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비기닝' & '타임 패러독스' - 과학과 욕망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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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어쩌면 시간여행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가장 원초적 욕망으로 향하는 수단이 된다. 미래의 정보를 알아내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혹은 과거에 저질렀던 큰 실수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여행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여행이야 말로 평범한 인간의 가장 순수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두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나는 과거의 많은 시간여행 영화들을 알고 있다. 시간여행은 어떻게 욕망을 반영해왔는가. 그리고 시간여행에 투영된 우리의 욕망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영 심심했다. 바로 며칠전 '타임 패러독스'를 본 입장에서 그에 걸맞는 시간여행의 지적유희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런 지적유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하나 있다. 바로 시간여행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가장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부자가 되거나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시간여행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불교의 화엄사상에서는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각자가 하나의 우주이며 독립된 개체지만 그들 각자는 어떤 끈을 가지고 연결돼 있다. 그리고 그 개체들이 모여 우주가 완성된다.
시간여행은 이런 우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과거의 나를 바꾼다면 나와 연결된 다른 누군가 역시 바뀌게 되고 그 변화가 모여 우주를 통째로 뒤흔들게 된다. 이것은 마치 정교한 레고 장난감의 블럭 하나를 바꾸는 일과 같다.
물론 앞서 말한대로 영화는 이것을 무릅쓰고 과거를 바꾸는 '욕망의 존재'가 있어야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시간여행을 할 수 없는(혹은 해서는 안 될) 이유가 되기도 하다. 스티븐 호킹이 말한 물리학적 관점은 그렇다 치고 철학적(불교적) 관점에서 시간여행은 과학이 가서는 안 될 길과 같다.
철학에서 흔한 물음 중에 "1초 전의 나와 1초 후의 나는 같은가? 다른가?"라는게 있다. 학교 다닐때 담당교수는 이 물음에 "다르다"고 답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인간은 육체적, 지적, 정신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가치관과 신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나 역시 이 의견에 공감한다. 그리고 '타임 패러독스'도 이런 전제가 깔려 있어야 이야기가 가능해진다('백투더비기닝'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있다. 여기에 대한 논쟁은 별개의 문제니 일단 접어두겠다).
실제로 과거로 가서 과거의 자신과 만났을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타임 패러독스'와 '백투더비기닝'의 공통적 문제는 썩 좋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타임 패러독스'의 본부는 이러한 점으로부터 통제하고자 장치를 마련하지만 제도적 규제는 언젠가 비집고 들어가기 마련이다(그리고 그런게 있어야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이 시간여행의 어딘가에도 분명 욕망은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제인(사라 스누크)이 과거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점. 그리고 그 욕망이 시간여행의 시발점이 된 것(사실 이 시간여행의 시발점은 아무도 모른다). 폭파범을 잡아 사람들을 살리려는 욕망. 이 영화에서의 욕망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다. 시간여행으로 인해 분리된 자아 역시 이런 욕망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과학의 끝'은 인류가 끝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사진= 영화 '노잉')
사실 과학의 발전에는 대부분 지식에 대한 탐구와 더 나은 삶을 위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상상 속의 이야기였던 시간여행 역시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에 대한 인문학의 경고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줄기세포 복제나 인공지능 등이 있다. 시간여행이 실현 가능한 과학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간여행에 담겨 있는 우리의 원초적 욕망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부작용도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묻겠다. 과연 이는 시간여행으로 인한 부작용일까? 욕망으로 인한 부작용일까? 그리고 더 나가, 과학이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면, 그 역시 과학으로 인한 위협일까, 욕망으로 인한 위협일까? 과학은 어디까지 발전해야 할까? 과학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여담) 아무리 생각해도 두 영화 모두 한글제목보다 원제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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