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로그 원 보고왔어요.
뉴질랜드는 오늘 개봉이라 개봉날 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만, 보통 퇴근 후 IMAX가 잡힐 줄 알았는데 어찌된 것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가 안된다면 출근 전(...)에 보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출근 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첫 버스 시간을 알게 되었군요.
이 영화 최대의 스포일러는 에피소드4 이므로 스포일러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4의 대사 중 하나인
"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많은 동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여기서 이미 이 영화가 어찌될지는 뻔합니다.
이미 (거의) 모든이가 다 보고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진 '클래식'이 되어버린 작품의 프리퀄이 가지는 한계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그런 한계속에서 얼마나 디테일한 상상을 펼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상을 잘 펼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기대치에 약간 못미친 애매한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같은 경우는 추억팔이 영화지만 멋대로 변경할 수 있는 막장 스토리인 반면 공식적인 스타워즈 시리즈는 그게 안되죠.
그렇다보니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데스스타의 설계도가 얼마나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레아 공주의 손에 들어가게 되느냐'를 보여주는 것인데(그리고 왜 최종 결전병기인 데스스타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느냐...그에 대한 방산비리도 보여주고?)...
이렇게 빡빡하게 결말을 정해놓고 진행하다보니 전개는 대충 엉성하게 보이는 부분이 좀 많이 보이고, 괜히 억지로 끌고가는 느낌도 좀 듭니다.
아쉬운 스토리를 뒤로하고 캐릭터들을 보자면 주인공들은 의외로 별 개성이 없는 반면 조연들이 개성이 넘치는 편입니다.
이제는 거의 디즈니 전송 성우가 되어버린 것 같은 앨런 튜딕이 맡은 로봇 캐릭터인 K2SO는 R2D2에 C3PO의 하드웨어를 씌운 것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 최고의 캐릭터가 아닌가 싶군요.
첫 등장부터 임팩트가 상당합니다. 다만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 앨런 튜딕이 이번에는 너무 C3PO같은 목소리로만 연기해서 아쉽군요.
견자단이 맡은 포스 광신도 맹인 무술 고수(...) 역시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 였지만 프리퀄의 한계에 부딪혀 소모된 캐릭터라 안타깝다는 생각이 좀 들었네요.
또 이 영화는 추억을 팔아야 되므로 떡대가 가면을 쓰고 원래 무파사 목소리를 씌우면 완성되는 다스 베이더 말고 다른 쌩얼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당시 모습으로 재현했는데...그렇게 인물들을 회춘 또는 부활시킨 기술이 꽤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막대한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4에서의 대사대로의 전개를 해야되므로 스타워즈 극장판 치고는 꽤나 하드하고 많이 죽어나가는 영화같기도 하네요.
거기 더해서 영화의 설정이 70, 80년대라면 제국=나쁜놈, 반란군=좋은놈 이런식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막장이 되어버린 현 21세기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편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나 싶어집니다(특히 과격한 독립운동가로 등장하는 휘태커 선생의 캐릭터라던지).
그렇다보니 제가 볼때는 일단 스타워즈 이름값을 하긴 할 것 같지만 엄청나게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쓰면 영화가 별로인 것 같지만 스타워즈 클래식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몇몇 대사나 화면 구도에도 환호할 것이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되면 모든 단점이 용서가 될 영화인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익숙한 스타워즈의 형식미(?)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첫 장면(은 아니고 3번째 컷?) 무리해서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구축해 온 형식미(?)를 무리해서 깨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걸 영리하게 연출로 활용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일부러 거의 안 읽고 내렸지만 스포라고 제목에 표시를 해주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