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누구인지 그게 중요하나요? <라쇼몽> 후기
비단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이 아니어도 일본 영화사를 통틀어 최고의 걸작을 고르라 한다면 먼저 이 영화를 넣어야 합니다
뭐 적어도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재밌게도 <라쇼몽>을 보는 관객은 그저 영화를 보기만 하는 관람객에 지나지 않고 나생문 아래 비를 피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승려와 나무꾼과 같이 무엇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되묻는,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수사관이 됩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한 남자가 나생문 아래에 비를 피하려다 나무꾼과 승려를 만납니다
이들은 며칠 전 벌어진 사무라이 살인사건의 증인입니다
남자는 비가 금방 그치지 않을테니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했고, 승려는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가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살인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말해줍니다
나무꾼은 범행현장의 최초발견자이자 신고자입니다
승려는 피해자인 사무라이가 최근 혼인하여 미인의 아내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목격한 목격자입니다
사무라이를 죽인 건 근방에 악질 도적으로 유명한 타죠마루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피해자의 아내도 증인으로 나타납니다
범인도 잡히고 목격자도 있으니 이대로 끝나야 할 사건은 어째선지 증인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면서 이상한 국면을 맞이합니다
한 남자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자기가 죽였다 말하지만 목격자는 범인이 죽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무당이 불러낸 피해자의 영혼마저 이 둘과 다른 증언을 하며 사실은 자기가 스스로 자결했다 증언합니다
한 남자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어느 순간부터 중요해지지 않습니다
피의자는 본인이 범인이라 주장하고, 피해자는 자결이라 주장하는 기이한 증언들이 난무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들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고, 후반에 드러난 진실마저 그것이 진실인지 확정지을 수 없습니다
70년이 넘은 고전중에서도 고전이지만 현대에 와서 봐도 소름끼치는 걸작입니다
과거의 사극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 이야기는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적용가능합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표현함에 있어 이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습니다
유일하게 진실을 말한 증인은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승려였을뿐, 모두가 자기 유리한대로 과거를 조작하려 했다는 것이죠
길게 말하기 꺼려지는 작품입니다
흑백영화라고 현대에 보기엔 여러모로 감안해야하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면이 전혀 없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칼싸움 장면도 굉장히 잘 만들어졌어요
영화의 결말은 정말 미묘합니다
여러분은 과연 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말할지 배드엔딩이라 말할지 궁금해집니다
제 마음속에선 만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그놈의 자존심..."
스누P
추천인 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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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에 강도가 들어서 주인공 일행이 말려드는데 저마다 경찰관에게 자기가 결정적인 활약을 해서 범인을 잡았다고 지껄이는~
(심지어 회상하는 캐릭터에 따라 강도가 처음에 탈쓰고 들어와서 부르는 노래까지 달라짐)
현대에도 수없이 많은 영화가 따라하고 있는 걸작이죠.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