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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욕 먹을 각오하고 쓰는 후기

힙합팬 힙합팬
5954 15 22

포스터.jpg

 

첫 번째 실화: 성적순으로 급식 먹이는 학교

 

 '성적순 급식'이라고 검색하면 예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우리나라 학교에서 성적순 급식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가 찬다. 영화 후기인데도 이 내용을 후기에 먼저 다룬 이유는 현실 속 '다음 소희'들이 저기서 길러지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다. '다음 소희'가 실화 영화지만 어쨌든 각색 과정을 거쳤기에 실화보다 영화로써 더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저 기사 보도들은 완전히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지 않는가.

 

솔직히 내가 여기에 화가 나는 게 자신이 없다. 기사들 댓글에 달린 거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댓글들이 저런 줄 세우기를 당연하다고 언급한다. 저렇게 해야 동기부여도 되고, 미리 사회의 쓴맛을 배울 수 있댄다. 논리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시스템을 그대로 대입시키면 과연 그게 올바른 이치인가?

 

반대한다. 아직 자본주의에 내던져진 게 아닌 아이들인데, 사회만큼 아니 사회보다 더 혹독한 경쟁 시스템에 던져지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경쟁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도가 지나치다는 거다.

 

 

두 번째 실화: K 자본주의 속 실제 이야기

 

 <다음 소희>는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다룬 실화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어떠한 문구도 실려있지 않아 실화 영화라는 걸 알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면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혹시나 검색해봤는데 실제 이야기가 맞더라. 적어도 소희(김시은) 이야기는 과장 없이 거의 그대로 영화에 실렸다. 영화는 소희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걸 유진이 파고들며 결국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관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가운데서도 관계자 개개인들의 표정을 자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데, 우리 개개인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 했던 의도 같다.

 

우리나라가 왜 치열한 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하는 데다 지정학적으로도 엄청 리스크가 많은 나라. 그렇기에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게 우리나라이다. 근데 그 반대편엔 'OECD 국가 중 압도적 자살률 1위'라는 데이터가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우리나라가 1~2위를 하는 데이터이다.

 

치열한 경쟁에 미친 사회는 '상위권'들만 존중받게 하는 시스템이다. 상위권은 존중받고, 중위권은 상위권을 부러워하고, 하위권은 외면받고 소외되는 시스템. 거기서 갑을병정이 나누어진다.

 

다들 그렇게 경쟁에는 미쳐 있으면서, 자살률이 미쳐있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다들 관심이 없다. 거의 관심도 없는데 책임질 사람이 나타나겠는가. 방관 이전에 관심들이 없다.

 

 

세 번째: 어디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알 수 없는 구조

 

 대한민국의 순위 매기기 문화와 빨리빨리 문화는 사회 전 영역에서 병을 만들고 있다. 솔직히 우리도 그 병이 뭔지 잘 알고 있다. 그 현장들을 매일 경험하고 있으니. 하지만 누구 하나 이 사회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안 바뀔 걸 알기에, 그리고 누군가는 이제 기득권이 되어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기에..

 

결국 다음 세대들은 더 고도화된 경쟁 사회에서 허덕이게 됐다. 한국식 자본주의로 다져진 시스템에 반(反)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가스라이팅이 기다리고 있다. 부적응자 타이틀이 기다리고 있고, 부정적인 소문도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MZ세대'라는 이미지가 씌어져 조롱도 기다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알 수 없는 구조.. 청년들이 '힘들다' 외치면 '요즘 애들은 약하다'고 손가락질하지 말고 그들의 말을 좀 들어보라. 이런 지금 우리 사회는 취업률 10% 올리는 것보다 자살률 0.1% 내리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거 아닌지.

 

 

다음 소희.jpg

실제 노동이든 감정 노동이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무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가포르의 '껌 금지법'같이 디테일하면서도 충격적인 규율처럼 우리나라도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재를 가하는 규율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진정으로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정을 보내자.

 

 

(생각의 조각들)

 - 제리 케이 님의 <감정노동>이라는 앨범이 생각난다. 타이틀곡이 '콜센터'였다.

 - 시스템이 사람들을 선하게 만들 수도, 악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이야기의 울림, 엄청나다.

힙합팬 힙합팬
14 Lv. 19635/20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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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요즘 여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불편한 작품은 지양하는 편이라 이렇게 리뷰로 간접체험하고 갑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16:48
23.02.10.
profile image
힙합팬 작성자
펩시오리지날
양파님 감사합니다!!!!! 스트레스 얼른 없애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7:31
23.02.10.
profile image 2등
감정 소모 때문에 쉽지 않을 영화 같은데.. 덕분에 저도 어떤 작품인지 좀 감이 잡히네요.
17:39
23.02.10.
profile image
힙합팬 작성자
golgo

맞습니다. 보고 나서 실화라는 걸 알게되니 더욱 여운이 남네요..ㅠ

18:01
23.02.10.
profile image
힙합팬 작성자
즐거운인생
인생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더 슬픕니다ㅜ
19:10
23.02.10.
콜센타 노동자들의 삶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영화에서 보여주네요.
21:04
23.02.10.

어릴 때
신문 배달을 하던
한 소년이
'신문사절'이라고 크게 써 붙인 집
대문 밑으로
넣지 말라는 신문을
몰래 넣다 걸려
도망다니던 시절,
힘있는 신문사는
힘없는 소년들에게
'사절은 사절한다'로 맞서라고
윽박질렀죠.

그 힘없는 소년이 자라
어느덧 가장이 되고
힘있는 아버지가 되어
힘없는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공부 잘해야 성공한다
공부 못하면 낙오자 된다고
윽박지르는
오늘.

마음의 거울 속에 어루비치는
힘없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눈물을 흘립니다.

욕 먹을 각오하고 썼다는
님의 글을 읽고서
먹어야 할 욕을 달게 먹은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 저는
욕을 사서라도 먹기 위해서
[다시 소희]를 보려 합니다.
다시 소희를 다시 보려 합니다.
우리에게 소희 같은 소녀가
다시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소희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21:54
23.02.10.
profile image
힙합팬 작성자
안달충
저도 안달충님처럼 저 스스로를 더 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말씀 감사드립니다ㅜㅜ
02:04
23.02.12.
아아~ 소제목을 붙혀주신것도 그렇고 너무 읽고 싶은 글이네요. 저는 영화 보고 읽겠습니다.ㅎㅎ
21:55
23.02.10.
힙합팬
오늘 '다음 소희'를 봤습니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고 BGM이 전혀 안깔렸다는 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7:52
23.02.19.
profile image
잘 읽었습니다. 실업계 다녔던 친구가 이 영화 보고 엄청 분노하더군요. 저도 조만간 보러가겠습니다!
01:48
23.02.11.
profile image
일단은 힙합팬님 처럼 분노를 일으키고 사회적 고발과
공감을 위해 만든 영화가 맞고
2번 3번 보시길 추천하며
키워드는 '인센티브'
그리고 화룡점정은 영화속에 소희는 살려달라 자살하고싶다 주위에 얘기하고
부모는 소희가 3년간 댄스 다녔는데 하나도 모르고..
이런 자살하기 직전 모션들이 하나도 없어요
현실소희는 자살 할거라는 암시들이 엄청나게 많았죠 기사보면 나와요
감독이 더 잔인한거 같아요 영화에서 너무 불쌍하게만 소희를 그렸거든요..
07:54
23.02.11.
profile image
힙합팬 작성자
평점기계(eico)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괜한 욕심이 있습니다ㅜ
02:04
23.02.12.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조만간 보러가야겠네요, 잘 읽었어요!
10:55
23.02.11.
profile image
마음이 아파서 못볼것 같았는데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1:07
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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