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꽃 (1969) - 60년대 사이키델릭 분위기가 잘 살아난 걸작 로맨틱 코메디
약 빨고 만들었다 하는 표현은 이 영화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재치있고 우아하게 웃기는 것도 아니라 슬랩 스틱같은 것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난장판 만들고 마약 먹고 날뛰는 듯한 상상력으로 웃긴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을 충실히 반영한 그 시대의 영화이다.
로맨틱 코메디라고 해도 아름답거나 로맨틱하지 않다. 서로 신랄하고 정신 없는 난장판을 벌인다. 이건 뭐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가 "한번 줘"나 동의어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진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시대를 반영한 것 같다. 주인공 월터 매튜와 잉그릿 버그만 간에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도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랑하면 이미 결혼한 것이나 다름 없지. 사랑하니까 결혼은 그냥 형식일 뿐이야." 이다.
영화는 정말 정신 없는 폭주 그 자체인데, 월터 매튜와 골디 혼 커플로부터 시작해서 여기 잉그릿 버그만이 끼어들고 잉그릿 버그만을 짝사랑하는 어느 부자 아저씨가 끼어들고 잉그릿 버그만이 싫어하는 월터 매튜의 친구가 여기 끼어들고 월터 매튜의 친구의 애인이 끼어들고 골디 혼을 짝사랑하는 옆집 총각이 끼어들고 이런 식이다. 엄청난 난장판이다. 서로서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재치있고 신랄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얽히고 얽힌다. 쏜 총알이 과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듯이
관객들이 딴 생각할 시간을 1초도 주지 않고 그냥 쾌속으로 달려나간다. 미친 듯 들뜬 에너지로 관객들을 그냥 압도해 버린다.
피식하게 웃기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영화를 약 빤 것처럼 만들어서 보는 이들도 약빤 것처럼 웃는다.
하지만 이런 미친듯한 구조와 스피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으로 가지 않고 치밀하게 등장인물들 간 관계와 스토리 전개가 짜여져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캠피한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치밀하고 절제되어 있다.
대배우 잉그릿 버그만이 얼마나 훌륭한 코메디 배우인지 여실히 증명한다. 연기의 리듬과 템포를 아니까 사람들을 웃기는 절묘한 포인트를 찾는 것은 그냥 껌이다.
월터 매튜야 아카데미 조연남우상을 수상한 베테랑 코메디 배우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여배우 골디 혼의 데뷔작이다. 골디 혼의 그 큰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코메디연기도 이 영화를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P.S. 원래 대히트한 연극이었고 연극에서는 험프리 보가트의 아내였던 로렌 바콜이 주연을 했었다고 한다. 영화화될 때 로렌 바콜은 자신이 주연을 맡으리라
생각했는데 이것이 잉그릿 버그만에게 돌아가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잉그릿 버그만이 엄청난 호연을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을 보면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추천인 1
댓글 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정확히 말하면 1년 전에 어느 영화 조역 그리고 티브이 드라마 조역으로 나왔었는데 그것들은 별 의미 없는 역이구요, 이 영화가 실질적인 첫작품이죠.
영화 크레딧에도 introducing Goldie Hawn 으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품이 뛰어난 배우임을 금방 알 수 있더군요.
당시도 높은 평가를 받았나 봅니다.
아주 잘된 코메디 영화입니다. 포스터에 flower power 라는 구절을 보십시오. 이 영화 시작도 히피가 자동차마다 꽃을 꽂으며 다니는 데사 시작합니다. 1960년대 시대상을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뷔작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