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유 캔 카운트 온 미 (2000)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872 4 6

"너는 내게 의지할 수 있어"

고아가 된 어느 누나와 동생의 이야기다. 이만큼 따스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싱글맘 쌔미는 뉴저지 어느 작은 마을에서 평생 살아왔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미국의 작은 마을 - 모든 것이 반듯하고 잘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고 -

적당한 부촌이다. 마을사람들끼리 잘 안다. 함께 태어나 자라왔으니까.  

쌔미는 그런곳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단 하나, 외롭다. 무슨 일 하나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다. 

 

그런 그녀에게 남동생 테리가 연락을 해 온다.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쌔미는 오랜만에 남동생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이며 기차역으로 나간다. 남동생은, 그런데, 돈만 받고 떠나가려 한다. 

쌔미는 화를 낸다. 오랜만에 만나서 대화도 없이 그렇게 떠나가는 법 있냐고. 테리는 할 수 없이 쌔미의 집으로 함께

간다. 말쑥한 뉴저지 부촌의 깔끔하고 정장 입은 누나 - 다 떨어진 옷을 입은, 헝클어진 머리의 노숙자같은 동생.

부모님의 사고로 돌아가신 후, 누나와 동생은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난 사이다. 

테리는, 뉴저지의 쾌적하고 고독한 삶을 떠나서, 이리저리 떠돌며 막노동을 하며 살아 온 동생이다.

변변한 교육같은 것도 받지 못해서, 뭘 해서 먹고 살고 있나 심히 의심스런 동생이다.  

쌔미가 동생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고 애틋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세상을 떠돌고 있을, 동생은 소식 하나 전하지 않았었다.

 

마크 러팔로가 동생 테리로 나와서 명연을 펼친다. 두서 없고 솔직 직정적이다.

예의 차리고 모든것이 반듯 규격에 맞는 이 동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누나와 동생은 전혀 성격이 맞지 않는다. 동생도 이 숨막히는 뉴져지의 부촌이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누나는 이 동생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누나의 애정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도 동생뿐이다.

남매는 서로를 이해한다. 하지만, 동생은 누나를 떠나서 세상을 떠돌아야 한다. 노숙자가 되고 길바닥에 쓰러져 죽을 지라도 그는 바깥세상에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타고났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영화가 아주 조용하고 깔끔하고 투명하다. 이 영화는 아주 세련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주제곡으로 영화 내내 울리는 바하의 무반주 첼로조곡처럼. 

쌔미의 일상을 투영하는 음악이다. 이 영화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가 아니다. 

쌔미와 테리의 성격을 투렷이 각인하고, 그들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부각시킨다.

무한한 애정과 이해, 그러나 메울 수 없는 간극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그들 간 관계이다.  

 

쌔미와 테리가 함께 살기 시작하자, 테리의 이런 행동들은 쌔미의 조용하고 안정된 삶에 트러블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엉망진창이 되고 마는, 조용한 수면같은 쌔미의 삶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 간에 다툼이 일기 시작한다. 

테리는 자기가 누나를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안다. 

 

테리를 배웅하러 기차역에 온 쌔미가 테리와 함께 벤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장면은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다. 

로라 리니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를 안겨 준 그 장면이다.

 

쌔미: 어디로 갈 거니?

테리: 글쎄...주차장에서 며칠 일해 여비를 마련해가지고...... 내가 임신시킨 여자친구를 만나러 갈까. 여자친구 아버지가 몇대 때리면 그냥 맞고......

쎄미: (정색하며) 누가 너 때리는 것 싫어. (울음을 터뜨리며) 최소한 어디 갈 지 그것이라도 정한 다음 떠나면 안 되니?

테리: 아냐, 어디로 갈 지 나 다 정해 놓았어. 가만 있자......그래, 알래스카로 갈 거야. 알래스카는 내게 늘 행운을 가져다 주었거든. 거기서 어떻게 돈을 모은 다음, 남쪽으로 내려갈 거야.

쌔미: (계속 울면서) 지금 헤어지면 다시는 못만날 것 같아.

테리: 아냐, 왜 못 만나. 쌔미, 내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올께, 우리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내자.

 

내가 어디에 있든, 어디에서 어떤 멍청하고 더러운 짓을 하고 있든, 나는 늘 기억할 거야. 여기 집에 내가 무슨짓을 하든 받아줄 누나가 있다는 것을. 여기 누나가 있다는 것을.

 

소위 글 잘 쓴다는 사람들은, 이 정도는 써야 한다. 구구절절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여주인공 로라 리니 그리고 남주인공 마크 러팔로의 명연도 대단하다. 톤 하나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면서,

감정의 진폭은 폭발시키듯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하다.

동생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면서 두서 없고 혼란스럽다. 세상을 정처없이 떠돌면서 방랑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 누나 걱정처럼, 이제 헤어지면 다시 못 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무슨 상태로 돌아오든, 누나는 진실한 애정으로 동생을 맞아줄 것이다.     

 

그리고, 테리는 도착한 기차를 타고 멀리 사라져 버린다. 플랫폼에는 쌔미 혼자 남는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즐거운인생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BillEvans 작성자
Robo_cop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듯도 하죠. 그런데, 이 영화 주인공이 동생이 아니라 누나 쌔미입니다. 누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서와 미국 정서 차이에 기인한 것이려나요?

13:30
24.01.15.
profile image 2등
20여년전 영화네요. 왜 이걸 못보고 지나쳤을까..
08:30
24.01.15.
BillEvans 작성자
golgo
당시 상당히 호평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케네스 로너건감독의 대표작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비범한 데가 있는 감독같습니다.
13:31
24.01.1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백설공주] 갤 가돗의 마녀 분장 공개 1 시작 시작 8분 전11:27 91
HOT 라이언 쿠글러-마이클 B.조던 콤비 신작 고딕 호러 스릴러 &... 1 Tulee Tulee 31분 전11:04 179
HOT ‘오딧세이’ 존 번살, 메넬라우스역 연기 예정 / 오늘의 세트... 2 NeoSun NeoSun 39분 전10:56 233
HOT [무대인사] 4K 60p 침범 1주차 영등포CGV&롯데시네마 (2... 2 동네청년 동네청년 1시간 전10:25 180
HOT 시카고강에서 발견된 ‘톡식어벤저’ 모습 2 NeoSun NeoSun 1시간 전10:09 464
HOT 곽선영 유리 침범 무대인사 월드타워 2 e260 e260 3시간 전07:41 446
HOT [공각기동대] 3편 만들고 싶다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 1 시작 시작 1시간 전09:40 387
HOT 북한판 스타워즈... AI 영상 3 golgo golgo 2시간 전09:08 597
HOT [에밀리아 페레즈] 2만 관객 돌파 4 시작 시작 2시간 전08:59 341
HOT 티모시 샬라메 연기 칭찬한 케이트 블란쳇 4 시작 시작 2시간 전08:42 676
HOT 마츠시게 유타카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3 e260 e260 3시간 전07:42 433
HOT 침범,노보케인,장난을잘치는타카키양 관람평들(사실 다괜찮... 3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7시간 전04:12 434
HOT 애냐 테일러 조이 애플TV '럭키' 시리즈 세트장샷 1 NeoSun NeoSun 10시간 전00:50 834
HOT 시네마스코어 ‘블랙 백‘ ‘노보케인‘ B / ‘지구가 폭발한 날 ... 2 NeoSun NeoSun 10시간 전00:43 843
HOT (루머) 샹치, ’어벤저스 둠스데이’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 ... 1 NeoSun NeoSun 10시간 전00:41 1202
HOT <노보케인> 뇌절 장인 7 뚠뚠는개미 11시간 전00:07 1863
HOT 2025년 3월 15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1시간 전00:01 1410
HOT 오늘 故서희원, 묘지에 안장(feat. 구준엽 참여) 3 손별이 손별이 11시간 전23:52 2010
HOT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스포O) 2 폴아트레이드 12시간 전23:31 693
HOT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 (노스포) 8 스티븐킴 스티븐킴 13시간 전21:44 1165
1169874
image
시작 시작 8분 전11:27 91
1169873
normal
진지미 24분 전11:11 201
1169872
image
Tulee Tulee 31분 전11:04 179
1169871
image
NeoSun NeoSun 39분 전10:56 233
1169870
image
동네청년 동네청년 1시간 전10:25 180
116986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09 464
116986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01 277
1169867
normal
라인하르트012 1시간 전09:50 288
1169866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09:40 387
1169865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09:08 597
1169864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59 341
1169863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42 676
1169862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42 433
1169861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42 326
1169860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41 446
1169859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39 342
1169858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39 311
1169857
normal
다솜97 다솜97 4시간 전07:07 316
1169856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7시간 전04:12 434
1169855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1:24 648
1169854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0:50 834
1169853
image
손별이 손별이 10시간 전00:48 422
1169852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0:45 435
1169851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0:43 843
1169850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0:41 1202
1169849
image
뚠뚠는개미 11시간 전00:07 1863
1169848
image
golgo golgo 11시간 전00:01 1410
1169847
image
손별이 손별이 11시간 전23:52 2010
1169846
normal
Sonatine Sonatine 11시간 전23:45 413
1169845
image
폴아트레이드 12시간 전23:31 693
1169844
normal
스티븐킴 스티븐킴 13시간 전21:44 1165
1169843
image
NeoSun NeoSun 14시간 전21:32 981
1169842
image
golgo golgo 14시간 전21:18 998
116984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4시간 전20:54 1016
1169840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4시간 전20:50 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