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러 수수께끼하니까 생각나는 사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 ‘페페 더 프로그’짤 등으로 유명한(혹은 악명 높은) 4chan에 3301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수수께끼 같은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고도로 지능적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을 찾기 위해 우리는 테스트를 고안했습니다.
이 이미지에는 숨겨진 메시지가 있습니다.
찾으면 우리를 찾는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끝까지 해낼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런데 일단 이 게시물 자체가 하나의 암호였는데 이미지를 문서편집기로 돌려보니(이걸 알아내는 것도 신기) 특정 사이트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호들이 계속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세계 각지에 매미 그림(그래서 시케이더 3301)과 함께 QR코드가 나타났는데 이 사이트에서도 문제가 제공 되었다고 하지만 문제를 빨리 푼 소수만이 퀴즈를 얻을 수 있었고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우린 추종자는 필요 없슴다’ 하면서 까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고 한 1~2년 터울로 정초에 다시 퀴즈 공고(!)가 올라온다고 하는데 제가 이 내용을 조사하면서 받은 느낌은 ‘전의 건 너무 쉬웠지? 이젠 더 어렵게 간다~’ 이런 거였는데요. 전 오프닝 암호도 못 풀겟…
그리고 이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별의 별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는데 outguess(이거 아세요?), 토르 브라우저(띠용?), Xcode(...) 이런 것도 써야 하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자주 써야 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뭐…
출제자는 한 명이 아닐 수도 있고 문학적 지식(영미 문학이나 룬 문자와 같은 고대 기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지닌 사람과 암호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머리를 짜서 문제를 낸 건데
3301과 리들러와의 차이점
3301은 극중 리들러처럼 ‘인셀들아 봉기하자 우우우!’ 하는 풀뿌리 사이버 렉카가 아니라 퀴즈를 위해 전화 사서함을 구입할 정도의 구매력이 있고, 각 나라에 네트워킹이 있어 이곳의 사람들을 동참시킬 수 있는 수준의 (코드가 한국에도 있었는데 HOXY???)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게 기본적인 차이겠죠.
또한 리들러는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는 동시에 자신이 부정, 부당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드러내게’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3301의 경우는 선택된 소수에게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오히려 ‘숨겨야’ 하겠죠.
그런데 내용도 의도도 달랐지만 결국은 출제자의 거룩한 목적과는 달리 사람들의 호기심은 공통적으로 ‘가면을 벗겨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다는 건 둘의 공통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3301의 경우 목적을 알 수 없으니 이것도 의문의 대상이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잡담
3301의 3차 입사(!)문제로는 룬 문자들이 제시 되었는데, 점점 느껴지는 건 ‘오우야, 이거 재밌는데? 얘네들 이거 시켜볼까?’ 하는 하나의 농락으로서의 퀴즈로 전락한 건 아닌가 싶고요. 그러니까 사실상 자신들이 출제한 문제의 수준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아내서 종국에는 자신들도 모르는 미지의 퀴즈를 풀고 싶어하는 그런? ㅋ
능력자들은 자신을 드러내야 하므로 노출이 되지만 자신들은 비밀 속에 있고, 그들의 지성은 사용하고 싶지만 그렇게 얻어지는 데이터는 자신들의 소유물로 하는 이들을 보면 사생활과 정보의 공유를 이 게임의 핵심 과제로 남기면서 찜찜한 모순을 보이는 이들을 보면 사적 제재와 테러를 위한 발작이긴 하지만 전국민 퀴즈대회를 여는 리들러가 그나마 인간적인건 아닌가 싶고요 ㅎㅎㅎ
여담이지만 최근 대박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리처’의 주인공 앨런 리치슨이 감독-주연을 맡은 《시카다 3301》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보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그리 잘 살리지는 못했나 봅니다. 궁금은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단체(?) 소속의 사람들도 이걸 봤을지 ㅋㅋ
raSpberRy
추천인 7
댓글 1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