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그 호구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 나온 대사입니다. 도박판은 호구 한 명을 정해서 그 호구를 털어먹는 행위가 벌어지죠. 그런데 호구를 털어먹는 행위는 도박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업의 경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필연적으로 호구인 소비자를 털어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통상적인 경우 호구인 소비자란 어떤 사람을 뜻할까요? 높은 매출액 또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사람이죠. 체리피커의 반대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극장 업계에서 지금까지 호구는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호구는 누가 될까요?
예전에 코로나 시대에 영화 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글을 하나 올린 적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일반인들은 현재 코로나로 극장을 찾지 않고 있고, 앞으로는 OTT로 대거 이탈하여 코로나 이후로도 극장을 찾지 않게될 것이며, 티켓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영화관 폐점 증대, 굿즈를 통한 매니아 잡기가 지속될 것을 예측했고,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저 예측이 들어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68677167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이 백승수에게 선수단 연봉을 30% 감액을 지시하면서 했던 말이 있지요.
우리는 야구를 못해요.
그리고 또 우리는 야구를 드럽게 못해요.
그리고 또 우리는 몇년째 야구를 드럽게 못해요.
그리고 또 우리는 야구팀에서 적자가 나고 있어요.
코로나로 극장 업계는 직격타를 맞았지요. 아직도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CGV는 50%의 인원 감축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몇년째 적자가 나고 있는 상태이고 2019년 대비 매출은 25% 수준입니다.
우리는 매출을 못만들어요.
그리고 또 우리는 매출을 드럽게 못만들어요.
그리고 또 우리는 몇년째 매출을 드럽게 못만들어요.
그리고 또 우리는 영화관에서 적자가 나고 있어요.
http://www.delighti.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887
티켓값을 그렇게 올리는데도 적자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극장의 상품은 크게 영화 티켓과 매점 상품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높은 수익금을 제공하는 상품은 영화 티켓이고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은 매점 상품입니다.
아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일반인과 매니아의 극장 이용에 대한 간략한 예시입니다.
몇가지 가정이 들어간 것이 매니아들은 영화를 정가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할인쿠폰을 활용하든지 조조나 심야를 활용하던지 카드 할인을 활용하던지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일반인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고, 그 차이를 편당 3,000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매니아들은 혼영족이 많아 비싼 매점 상품을 이용하지 않으며 가끔 탄산 음료 정도만 이용하며, 딱 VIP 등급을 유지할 정도로만 유료 관람을 하며, VIP 반값 할인이나 매점 무료 상품, 생일쿠폰, 스페셜데이 같은 자잘한 혜택은 복잡해서 제외시켰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극장 이용 패턴에 따라 저 숫자와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습니다.
티켓 금액 중 50%만 극장 매출로 잡힙니다. 일반인들은 포인트 적립 같은거 하지도 않고, VIP 혜택 같은거 누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혼자오는 경우가 드물어 매점 상품의 이용이 매니아들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1회 방문당 매출액이 매니아들보다 크고, 그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매점 상품의 매출액이 매니아보다 큽니다. 물론 전체 매출액에서 매니아가 일반인보다 크기에 매니아 1명이 일반인 1명에 비해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상기 표에서 2019년 기준 유료 관람 횟수는 8배 정도 차이나지만 매출 기여도 측면에서는 2.8배 정도 차이이며 수익 기여도의 차이는 그것보다 더 낮겠지요. 코로나 이전에는 다수의 일반인이 높은 매출액과 수익을 책임지는 호구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수의 호구는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었고, 고수익을 내는 매점 상품 판매는 막혀 있습니다. 상기 표에서 2022년 기준 유료 관람 횟수는 25배 차이나지만 매출 기여도 측면에서는 8.8배 정도 차이이며 수익 기여도의 차이는 그것보다 더 낮겠지요. 코로나로 일반인들이 극장을 오지 않게 되니 매출과 수익에서 매니아들의 비중이 증가되었겠지요. 이러면 이제 극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매니아들로부터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티켓값을 상승시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티켓값을 올리면 호구인 일반인들은 더 극장에 오지 않게 되겠죠. 그러면 극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매니아로부터 새로운 호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매니아로부터 새로운 호구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극장이 선택한 것은 굿즈 제공이 되겠지요.
가끔 영화관 취식 문제나 굿즈 문제로 익무에서 의견 충돌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관에 영화보러가는거지 뭘 상영관에서 먹어야 하고 굿즈 때문에 영화는 보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뺏어가느냐는 경우죠.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계속 취식 금지시키고 굿즈 발행을 안해버리면 티켓 가격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코로나로 줄어든 75%의 관객이 내던 매출을 남은 25%의 관객이 내려면 산술적으로는 티켓값이 코로나 이전 대비 3배는 되어야 합니다. 뭐 아무래도 그건 너무 단순무식한 계산법이니 이래저래 따지면 2배 수준으로 되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티켓값은 그 수준과는 아직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판에 원래 있던 호구가 떠나갔습니다. 앞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티켓값은 추가적으로 더 올라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적자인 상태이니 서비스의 질적 수준 개선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이제 슬슬 선택을 해야할 시기가 올 것 같습니다. 호구가 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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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고 다수가 찾아온다면 공식 가격인하도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극장에서 호구를 쫓아낸 게 바로 극장 자신들이죠. 특히 CGV..당장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부진하다고 티켓값을 올려 버린 건, 말 그대로 언발에 오줌누기 였던 거죠. 이제 슬슬 거리두기도 없어지고, 상영관 내 취식금지도 없어질 텐데 매점 수익을 올려줄 일반 관객들은 이미 비싸져버린 티켓값 때문에 다시 돌아오긴 힘들 거고..다 자업자득이죠 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업계 1위인데다 매니아층이 많았던 CGV가 타격이 더 클겁니다. 롯데시네마가 코로나 이전 매니아층 관객을 홀대했던 건, 본업이 부동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리를 잡아 일반 관객들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었던 거죠. 이제 코로나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롯데시네마가 업계 1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한번 최근의 가격 인상과 극장 산업에 대해 글을 써보려다가 시간도 없고 필력이 딸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제 생각을 완벽히 정리한 글을 써주셔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