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과 여명을 잡아내는 블랙 위도우 돌비시네마의 표현력과 재현력
관람권을 얻어서 블랙 위도우를 코엑스 돌비시네마에서 보고 왔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자랑하는 특별관도 있지만 이번에는 돌비시네마 포맷으로 보고 싶었는데 베를린 신드롬이라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러 스릴러물을 연출하였던 케이트 쇼틀랜드 때문이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에 섭외가 되어 블럭버스터를 찍는다고 하여 관심이 간 것도 있고 이전작도 주로 어두운 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였기에 이번에도 그런 장면들이 영화에서 눈에 띈다면 돌비시네마가 자랑하는 암부 표현력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블랙 위도우라는 영화는 이전 시리즈에서 다음 시리즈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의 방침 아래, 시간선을 선형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계획으로 제작한 영화이므로 정체성은 불분명하며 그러한 느낌에 걸맞게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조력자들인 연기자 데이브 하버, 레이첼 바이스, 플로렌스 퓨 그리고 레이 윈스턴은 여러분 모두가 구소련 느낌이 나야 한다는 마블 스튜디오의 특명을 받고서 전부 정체불명의 러시아 언어권 영어 억양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화면이나 소리로 보여주는 표현력과 재현력은 매우 우수하며 균질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코엑스 일반관과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봤는데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화목한 나타샤 식구들이 어디론가로 급히 떠날 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보면 돌비시네마의 특징과 장점이 모두 살아납니다. 코엑스 일반관은 영화 상영관으로써 대부분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준수한 상영관이지만 이 장면에서 시간대가 한밤으로 보인다면 돌비시네마에서는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와중인 저녁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편차가 큽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영화인데 완전히 다른 영화의 재현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애들이 차에서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어메리칸 파이를 듣고 노래를 부를 정도면 깊은 한밤처럼 완전히 칙칙한 시간대는 아니어야 합니다.
다 큰 나타샤와 옐레나가 차로 이동하는 시간대도 한밤에서 여명이 다가오는 시간대임을 추측할 수 있게끔 감독과 촬영감독이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아쉽게도 일반관에서는 이렇게 세부사항에 공들인 면모를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화면 대신 빠른 현대영화의 속도감과 편집에 이끌려 이야기에 시선이 머무르게 되고 제법 많은 상업영화가 이 부분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공한 위 스틸도 나쁘지 않은 상태이지만 영화로 보면 돌비시네마가 자랑하는 트루 블랙과 어우러져 넓고 안정감 있는 깊은 블랙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어둠에서 인공적인 빛이나 조명을 동원하면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스틸이나 일반 상영관에서는 이렇게 상황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게 되고 관람에 방해를 받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돌비시네마에서 본다면 블랙 위도우가 태스크마스터와 처음으로 맞붙는 상황에서 어둠과 인물이 같은 지점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므로 제작진이 원한 1:1 액션에 조금 더 몰입하게 됩니다.
돌비시네마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어둠의 깊이감과 그 재현에 머무르지만은 않습니다. 색이 가진 본래 모습과 색역의 넓이라는 기준에서 돌비시네마는 거의 모든 경우 매우 우수한 표현력과 재현력을 선사합니다. 한국영화 모가디슈도 모로코에서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하였다던데 블랙 위도우에서도 잠시 모로코가 등장하며 이 지역의 특징인 누런 도시의 색감을 이런 식으로 살려 풍경의 대비를 노리고 있습니다.
혹은 이렇게 노르웨이의 어스푸름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초점을 오로지 인물에만 주고 주변을 모두 다 날리는 클로즈업에서도 아이맥스 못지 않은 계조와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관람의 수확이었습니다. 화면에 국한하지 않고 소리 측면에서 이번 블랙 위도우는 마블 스튜디오의 과거작들이며 악명 높은 어벤저스 에이즈 오브 울트론이나 캡틴 어메리카 시빌 워에 비하여 중저음과 출력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부분은 단지 블랙 위도우에 한정하지 않고 돌비비전과 돌비 애트모스가 들어간 돌비시네마 작품 대부분에서 체감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앞으로 돌비시네마를 이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추천인 12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