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게일' 후기, 핵심 스포가 이미 드러나 있네요.

<애비게일>이란 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 스틸 등 홍보자료를 접했다면 이미 핵심 스포일러를 당해버린 겁니다. 영화가 초반에 꽤 영리하게 구성을 해놨는데 전반부는 시치미 뚝 떼고 살짝 코믹한 범죄 스릴러인 척하다가, 50분쯤 지나서 주인공(?) 소녀 애비게일의 정체를 짠 하고 드러내는데 이걸 모르고 봤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이미 어떤 상황인지 다 아는 상태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만 몰라서 허둥지둥대는 게 답답했습니다. 그 50분이 꽤 깁니다. 홍보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의 원래 의도대로 스포일러를 최대한 숨겼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중반 이후 피범벅 난장판 코믹 호러로 장르가 본격 전환되는데, 희생자가 되는 캐릭터들이 다들 개성있게 제 역할들 하면서 재밌게 죽어나가서 호러 영화 팬이라면 유쾌하게 볼 수 있어요. 중반의 큰 반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후반에 예상치 못한 스토리의 국면 전환도 있고요. 다만 이 영화는 꽤나 악취미의 서양쪽 호러 테이스트여서 호불호는 갈릴 듯합니다.

명작까진 아니지만 아역 배우의 기막힌 연기로 탄생한 애비게일이라는 인상적인 캐릭터로, 이쪽 호러 장르 영화를 꼽을 때 자주 언급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