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공백 - 간단 후기(추천입니다!)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오키쿠와 세계>였습니다. 소시민 즉 바닥에 붙어 사는 사람이 사랑을 알고 사랑을 말하며, 세계에 대해 깨우치는 내용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판타지는 이런 것이야, 하고 말했던 <웡카>도 나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사계를 보여주었던 <땅에 쓰는 시>도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주었습니다. 참, 빼먹으면 안 되는 <울산의 별>도 있네요.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정순>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였습니다. 속에 그냥 콱 울혈이 맺히는 듯한 영화였어요.
그런데!
여기에 얹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영화가 <공백>이었네요.
네이버에서 긁어온 줄거리는!
어느 날, 소에다의 딸 카논은 슈퍼에서 매니큐어를 집어들고, 곧 점장 아오야기에게 팔을 붙잡힌다. 카논은 곧장 달아나지만 아오야기에게 쫓기다 두 차례 차에 치이고 만다. 카논의 장례식에 찾아온 아오야기에게, 소에다는 "나는 딸이 도둑질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분노한다.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게다가 소에다 자신조차도, 되돌릴 수 없는 극지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죽음을 가운데에 두고. 그 죽음의 사변에 위치한 인물들을 고찰하는 드라마입니다. 영화보다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소위 '와이드쇼'로 표현하는 일본 언론의 집요함과 경박함에 대해 자주 다룹니다. 물론 길어야 일주일이면, 술안주에도 오르지 못하게 될 특정 사건에 대해 미치도록 들러붙는 언론 관계자의 이야기는 비단 일본뿐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황색 언론을 저변에 두고, 소녀의 죽음을 통해 얽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고 성찰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서로 간에 중첩하는 감정의 근원을 관객이 직접 공유하는 듯한 데까지 다다르게 합니다. 즉 페이소스를 느끼게끔 잘 만들었습니다.
증후군 시리즈 이후, 괄목할 만한 작가적 성장을 이뤄낸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을 마치 화면으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난반사, 같은 소설에서 여러 사람의 시점을 중첩해 결국에 하나의 플롯으로 엮어낸 작가적 성찰을 <공백>이라는 영화에서 본 것 같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물론 영화가 즐거운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만큼 만족감이 큰 영화였습니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차이를 말하라면, 정확하지는 않겠으나 속도와 방향이라는 생각을 더러 합니다. 이 영화도 분명 한국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그러하기에 많은 분들은 지루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가진 깊이와 거기서 우러난 페이소스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즉물적인 재미와 분명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만, 영화적 완성도와 성취라는 측면에서 인간을 잘 다루어낸 영화였습니다.
영화 <실종>에서 활약했던 이토 아오이는, 짧게 등장해 산화하는 역할임에도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우수에 어린 눈빛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깊이 있게 묘사되는지. 그리고 그 말로 이후, 엮여드는 사람들에게 박혀 빼지지 않는 가시 같은 모습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랑의 달>에서 활약했던 마츠자카 토리가 슈퍼의 점장으로, 그리고 후루타 아라타 배우님이 딸을 잃은 아버지로 분합니다.
많이들 보셨으면 하게 되네요. 오랜만에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추천인 2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늦은 밤인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늘 행복하십시오.
비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합니다.
후루타 아라타는 <기생충> 일본 연극의 송강호 캐릭터 역할 맡은 걸로 알아요.
하나 배워가네요. 기생충 일본 연극에서!!! 후루타 아라타... 자주 본 배우인데요, 주로 짧은 조연으로 많이 나오시다 이렇게 주연 롤이라 새로웠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