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5
  • 쓰기
  • 검색

<드림 시나리오>: 융을 선택한 과감함, 그래서 감내해야 하는 아쉬움

일인칭시점
2747 7 5

thumb_C59624EF-9D0B-4934-A2A3-633A0C2E2DA7.jpg

 

세상 모든 현상에 우연은 없다 – 칼 구스타프 융 –

 

분석심리학의 아버지인 융의 개념 전반을 관통하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드림 시나리오>가 융의 사상을 뼈대로 삼았다는 점은 굉장히 과감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주인공인 폴이 불특정 다수의 꿈에 나타나는 것 역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현상의 기저에 깔린 원인을 밝히지도, 밝혀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폴이 처한 상황을 아주 무책임하게 관조하고 방치할 뿐이죠.

 

<드림 시나리오>는 융의 집단 무의식 개념을 아예 대사로 언급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 융은 집단 무의식 이론을 구축하면서 두 가지 특징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행동과 판단 전반을 지배하는 영적인 존재,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 내재된 태생적인 공포입니다. 영화는 이 두 가지 특징을 놓치지 않고 극 전개에 적극 활용합니다. 영적인 존재는 폴을 둘러싼 초현실적인 현상의 당위성이 되고, 태생적인 공포는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폴의 존재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죠.

 

다만 융의 관점은 정신분석학계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 만큼 지나치게 관념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따라서 이에 기반한 서사 역시 다소 개연성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저는 <드림 시나리오>가 코미디라는 장르를 택한 점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심리학 개념을 한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중화하는 정통 코미디는 물론 캔슬 컬쳐, SNS 바이럴 등 현대 사회의 병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요소도 엿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죠. 이 모든 걸 극 중심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구현해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원맨쇼 역시 일품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있다면 실험적인 도전에 따르는 한계를 매끄럽게 메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과 그로 인해 기뻐하며 고통받는 인간. 이 과정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주인공 폴의 모습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보인다는 거죠. 물론 영화 초반에 지루하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설정을 줄기차게 강조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연 폴에겐 자아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게 영화가 의도한 바라고 해도 모호한 현상에 갇힌 캐릭터마저 모호하다면 과연 대중이 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캐치할 수 있을까 싶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가 다소 정형화되어 가는 영화계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난해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장르 선택과 연출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이미 해외에서 어느 정도 증명했으니까요. 이제 개봉까지 3일 정도 남았는데, 익무 회원 여러분도 시간 나실 때 한번쯤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설령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 않더라도,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100분이란 러닝 타임이 아깝진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드림시나리오 #오늘은스윗드림 #스윗한추천리뷰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창민쓰

  • 또또비됴
  • 갓두조
    갓두조
  • 해리엔젤
    해리엔젤
  • Sonatine
    Sonatine
  • golgo
    golgo

댓글 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화볼때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14:28
24.05.26.
profile image 2등
리뷰 잘 봤습니다. 집단 무의식.. 그런 쪽은 좀 생소한 분야라서 찾아서 공부해봐야겠네요.^^
14:30
24.05.26.
profile image 3등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융의 추상성과 신화적 해석이 요즘 와서 묘하게 오컬트붐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14:56
24.05.26.
융의 이론을 영화로 옮긴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이 표면적으로나마 잘 옮긴 것 같아요.
00:54
24.05.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야당 후기 (스포) 및 남아있는 찝찝함을 개인적으로 상상력... 2 hansol 1시간 전23:54 286
HOT 2025년 4월 20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시간 전00:01 510
HOT 에이리언2 영화팜플렛 5 입술 입술 4시간 전20:53 870
HOT <YAIBA> 리메이크 오프닝 영상 공개 4 중복걸리려나 7시간 전18:28 850
HOT [야당] CGV 골든 에그 점수 97% 8 시작 시작 6시간 전19:19 1168
HOT 야당 부산 무대인사 2 e260 e260 6시간 전19:10 723
HOT 'The King of Kings'에 대한 단상 5 네버랜드 네버랜드 6시간 전19:05 862
HOT 야당 / 사유리 봤습니다 5 카스미팬S 7시간 전18:03 1022
HOT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첫날 흥행수입 10억엔 돌파 4 중복걸리려나 8시간 전17:29 794
HOT 스포일러) 영화 [야당]을 보고 왔습니다 2 뭉실리뷰 뭉실리뷰 9시간 전16:12 897
HOT 존 번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캐스팅, 나도 조금은 기여... 2 카란 카란 15시간 전09:53 1709
HOT <결혼 피로연> 윤여정 & 조안 첸 인터뷰 3 카란 카란 15시간 전10:32 1280
HOT 몰리 링월드 <조찬 클럽> “리메이크는 반대” 2 카란 카란 11시간 전14:51 743
HOT 소더버그 감독 '블랙 백' 흥행 부진에 좌절감 느꼈다 6 golgo golgo 11시간 전14:50 2233
HOT 페드로 파스칼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출연, 정... 5 카란 카란 11시간 전14:47 2075
HOT [야당] 뻔하지만 깔끔하다 4 화기소림 화기소림 11시간 전14:23 893
HOT 윤여정, 할리우드 신작 인터뷰서 "아들이 동성애자&quo... 7 시작 시작 11시간 전14:00 2557
HOT 5월 23일 개봉 예정 <릴로와 스티치>-<미션 임파서... 3 Tulee Tulee 12시간 전13:01 1333
HOT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누적 관객 수 50만 돌파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3시간 전12:38 462
HOT 오늘 ‘오딧세이‘ 이탈리아 세트장 - 배 도착 1 NeoSun NeoSun 14시간 전11:51 1533
1173353
normal
시작 시작 12분 전01:39 67
117335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4분 전01:07 105
117335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7분 전01:04 80
1173350
image
선선 1시간 전00:33 232
1173349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00:24 120
117334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00:15 136
1173347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00:12 177
1173346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00:01 510
1173345
normal
hansol 1시간 전23:54 286
1173344
image
GI 2시간 전22:54 439
1173343
image
선선 3시간 전21:53 352
117334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1:25 535
117334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1:22 536
1173340
image
입술 입술 4시간 전20:53 870
1173339
image
Sonatine Sonatine 5시간 전19:53 506
1173338
normal
Sonatine Sonatine 6시간 전19:47 454
1173337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19:19 1168
1173336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10 723
1173335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09 549
1173334
image
e260 e260 6시간 전19:09 618
1173333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6시간 전19:05 862
117333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7시간 전18:37 448
1173331
normal
중복걸리려나 7시간 전18:28 850
1173330
normal
카스미팬S 7시간 전18:03 1022
117332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8시간 전17:41 596
1173328
image
중복걸리려나 8시간 전17:29 794
1173327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6:18 756
1173326
image
뭉실리뷰 뭉실리뷰 9시간 전16:12 897
1173325
image
Sonatine Sonatine 9시간 전15:52 717
1173324
image
카스미팬S 10시간 전15:05 553
1173323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14:58 1408
1173322
image
카란 카란 11시간 전14:51 743
1173321
image
golgo golgo 11시간 전14:50 2233
1173320
image
카란 카란 11시간 전14:47 2075
1173319
normal
화기소림 화기소림 11시간 전14:23 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