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웨이브) 공백 - 간단 후기(추천입니다!)

소설가 소설가
2620 2 4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오키쿠와 세계>였습니다. 소시민 즉 바닥에 붙어 사는 사람이 사랑을 알고 사랑을 말하며, 세계에 대해 깨우치는 내용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판타지는 이런 것이야, 하고 말했던 <웡카>도 나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사계를 보여주었던 <땅에 쓰는 시>도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주었습니다. 참, 빼먹으면 안 되는 <울산의 별>도 있네요.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정순>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였습니다. 속에 그냥 콱 울혈이 맺히는 듯한 영화였어요.

 

그런데!

 

여기에 얹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영화가 <공백>이었네요. 

 

스크린샷 2024-05-02 223031.png.jpg

 

네이버에서 긁어온 줄거리는!

 

어느 날, 소에다의 딸 카논은 슈퍼에서 매니큐어를 집어들고, 곧 점장 아오야기에게 팔을 붙잡힌다. 카논은 곧장 달아나지만 아오야기에게 쫓기다 두 차례 차에 치이고 만다. 카논의 장례식에 찾아온 아오야기에게, 소에다는 "나는 딸이 도둑질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분노한다.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게다가 소에다 자신조차도, 되돌릴 수 없는 극지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죽음을 가운데에 두고. 그 죽음의 사변에 위치한 인물들을 고찰하는 드라마입니다. 영화보다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소위 '와이드쇼'로 표현하는 일본 언론의 집요함과 경박함에 대해 자주 다룹니다. 물론 길어야 일주일이면, 술안주에도 오르지 못하게 될 특정 사건에 대해 미치도록 들러붙는 언론 관계자의 이야기는 비단 일본뿐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황색 언론을 저변에 두고, 소녀의 죽음을 통해 얽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고 성찰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서로 간에 중첩하는 감정의 근원을 관객이 직접 공유하는 듯한 데까지 다다르게 합니다. 즉 페이소스를 느끼게끔 잘 만들었습니다. 

 

증후군 시리즈 이후, 괄목할 만한 작가적 성장을 이뤄낸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을 마치 화면으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난반사, 같은 소설에서 여러 사람의 시점을 중첩해 결국에 하나의 플롯으로 엮어낸 작가적 성찰을 <공백>이라는 영화에서 본 것 같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물론 영화가 즐거운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만큼 만족감이 큰 영화였습니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차이를 말하라면, 정확하지는 않겠으나 속도와 방향이라는 생각을 더러 합니다. 이 영화도 분명 한국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그러하기에 많은 분들은 지루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가진 깊이와 거기서 우러난 페이소스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즉물적인 재미와 분명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만, 영화적 완성도와 성취라는 측면에서 인간을 잘 다루어낸 영화였습니다. 

 

영화 <실종>에서 활약했던 이토 아오이는, 짧게 등장해 산화하는 역할임에도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우수에 어린 눈빛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깊이 있게 묘사되는지. 그리고 그 말로 이후, 엮여드는 사람들에게 박혀 빼지지 않는 가시 같은 모습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랑의 달>에서 활약했던 마츠자카 토리가 슈퍼의 점장으로, 그리고 후루타 아라타 배우님이 딸을 잃은 아버지로 분합니다.

 

많이들 보셨으면 하게 되네요. 오랜만에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카란
    카란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일본 개봉 전 예고편 보고 궁금했던 작품인데 봐야겠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23:27
24.05.02.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카란
일단 저는, 매우 흥미롭게 봤더랍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분명 좋았습니다.
늦은 밤인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늘 행복하십시오.
23:37
24.05.02.
profile image 2등

비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합니다.

후루타 아라타는 <기생충> 일본 연극의 송강호 캐릭터 역할 맡은 걸로 알아요.

10:05
24.05.03.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감정을 중첩하고 인물 간에 연결되는 유기적인 모습이 참 마음에 든 영화였습니다.

하나 배워가네요. 기생충 일본 연극에서!!! 후루타 아라타... 자주 본 배우인데요, 주로 짧은 조연으로 많이 나오시다 이렇게 주연 롤이라 새로웠습니다.
15:14
24.05.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마츠시게 유타카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1 e260 e260 54분 전07:42 101
HOT 침범,노보케인,장난을잘치는타카키양 관람평들(사실 다괜찮... 1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04:12 170
HOT 애냐 테일러 조이 애플TV '럭키' 시리즈 세트장샷 NeoSun NeoSun 7시간 전00:50 545
HOT 시네마스코어 ‘블랙 백‘ ‘노보케인‘ B / ‘지구가 폭발한 날 ... 2 NeoSun NeoSun 7시간 전00:43 637
HOT (루머) 샹치, ’어벤저스 둠스데이’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 ... NeoSun NeoSun 7시간 전00:41 610
HOT <노보케인> 뇌절 장인 4 뚠뚠는개미 8시간 전00:07 1202
HOT 2025년 3월 15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8시간 전00:01 1157
HOT 오늘 故서희원, 묘지에 안장(feat. 구준엽 참여) 2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3:52 1459
HOT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스포O) 2 폴아트레이드 9시간 전23:31 583
HOT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 (노스포) 8 스티븐킴 스티븐킴 10시간 전21:44 979
HOT <간니발 시즌 2> 공식 예고편 | 디즈니+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1시간 전20:54 884
HOT 마블 영화 출연 안 내킨다는 제나 오르테가 4 golgo golgo 12시간 전20:10 2346
HOT 현시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경품 현황 2 광제스님 12시간 전19:37 643
HOT 개인적으로 뽑는 B급 영화 명작선 14 스누P 13시간 전19:03 2228
HOT A24 전쟁 영화 '워페어' 대호평 해외 SNS 반응 5 golgo golgo 15시간 전17:36 2756
HOT ‘오딧세이’ 세트장 - 사이클롭스 신 촬영, 뉴 아맥카메라 헬기 2 NeoSun NeoSun 15시간 전17:28 1599
HOT 라이프 오브 척 - 공식 티저 예고편 [한글 자막] 2 푸돌이 푸돌이 15시간 전17:22 918
HOT <언젠틀 오퍼레이션> 후기 2 아크맨 16시간 전16:20 787
HOT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온 편지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6시간 전16:05 1194
HOT 봉준호 감독 영화 레터박스 점수 순위 5 시작 시작 16시간 전16:03 2263
1169862
image
e260 e260 54분 전07:42 101
1169861
image
e260 e260 54분 전07:42 104
1169860
image
e260 e260 55분 전07:41 85
1169859
image
e260 e260 57분 전07:39 124
1169858
image
e260 e260 57분 전07:39 115
1169857
normal
다솜97 다솜97 1시간 전07:07 128
1169856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04:12 170
1169855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1:24 491
1169854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0:50 545
1169853
image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00:48 327
1169852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0:45 359
1169851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0:43 637
1169850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0:41 610
1169849
image
뚠뚠는개미 8시간 전00:07 1202
1169848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00:01 1157
1169847
image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23:52 1459
1169846
normal
Sonatine Sonatine 8시간 전23:45 345
1169845
image
폴아트레이드 9시간 전23:31 583
1169844
normal
스티븐킴 스티븐킴 10시간 전21:44 979
1169843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21:32 880
1169842
image
golgo golgo 11시간 전21:18 883
116984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1시간 전20:54 884
1169840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1시간 전20:50 343
1169839
normal
시작 시작 12시간 전20:15 2114
1169838
image
시작 시작 12시간 전20:12 2193
1169837
image
golgo golgo 12시간 전20:10 2346
116983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2시간 전19:55 325
1169835
image
광제스님 12시간 전19:37 643
1169834
image
스누P 13시간 전19:03 2228
1169833
image
Sonatine Sonatine 14시간 전18:25 493
1169832
image
golgo golgo 15시간 전17:36 2756
1169831
image
NeoSun NeoSun 15시간 전17:31 1861
1169830
image
NeoSun NeoSun 15시간 전17:28 1599
1169829
normal
푸돌이 푸돌이 15시간 전17:22 918
1169828
normal
기다리는자 15시간 전16:46 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