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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의 전성시대 (1975) 처절한 삶을 어떻게 지속하는가?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037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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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의 전성시대.jpg

뭐, 영자의 전성시대라고? 뭐가 전성시대란 말이지? 므흣." 하지 말자.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처절한 영화들 중 하나다. 

 

돈을 벌러 상경한 시골처녀가 인생유전을 겪고 팔 한짝까지 잃은 다음, 창녀촌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팔 한짝이 없다는 이유로 창녀촌에서도 구박을 받고 창녀촌에서도 하층민이 된다. 

누군가 깡통을 두들겨 인조팔을 만들어 달아주자, 손님들이 늘어난다. 이것이 영자의 "전성기"다.

이런 식의 전성기를 인생 최고 순간으로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하지만,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다른 데 있다. 이런 식의 삶을 꿋꿋이 지속해 가는 

무식한 여자 영자의 삶에 대한 태도다. 절망하고 자기를 포기할 만도 할 텐데, 처절한 절망과 미래를 

마주하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의지와 용기다. 

 

1970년대 경제가 아직 성장하던 시기이고, 열심히 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던 시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아무리 열심해 해도 인생의 나락이 결정된 영자같은 사람이 있다. 

가난한 청년 창수는 

자기가 드나들던 사장집 식모 영자를 마음에 둔다. 시골처녀가 돈을 벌러 서울에 상경해서

부잣집 식모를 한다. 하지만, 도도하고 자기 몸가짐이 야무지다. 창수는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영자는 시골에 남겨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여야 한다. 창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창수는 군대에 가고, 영자와의 관계는 자연스레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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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대에서 제대한 창수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로 잡혀온다. 

경찰서에서 창수는 유치장에 갇힌 창녀들을 본다. 그중에 영자가 있다!

머리는 뽀글이 파마를 하고, 천박한 화장을 짙게 하고, 껌을 딱딱 씹으며 욕을 하고, 낄낄 웃고, 

마치 태어나길 창녀로 태어났다는 듯 거기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다. 

도도하고, 경우 바르고, 야무지고, 청순했던 그녀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몇년 사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창수는 영자를 유치장에서 빼내 데리고 온다. 영자는 팔이 한 짝 없다. 그래서, 손님이 안 온다. 

그것이 영자의 걱정이다. 창수는 그런 영자가 화가 나서 돈을 영자에게 던진다. 

영자는 자존심도 없이 비굴하게 그 돈을 집어들고 사라진다. 

 

창수는 목욕탕 때밀이가 된다. 영자는 창녀다. 목욕탕 때밀이와 창녀의 사랑이야기다. 

창수는 영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지만, 목욕탕 때밀이가 뭐 대단한 것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성병에 걸린 영자가 돈이 없어 병원도 못가자, 병원에 데려갈 정도 도움이다.

그렇다고 영자가 뭐 대단한 것을 바랄 처지도 아니고 해서, 둘은 그럭저럭 맞는 커플이다. 

창수는 깡통을 두들겨 보기에도 조잡한 깡통 팔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것을 달자 영자에게는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영자의 전성기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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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식모를 하다가 그 집 남자에게 강간 당한 다음, 오히려 욕을 먹고 그 집에서 쫓겨난다. 

집에 돈을 보내기 위해 공장에도 다니고, 버스안내양도 하다가, 팔이 한 짝 사고로 잘리니까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창녀촌으로 흘러들어왔는데, 팔이 하나 없다고 손님도 안 오구 구박을 받는다. 무슨 삶이 이런가?

그러다가 인공팔이 한짝 생기자 손님이 오고 전성기가 시작된다. 무슨 전성기가 이런가?

하지만 꿋꿋이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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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욕탕 때밀이인 창수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 해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자기가 버는 돈을 모두 영자를 위해 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영자에게 쏟는다. 

동정때문일까? 사랑일까?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함께 있다는 공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 다 일까?

아무튼 목욕탕 때밀이와 팔 한짝 창녀의 사랑이야기는 처절하다. 

원작소설에서는, 창녀촌에 불이 나고, 짧은 전성기를 누리던 영자는 불에 타 죽고, 그녀의 전성기는 끝난다.

영자의 그정도 되는 전성기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던지, 팔 한짝 영자가 다리 한짝 장애인을 만나 결혼해서 

창수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 영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영자의 남편역을 맡은 배우가 젊은 이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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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말로라도 이들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말은 못하겠다. 

영자나 남편이나 미래에 대한 의지가 불타는 눈이 아니다. 그렇다고 막 살자 하는 체념이 있는 눈도 아니다. 

그들은 살아간다. 아이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창수는 영자를 떠나 보내며, 아쉬움이나 미련같은 것보다 영자의 미래를 기원한다.

때밀이인 창수에게도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람이 미래가 없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 미래를 기원해준다 - 이것이 아주 감동적인 장면이다. 

 

영자역을 맡은 염복순은, 내가 다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굉장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발산한다. 

이 영화 성공의 50%는 염복순의 공이다. 

그리고, 처절한 원작소설이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한다. 처절한 당시 사회현실 또한 큰 지분을 갖고 있다. 

영화의 좀 문제점은, 당시 유행하던 호스테스물의 영향을 받아서 좀 신파조적인 에피소드나 과장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좀 희석시키는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순도 100%로 그렸다면 아마 보는 관객들이 심히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점이 영화의 완성도를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 엔딩에서 팔 한짝 영자가 다리 한짝 이순재와 

결혼해서 떠나가는 장면은 굉장히 감동적이다. 희망찬 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적이고 암울한 엔딩도 아니다.

이것이 희망찬 엔딩으로 그려졌다면. 나는 아마 가짜라고 했을 것이다. 사기라고 했을 것이다. 

이것이 암울한 엔딩으로 그려졌다면, 영자의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딱 알맞게, 이 영화의 엔딩은, 영자의 삶은 꿋꿋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이 꿋꿋한 삶의 지속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엔딩이 성공적인 순간, 이 영화는 걸작의 수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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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미노커
    타미노커
  • 엄마손파이
    엄마손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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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atine

  • 이상건
  •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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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그 시절에 45만이면....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이었네요.
16:24
24.07.07.
BillEvans 작성자
golgo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당시에도 아픈 손가락이었겠지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든가 관촌수필 등이 인기를 얻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16:38
24.07.07.
profile image 3등
한 번 보고싶습니다 다음에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20:50
24.07.07.
BillEvans 작성자
Sonatine
유튜브에 깨끗하게 리매스터링되어서 올라와 있습니다.
00:00
24.07.08.
BillEvans 작성자
엄마손파이
그렇죠. 1970년대 영화에 신파조가 섞여 있다고 무시하는데, 사실 "신파조"라는 것 자체가 시대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파조 리얼리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00:02
24.07.08.
profile image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보기는 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그 당시 이쁜 여배우를 기용해서 만들던 호스테스물과는 좀 달랐어요. 영자의 기구한 삶이 슬프기는 했는데 그 당시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이 많은 시대였기에 어떤 면으로는 시대상을 잘 반영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10:26
24.07.08.
BillEvans 작성자
타미노커
어떤 쟝르 영화든지 많이 나오면 그 속에 걸작이 나오기 마련이겠죠. 저도 1970년대는 그냥 한국영화 침체기였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0:45
24.07.08.
유신시대의 영화법으로 인한 한국영화 침체기에... 그래서 그런가 여러가지 소재의 제한이 있어서 그런가
호스테스물에서.. 80년대 에로물 등 소재가 적극 사용되던 시기이기도하고

그래서 그런가.. 돌아이 같은 액션영화나, 고래사냥같은 청춘 영화도 화류계 여성이 주인공인것도 그 시대상인가싶기도함

요즘은 그때처럼 성매매여성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성매매 여성이 주인공인게

거의 10대 가출팸 등 10대 성매매인경우나, 조폭영화의 출연하는 인물1정도로 사용되는듯
10:38
24.07.08.
BillEvans 작성자
coooool
그렇죠. 영화는 당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니까요.
10:49
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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