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짧은 후기) 브로커는 가랑비 같아요
첫 장면부터 장대비 오는 거로 시작하지만... 영화는 가랑비 같아요.
시종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라 이렇다 할 '재미'는 없죠. 맛으로 치면 슴슴하고 담백한 맛..? 그래서 처음엔 몰입도 잘 안 되고, 조금 어리둥절한 상태로 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캐릭터들의 사연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쌓이는 그들의 케미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미소가 지어지던... 조금씩 변화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죠.
저는 배우들 연기도 다 인상적이더라구요. 깐느 남우주연상의 송깐느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지은 배우도 쉽지 않은 감정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칭찬하시는 강동원 배우와 이지은 배우의 관람차 씬은 특히 인상적이었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두 캐릭터에게 크게 공감하게 됐고, 이 장면 하나로 이 영화에 완전 설득돼버렸어요.
크게 언급은 안 됐던 거 같은데 배두나 배우도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와중에 차 안에서 혼자 남편?과 통화하는 그 장면... 어떻게 보면 수진 캐릭터는 가장 변화폭이 크고, 관객에게 납득이 잘 안 되는 지점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통화 장면을 통해서 형사 캐릭터에 대한 단서가 조금은 짐작된 것 같아요. 아주 인상적이었고, 오래 기억될 장면이었어요. 관람차 씬, ktx 터널 씬과 함께 브로커 명장면으로 꼽고 싶어요.
자주 나오지 않는 음악도 영화의 잔잔함에 한몫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이 아주 좋죠... 음악이 많이 깔리지 않지만 한번 깔리면 그 역할을 제대로 했어요. 알게 모르게 계속 흐르는 음악보다 이렇게 꼭 필요할 때 나오는 음악이 더 좋은 활용이 아닐까 싶네요. 마치 터널과 불 끈 호텔 방의 어둠이 배우의 얼굴을 가리지만, 역설적으로 더 큰 감정의 울림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이렇게 좋았던 점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에 동화되었더라구요. 결말이 살짝 씁쓸하면서도 꽤 희망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캐릭터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처음엔 못 느꼈지만, 어느새 잔잔하고 촉촉하게 젖게 되는 영화였어요. 그래서 브로커는 가랑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