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등호약
1983년 진전 감독작
진원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무명배우를 나유 감독이 픽업해서 성룡으로 개명시키고 주연급으로 기용했습니다. 망했습니다. 그래도 나유는 포기하지 않고 성룡을 주연으로 해서 영화를 연달아 찍고 또 찍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어요. 보통 신인배우 주연시켜서 한편 망하면 바로 팽하잖아요. 나유는 심지어 (홍콩에서는) 개봉도 못시킨 영화들이 창고에 쌓여가는데도 계속해서 성룡 주연영화들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오사원이 성룡을 빌려가서 찍은 영화 [사형도수]와 [취권]이 대박나자 뒤늦게 창고에서 나온 몇편은 거저먹기식으로 히트하긴 했지만... 성룡이 스타가 될 걸 미리 알았을리도 없을테고....
뭐 어쨌든, 스타가 되어 돌아온 성룡은 자율권을 얻어서 첫 감독작인 [소권괴초]를 만들게됩니다. 당연히 히트했고, 속편까지 제작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성룡은 계속 불만이 쌓여있었습니다. 안팔리는 동안에야 뭐 어쩔수 없이 길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탑스타중의 탑스타가 되었는데... 원래부터 자아가 무지막지하게 큰 양반인데 남 밑에서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거에 만족할 수가 없죠.
그렇게 불만에 가득차있던 성룡에게 골든하베스트의 추문회 사장님이 미끼를 던집니다.
"우리한테 오면 너 하고싶은대로 다 하게 해줄께"
고민끝에 성룡은 결단을 내립니다. 근데 방법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사정이 어땠었는지 성룡과 나유의 입장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소권괴초]의 속편을 찍던 도중에 성룡이 그냥 증발해버렸습니다. 홍콩 연예계가 난리가 났죠. 성룡이 실종되었다고...
꼭지가 돈 나유 영감님이 깡패들까지 동원해서 피바람이 불뻔 했고... 깡패 형님들과도 친분이 있는 걸로 알려진 왕우 형님이 나서서 중재한 끝에 합의보고 성룡의 소유권은 골든하베스트로 넘어갑니다.
골든하베스트로 간 성룡은 [사제출마]를 만들었고 그 영화는 홍콩 박스오피스의 계산 단위를 바꾸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승승장구했죠. 그걸 보는 나유는 얼마나 속이 쓰렸겠어요. 그래서 뭐 아쉬운 김에 어떻게든 있는거라도 활용해서 좀 뽑아내보자고 나온 것이 [용등호약]입니다.
명목상으로는 성룡이 미완성으로 남기고간 [소권괴초]의 속편을 완성시킨 영화입니다.(내용상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제목만 속편'이지만...) 아마도 골든하베스트에서 이소룡이 미완성으로 남기고간 영화를 마무리해서 개봉시킨 전례를 따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치만 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사망유희]야 이소룡이 굵직한 액션장면이라도 찍어둔 덕에 어떻게든 명분은 살았지만. 애초에 [소권괴초] 속편과 관련해 성룡이 찍어놓은 분량이 거의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도 영화가 나올 수 었었던 비결은, 나유 프로덕션엔 성룡이 나온 영화의 푸티지는 많이 있었거든요. 회사에 남아있던 몇몇 NG 장면들과 다른 영화 장면들을 짜깁기한 거예요.
짜깁기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혜천사와 한국재를 '조연' 삼아서 영화의 메인 파트를 찍었습니다. 그사람들이 영화의 스토리를 진행해가고, 중간중간 성룡의 푸티지들과 뒤통수만 보이는 대역이 나오는 장면들을 섞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전작의 끝판왕인 임세관을 똑같은 분장을 시켜서 다시 출연시키고...
그때까지 성룡 나오는 영화를 한편도 안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누가봐도 짜깁기 영화라는 걸 알수 있습니다. 미공개 장면만 쓴게 아니라 이미 다른 영화에 나왔던 장면들도 여럿 가져다 썼거든요. 심지어 끝판왕전은 [소권괴초]의 끝판왕전을 재편집해서 그대로 재탕하기까지 했습니다.
짜깁기로 영화가 엉망이된 것 이전에, 이 영화는 83년에 개봉하기에는 너무 낡은 물건이었습니다. 뭐 70년대에 만들려다 만 영화의 잔재이니까 어쩔수 없기는 하지만 나유가 이거 만들고있던 무렵에 골든하베스트에서는 [오복성] [프로젝트A] 이런 영화들을 준비중이었어요. 거기 비하면 구태의연한 구시대 복수물인 [용등호약]은 이미 관객들 눈높이에도 안차는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84년 겨울, [터미네이터]와 같은 날 개봉했습니다. 개봉전까지는 성룡 신작 나왔다고 관심좀 끌었지만 개봉과 함께 바로 짠하게 식었던 걸로... 일본은 한술 더떠서 86년에 개봉했다고 합니다.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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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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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었군요. 왕우 아니었음 성룡은 홍콩 영화계에서 매장됐을 거라던데..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