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관람평(스포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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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고통스럽기까지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되뇌며 곱씹으니 끝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서 영화는 새롭게 다시 시작됩니다. 상영관이 너무 없어 안타깝습니다.
아래는 스포일러 없는 단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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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심사는 시간이었다. 왜 상영시간이 234분이어야 했는가.
이것이 결과적으로 목숨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 편집본이었나.
장대한 대서사시도 아니다.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 대사가 방대하지도 않다.
그러나, 감독 후보 자신의 소설을 원안으로 한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그의 모든 진심을 담아 만든 최후의 목소리였다.
국가주도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속에 인간은 저만치 뒤에 내동댕이쳐졌다.
죽음의 곁을 맴도는 4인의 인물들,
소년, 소녀, 노인, 그리고 건달 청년은 사고의 파장으로부터 각자 힘겹게 발버둥치고 있다.
억울함도, 분노도, 그 모든 울분을 받아주기에 세상은 녹록지 않다.
이 영화가 물리적(당연히 러닝타임 때문에)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관객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카메라가 이 인물들의 비틀거리는 육신 곁에 끊임없이 밀착하고 있기 때문.
폐허같은 도시의 집안에선 인물들이 서로의 정신을 할퀴고,
대기가 정화되지 않은 밖에선 떠돌이 개가 누구든 위협하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세계다.
광량이 매우 부족한 장면들, 실내에선 이목구비도 분간하기 힘들고 겨우 얼굴윤곽의 실루엣만이 드러날 뿐이다.
조명의 한계도 있지만, 어둠으로 가득 찬 잿빛 중국의 얼굴이나 마찬가지.
쓰레기 같이 세워진 문명위에 사는 쓰레기 같은 라이프의 편린을 카메라는 집요하게 담는다.
할아버지 왕진이 방문한 양로원의 각각의 ‘우리’같은 방에선 노인들이 갇힌 코끼리처럼 앉아있다.
네 인물의 절망적 하루는 각자가 느끼는 고통의 시간만큼 쪼개진다.
그래서 하나의 씬은 온전히 종결되지 않고, 중단되고, 미뤄진다.
타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물들은 서로의 동선과 때론 겹치지만,
전할 수 있는 온기는 미약하다. 지금 각자는 생사 앞에 비틀거리며 방황중이다.
높은 곳에 올라서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웨이부가 하는 대답은 위청에게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전화를 걸고 말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한다. 황혼은 깊어가고, 그들의 앞에 놓인 운명의 갈림길.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함부로 희망을 담보하지 않는다. 만저우리의 코끼리는 과연 마지막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강렬한 마지막 씬은 끝내 전율을 남긴다. 희미한 한 줄기 빛 속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우렁찬 환청.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후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륙에 남긴 고귀한 메시지이자 선물,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그의 바람대로 이 영화의 판본은 그 장대한 편집본 그대로였다. 영혼을 울린다.
'절망이 감싼 대륙에 남기고 떠난 고귀한 위안, 미래의 약속'
★★★★☆
텐더로인
추천인 9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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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vod로 볼 생각입니다.
전 건달청년 장면은 플래시백인줄 알았어요. 몇일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따로 건달청년과 부인이 만나는 장면도 있고 해서..
하루였다면 왜 장례식은 안치르고 그럴 경황이 있을까? 했었다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도 몇일이 지난 시간경과가 있는 줄 알았었습니다.
관람평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