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춘 마리안느 (1955) 아름다운 환상의 서정시. 스포일러 있음.
나의 청춘 마리안느는 한 세대 사람들을 홀린 영화다.
이장호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계속 만든 이유가 이 영화 속 마리안느를 찾고픈 욕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다.
영화는 어느 젊은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뱅상. 꿈속에서 또 네 노랫소리가 들렸다.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꿈속에서 네 노랫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그러면 나는,
그 알프스산의 신선한 나뭇잎 향기와 깨끗한 공기를 느끼게 된다.
멀리 고성(古城)이 올려다 보인다.
네 노랫소리는
나뭇가지들을 열어젖히고 신비로운 길을 내게 보여준다.
보이지 않던 길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때 나는 알프스 산 호숫가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말만 기숙학교일 뿐, 부모에게 내동댕이쳐진 반쯤 고아들이
거기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 무대가 알프스산 호숫가에 있는 오래된 기숙학교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사춘기 소년들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 - 끝없이 순수한 것을 무한히 동경하는 소년들이다.
그들을 닮아, 흑백화면은 너무나 깨끗하고 투명하고 알프스산 숲의 싱그런 향기가 풍긴다.
화자인 등장인물이 바라본 그의 친구 뱅상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뱅상은 사춘기 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다. 그는 그 학교 학생들은 보도 못한
미국이라는 곳에서 왔다고 한다.
이 영화는 뱅상이 호수를 건너 어느 고성(古城)에 갔다가
마리안느라는 신비로운 소녀를 만나는 내용이다. 추억의 마니라는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
하지만 마니와 이런 저런 모험을 함께 겪는 애니메이션 주인공과는 달리
뱅상은 마리안느를 두번 아주 짧게 만난다. 마리안느는 어느 시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신비한 소녀다.
유령인 것같기도 하고 사람인 것같기도 하다. 하지만, 유령이든 사람이든
마리안느는 순결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마치 금방이라고 사라져 버릴 신기루처럼
신비로운 아련함을 가진 소녀다.
끝없이 순결한 것을 갈망하던 뱅상은, 자기 갈망을 구현한 듯한 마리안느를 고성(古城)에서 혼자 만난다.
뱅상 외에 그 누구도, 마리안느가 존재했던 것을 본 사람이 없다.
마리안느는 외롭던 뱅상의 마음을
소녀다운 사랑으로 품어준다.
하지만 그 후 뱅상은 마리안느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면 찾아다니기라도 할 텐데,
실존하는 인물이었는지 아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고성(古城)은 텅 비어 있고, 적막만이 감돈다. 뱅상은 혼자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그 고성(古城)으로 가 미친듯 헤메다가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멘다.
영화가 어찌나 잘 만들어젔는지, 관객들은 뱅상의 미칠 듯한 갈구와 그리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찾을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리안느는. 뱅상은 채워질 수 없는 갈망과 그리움으로
마리안느를 찾아 세상 끝에서 끝까지 헤메다닐 지도 모른다.
뱅상은 갑자기 어른이 된다. 마리안느를 찾아 그는 산을 내려간다.
친구는 숲 속 기숙학교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뱅상의 뒷모습을 보며
그를 전송한다.
이 영화 속 마리안느의 모습은 정말 신비롭고 깨끗하다. 배우 이름이 마리안느 홀트였다고 하는 것을 보니,
예명이 아니었을까? 여배우가 아니라, 청소를 하는 소녀였던 것을 주연배우로 기용했던 것이라 한다.
그리고, 나의 청춘 마리안느로 스타가 되었지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미칠 듯이 아련한 영화다. 감독이 신기가 내려서 만든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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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글의 문체가 고풍스러워서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