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가 일본에서 무시당하는 것에 일본 철학자가 일침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 철학자/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일본 주간지 AER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s://dot.asahi.com/aera/2022052400033.html?page=1
우치다 다쓰루 “한일병합 시대를 소재로 한 ‘오락(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만드는 한국, 안 만드는 일본”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가 드라마로 제작돼 공개 중이다. 한일병합 시기 부산의 어촌에서 시작되는 어느 한국인 여성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다. 시즌 1을 끝까지 봤다. 퀄리티 높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신경 쓰이는 건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코리안들의 몸부림을 그려낸 이 이야기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말기부터 일본의 패전에 따른 식민지 지배가 끝날 때까지의 한반도를 무대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한국에서 이미 잔뜩 만들어지고 있다. 한일병합과 식민지 시대의 독립군을 소재로 한 <미스터 션샤인>과 <시카고 타자기>는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공개되어 많은 시청자를 모았다. (두 작품 다 재밌다.)
물론 어느 작품에서나 일본인은 (조선인을) 박해하고, 수탈하는 ‘악인’으로 묘사된 건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작품에 따라 양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이야기를 단순한 ‘권선징악’에 머물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웃 나라(한국) 창작자들이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일본)는 그 시대 한반도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오락 작품’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대원군과 민비, 김옥균과 후쿠자와 유키치, 우치다 료헤이, 미야자키 도텐이 나오는 군상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 시대 한반도 정세가 ‘선인악인론(論)’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양국 사람들의 갈등과 혼란, 진솔하게 세웠던 뜻과 비참한 결과의 차이를 알고서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헷갈리게 됐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국은 “이웃나라 일본과 관련된 역사를 엔터테인먼트로 이야기한다.”라는 사업에 이미 사반세기에 걸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양쪽 국민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그들에게 보이는 것의 ‘해상도’에는 이미 뚜렷한 차이가 생기고 있다. “자신들은 과거 이웃에게 어떤 존재였나?”라는 물음을 무시해온 일본인은 과연 외교라는 어려운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golgo
추천인 50
댓글 1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원문엔 엔터테인먼트라고 돼있는 부분도 있는데.. 어감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원문에 맞춰 좀 수정할게요.^^
급하게 읽어서 그랬나봐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제가 알기로 일제강점기 관련 소신발언을 한 만화가도 살해 위협을 종종 받았었다는데.. 대단하네요
정문일침!
일본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대단한 문장력이네요
우리도 흥미롭게 볼 수 있죠.
저질 실사화만 양산해내는 저기는 아직도 갈길이 멀죠.
밟히기는 하지만,
부끄러운 역사라고 아예 무시로 달관한
자신들의 문화를 잘 비판하고 있는 글이네요.
추후에 이 작품에서 얘기한 글과 관련한
작품이 나오면 어떨지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