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5
  • 쓰기
  • 검색

<드림 시나리오>: 융을 선택한 과감함, 그래서 감내해야 하는 아쉬움

일인칭시점
2356 7 5

thumb_C59624EF-9D0B-4934-A2A3-633A0C2E2DA7.jpg

 

세상 모든 현상에 우연은 없다 – 칼 구스타프 융 –

 

분석심리학의 아버지인 융의 개념 전반을 관통하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드림 시나리오>가 융의 사상을 뼈대로 삼았다는 점은 굉장히 과감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주인공인 폴이 불특정 다수의 꿈에 나타나는 것 역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현상의 기저에 깔린 원인을 밝히지도, 밝혀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폴이 처한 상황을 아주 무책임하게 관조하고 방치할 뿐이죠.

 

<드림 시나리오>는 융의 집단 무의식 개념을 아예 대사로 언급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 융은 집단 무의식 이론을 구축하면서 두 가지 특징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행동과 판단 전반을 지배하는 영적인 존재,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 내재된 태생적인 공포입니다. 영화는 이 두 가지 특징을 놓치지 않고 극 전개에 적극 활용합니다. 영적인 존재는 폴을 둘러싼 초현실적인 현상의 당위성이 되고, 태생적인 공포는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폴의 존재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죠.

 

다만 융의 관점은 정신분석학계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 만큼 지나치게 관념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따라서 이에 기반한 서사 역시 다소 개연성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저는 <드림 시나리오>가 코미디라는 장르를 택한 점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심리학 개념을 한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중화하는 정통 코미디는 물론 캔슬 컬쳐, SNS 바이럴 등 현대 사회의 병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요소도 엿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죠. 이 모든 걸 극 중심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구현해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원맨쇼 역시 일품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있다면 실험적인 도전에 따르는 한계를 매끄럽게 메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과 그로 인해 기뻐하며 고통받는 인간. 이 과정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주인공 폴의 모습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보인다는 거죠. 물론 영화 초반에 지루하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설정을 줄기차게 강조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연 폴에겐 자아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게 영화가 의도한 바라고 해도 모호한 현상에 갇힌 캐릭터마저 모호하다면 과연 대중이 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캐치할 수 있을까 싶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가 다소 정형화되어 가는 영화계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난해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장르 선택과 연출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이미 해외에서 어느 정도 증명했으니까요. 이제 개봉까지 3일 정도 남았는데, 익무 회원 여러분도 시간 나실 때 한번쯤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설령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 않더라도,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100분이란 러닝 타임이 아깝진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드림시나리오 #오늘은스윗드림 #스윗한추천리뷰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힙합팬
    힙합팬

  • 또또비됴
  • 갓두조
    갓두조
  • 해리엔젤
    해리엔젤
  • Sonatine
    Sonatine
  • golgo
    golgo

댓글 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화볼때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14:28
24.05.26.
profile image 2등
리뷰 잘 봤습니다. 집단 무의식.. 그런 쪽은 좀 생소한 분야라서 찾아서 공부해봐야겠네요.^^
14:30
24.05.26.
profile image 3등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융의 추상성과 신화적 해석이 요즘 와서 묘하게 오컬트붐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14:56
24.05.26.
융의 이론을 영화로 옮긴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이 표면적으로나마 잘 옮긴 것 같아요.
00:54
24.05.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파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1:36 1837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23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20:03 3723
HOT <하얼빈>을 보고 (스포O) 3 폴아트레이드 5시간 전23:18 908
HOT 2024년 12월 24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4시간 전00:01 987
HOT <하얼빈>_ 기획과 스토리텔링의 괴리? 2 싯영화 5시간 전22:49 1399
HOT [존 윅 5]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키아누 리브스 답변 3 시작 시작 6시간 전22:23 1251
HOT 영화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주연배우 샤오잔의 무술... 5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0:06 621
HOT [성탄절 호러] 피로 물드는 크리스마스 - 블랙 크리스마스 14 다크맨 다크맨 14시간 전14:18 1283
HOT <크리스마스 특선> 이스턴 프라미스(2007) 3 해리엔젤 해리엔젤 9시간 전19:44 855
HOT <도호> 2024년 흥행은 첫 900억엔 초과로 역대 1위… ... 4 중복걸리려나 7시간 전20:59 1073
HOT <서브스탠스> 도파민 풀충전 (약스포) 3 콩가라 콩가라 8시간 전19:55 764
HOT 일본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내년 1월 11일 ... 2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0:19 655
HOT <윤희에게(Moonlit Winter, 2019)> 플레이리스트 만들... 3 julia 11시간 전17:19 577
HOT [하얼빈] 이건 상업영화가 아닙니다, 안중근 참회록입니다 5 시작 시작 10시간 전18:35 3263
HOT 하얼빈(2024) 조금 아쉬운 후기(스포) 2 와킨조커 8시간 전19:48 1552
HOT KBS 2TV '스즈메의 문단속' 방영 취소 2 하드보일드느와르 9시간 전19:14 2225
HOT [하얼빈] 영화 감상 포스터들로 요약 - 노스포 1 클랜시 클랜시 9시간 전18:57 995
HOT DCA Cinema 팀이 뽑은 크리스마스 영화들 2 도삐 도삐 9시간 전18:52 591
HOT 94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차기작 제작 진행중 3 NeoSun NeoSun 10시간 전18:04 978
HOT 에이드리언 브로디 <피아니스트> 체중 감량으로 인한 ... 2 카란 카란 11시간 전17:20 795
HOT 독립단편 [졸업작품] 기술시사회 초청합니다 2 Blackiceberg 11시간 전17:06 575
HOT <하얼빈> 후기 6 뚠뚠는개미 11시간 전16:48 4645
1161748
image
내일슈퍼 2시간 전02:05 255
1161747
image
영화에도른자 2시간 전01:48 310
1161746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3시간 전01:29 448
1161745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4시간 전00:42 205
116174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17 595
1161743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0:09 637
1161742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0:01 987
1161741
image
Sonatine Sonatine 5시간 전23:31 765
1161740
image
kknd2237 5시간 전23:24 814
1161739
image
폴아트레이드 5시간 전23:18 908
1161738
image
싯영화 5시간 전22:49 1399
1161737
normal
카스미팬S 6시간 전22:26 1021
1161736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22:23 1251
1161735
image
카란 카란 7시간 전21:40 1443
1161734
normal
와킨조커 7시간 전21:29 799
1161733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7시간 전21:16 366
1161732
image
중복걸리려나 7시간 전20:59 1073
1161731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0:47 917
1161730
image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0:19 655
1161729
image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0:06 621
1161728
normal
8시간 전20:06 883
1161727
file
콩가라 콩가라 8시간 전19:55 764
1161726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8시간 전19:53 543
1161725
normal
와킨조커 8시간 전19:48 1552
1161724
image
해리엔젤 해리엔젤 9시간 전19:44 855
1161723
image
IMAX IMAX 9시간 전19:25 649
1161722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9시간 전19:23 1917
1161721
image
뚠뚠는개미 9시간 전19:14 411
1161720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9시간 전19:14 2225
1161719
normal
릭과모티 릭과모티 9시간 전19:01 1209
1161718
image
클랜시 클랜시 9시간 전18:57 995
1161717
image
도삐 도삐 9시간 전18:52 591
116171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0시간 전18:38 633
1161715
image
시작 시작 10시간 전18:35 3263
1161714
normal
하늘위로 10시간 전18:14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