다면적인 공간이 아니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저는 (5번 제외) 모든 요소들이 조금씩 걸리다가도, 이병헌의 캐릭터성과 호연, 여러 상징적인 장면들, 중반부를 넘어서며 점점 어그러지는 부분의 속도감 등등, 긍정적인 부분을 높게 쳐서 4.0점 [잘 만든 수작] 의 점수를 줬습니다.
그럼에도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나 아쉬운 강약조절, 얼렁뚱땅 넘어가는 설정이나 기생충을 의식한듯한 초반부 등등, 완성도는 조금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비슷한 부분들에서 아쉭움을 느꼈는데, 그 아쉬움이 덮어지느냐 크게 남느냐의 차이인것같아요!
이병헌 캐릭터는 어느 순간 갑자기 주목받게 된 캐릭터라서 보는 눈이 많은 상태여서 시체 치우기 힘들었을 테고, 또 치울 필요도 못 느꼈을 것 같아요. 권력자란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적하신 부분들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