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웨이브) 공백 - 간단 후기(추천입니다!)

소설가 소설가
943 2 4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오키쿠와 세계>였습니다. 소시민 즉 바닥에 붙어 사는 사람이 사랑을 알고 사랑을 말하며, 세계에 대해 깨우치는 내용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판타지는 이런 것이야, 하고 말했던 <웡카>도 나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사계를 보여주었던 <땅에 쓰는 시>도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주었습니다. 참, 빼먹으면 안 되는 <울산의 별>도 있네요.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정순>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였습니다. 속에 그냥 콱 울혈이 맺히는 듯한 영화였어요.

 

그런데!

 

여기에 얹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영화가 <공백>이었네요. 

 

스크린샷 2024-05-02 223031.png.jpg

 

네이버에서 긁어온 줄거리는!

 

어느 날, 소에다의 딸 카논은 슈퍼에서 매니큐어를 집어들고, 곧 점장 아오야기에게 팔을 붙잡힌다. 카논은 곧장 달아나지만 아오야기에게 쫓기다 두 차례 차에 치이고 만다. 카논의 장례식에 찾아온 아오야기에게, 소에다는 "나는 딸이 도둑질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분노한다.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게다가 소에다 자신조차도, 되돌릴 수 없는 극지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죽음을 가운데에 두고. 그 죽음의 사변에 위치한 인물들을 고찰하는 드라마입니다. 영화보다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소위 '와이드쇼'로 표현하는 일본 언론의 집요함과 경박함에 대해 자주 다룹니다. 물론 길어야 일주일이면, 술안주에도 오르지 못하게 될 특정 사건에 대해 미치도록 들러붙는 언론 관계자의 이야기는 비단 일본뿐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황색 언론을 저변에 두고, 소녀의 죽음을 통해 얽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고 성찰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서로 간에 중첩하는 감정의 근원을 관객이 직접 공유하는 듯한 데까지 다다르게 합니다. 즉 페이소스를 느끼게끔 잘 만들었습니다. 

 

증후군 시리즈 이후, 괄목할 만한 작가적 성장을 이뤄낸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을 마치 화면으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난반사, 같은 소설에서 여러 사람의 시점을 중첩해 결국에 하나의 플롯으로 엮어낸 작가적 성찰을 <공백>이라는 영화에서 본 것 같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물론 영화가 즐거운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만큼 만족감이 큰 영화였습니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차이를 말하라면, 정확하지는 않겠으나 속도와 방향이라는 생각을 더러 합니다. 이 영화도 분명 한국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그러하기에 많은 분들은 지루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가진 깊이와 거기서 우러난 페이소스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즉물적인 재미와 분명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만, 영화적 완성도와 성취라는 측면에서 인간을 잘 다루어낸 영화였습니다. 

 

영화 <실종>에서 활약했던 이토 아오이는, 짧게 등장해 산화하는 역할임에도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우수에 어린 눈빛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깊이 있게 묘사되는지. 그리고 그 말로 이후, 엮여드는 사람들에게 박혀 빼지지 않는 가시 같은 모습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랑의 달>에서 활약했던 마츠자카 토리가 슈퍼의 점장으로, 그리고 후루타 아라타 배우님이 딸을 잃은 아버지로 분합니다.

 

많이들 보셨으면 하게 되네요. 오랜만에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카란
    카란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일본 개봉 전 예고편 보고 궁금했던 작품인데 봐야겠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23:27
24.05.02.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카란
일단 저는, 매우 흥미롭게 봤더랍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분명 좋았습니다.
늦은 밤인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늘 행복하십시오.
23:37
24.05.02.
profile image 2등

비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합니다.

후루타 아라타는 <기생충> 일본 연극의 송강호 캐릭터 역할 맡은 걸로 알아요.

10:05
24.05.03.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감정을 중첩하고 인물 간에 연결되는 유기적인 모습이 참 마음에 든 영화였습니다.

하나 배워가네요. 기생충 일본 연극에서!!! 후루타 아라타... 자주 본 배우인데요, 주로 짧은 조연으로 많이 나오시다 이렇게 주연 롤이라 새로웠습니다.
15:14
24.05.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3:34 879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44 익무노예 익무노예 24.05.10.09:31 3746
HOT 21세기 년도별 최고의 영화 (2000~2024) 1 Sonachine Sonachine 38분 전20:30 223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ScreenX 스틸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0분 전20:18 230
HOT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런칭 포스터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2분 전20:16 160
HOT 폴 다노-알리시아 비칸데르-주드 로-잭 갈라피아나키스-톰 ... 1 Tulee Tulee 1시간 전19:11 259
HOT 듀크 니콜슨-윌리엄 H.메이시-티파니 하디시-스티븐 도프-제... 1 Tulee Tulee 1시간 전19:10 105
HOT CGV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TTT 2 오래구워 3시간 전17:34 919
HOT <범죄도시4> 흥행 감사 무대인사 사진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6:47 466
HOT [불금호러 No.30] 지알로 영화 제작 현장으로 - 버베리안 스... 6 다크맨 다크맨 10시간 전10:19 918
HOT (SSU) 소니 총책임자 결정: 오류 수정 10 applejuice applejuice 6시간 전15:06 1794
HOT '드림 시나리오' 후기..웃기고 섬뜩한 풍자극 7 golgo golgo 5시간 전16:04 1212
HOT '메갈로폴리스' 칸영화제 시사회 현장 분위기와 ... 4 NeoSun NeoSun 6시간 전14:35 1120
HOT 삼식이삼촌 5회까지 어제 다 봤습니다 1 카스미팬S 6시간 전14:28 1955
HOT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양조위 2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4:36 506
HOT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괜찮아', 위로의 다독임 3 다솜97 다솜97 6시간 전14:09 333
HOT (MCU) 노바 제작소식 2 applejuice applejuice 7시간 전14:06 1595
HOT <삼체> 새 에피소드 제작 확정 예고편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13:39 1560
HOT [더 에이트 쇼] 국내 언론 매체 리뷰 모음 3 시작 시작 7시간 전13:28 2193
HOT (MCU) 어벤져스5 소식 5 applejuice applejuice 8시간 전12:48 7649
HOT '퓨리오사' 추가된 로튼 탑크리틱 리뷰들 2 golgo golgo 9시간 전12:06 1785
HOT 코폴라 감독의 '메갈로폴리스' 로튼토마토 리뷰 15 golgo golgo 11시간 전09:38 3200
1136929
image
NeoSun NeoSun 1분 전21:07 6
1136928
image
카란 카란 9분 전20:59 32
1136927
image
NeoSun NeoSun 11분 전20:57 52
1136926
image
NeoSun NeoSun 18분 전20:50 82
1136925
image
NeoSun NeoSun 21분 전20:47 83
1136924
normal
applejuice applejuice 27분 전20:41 139
1136923
image
NeoSun NeoSun 33분 전20:35 175
1136922
image
golgo golgo 35분 전20:33 115
1136921
image
Sonachine Sonachine 38분 전20:30 223
1136920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9분 전20:29 140
113691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0분 전20:18 230
1136918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2분 전20:16 160
113691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0:08 114
1136916
normal
시리얼 1시간 전20:04 105
1136915
normal
몽키디루히 1시간 전19:39 170
1136914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9:30 227
1136913
image
영화10도 1시간 전19:27 137
1136912
normal
Moby 1시간 전19:22 193
113691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19:17 964
113691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3 177
1136909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2 132
1136908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2 109
113690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1 259
113690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9:11 355
1136905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1 90
1136904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9:10 105
1136903
normal
갸냐다매 2시간 전18:43 358
1136902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43 501
1136901
normal
runaway 2시간 전18:35 131
1136900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18:19 474
1136899
normal
아즈92 2시간 전18:12 440
113689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8:03 499
113689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42 434
113689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35 347
1136895
image
오래구워 3시간 전17:34 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