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7
  • 쓰기
  • 검색

범죄도시 시리즈와 맛집의 상관관계

dolstone dolstone
3332 6 7

* 이 글은 절대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범죄도시 3편이 1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열광하나?" 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재밌고 볼 만한 영화인 건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게 또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이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죠. 그럼 왜 마동석이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천만명이나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영화가 어느 정도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관객들은 범죄도시 표를 살 때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게 되고, 영화는 그 기대치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줍니다. 즉,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보다 티켓값이 엄청 비싸진 상태에서 옛날같이 영화가 별로더라도 '에이, 그래도 몇천원 버려서 시간은 잘 때웠네' 라는 평가가 더이상 불가능한 현재 최소한 티켓값 만큼은 하고, 만약 영화가 좀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왜 이 영화 골랐냐?" 라며 같이 보러 온 사람에게 욕은 안먹는다는거죠. 왜냐? 그 유명한 -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인 - 범죄도시 시리즈이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그만큼 익숙하고 친숙하다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범죄도시를 보러 올 때 기본적인 익숙한 정보를 가지고 옵니다. '마동석이 짱쎄다.', '겁나 나쁜 놈들이 나온다.' 이다. 심지어 우리는 영화의 결말도 압니다. '근데 마지막엔 마동석이 나쁜 놈 다 겁나게 패고 이긴다.' 전 이게 요즘 특히 환생물이나 회귀물이 유행하는 것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점점 팍팍하고 힘들어지는 현실 세계에서 현대 사회의 지식을 다 가지고 이세계로 가서 무쌍하는 환생물이나, 결과를 다 알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 성공하는 회귀물 모두 "도전과 모험은 버겁고 힘들고, 대신 안정적이고 쉽고 편한 길로만 가고 싶어 하는" 요즘 세태의 입맛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힘든 세상 일종의 맘 편한 도피처가 되어준다는 거죠.

이런 점들을 조합해 보니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즉, "범죄도시에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맛집에 사람들이 줄서는 것과 같다" 입니다. 사람들이 맛집에 줄 서는 것과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것은 결국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1. 남들이 다 가본 데라 나도 안가보면 뭔가 나만 뒤쳐진 것 같다.

2. 실패를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검증된 기본적인 맛/재미를 보장한다. 

3. 괜히 모험했다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모험에 대한 리스크(가격)이 높아져 거기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에선 더욱.

4. 같이 간 사람한테 최소한 평타의 선택이 된다.  "왜 여길 데려왔냐?" 며 욕 먹을 일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5. 남들에게 '그 영화 봤다/그 음식점 갔다' 라고 했을 때 "그런 델 왜 가냐?" 라는 반응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모험과 도전에 대한 리스크가 버거워진 현 시대에 검증되고 익숙한 곳을 찾게 되는 경향이 안전빵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거나 폄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또한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관객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수준 낮은 영화, 과거의 영광과 프렌차이즈에만 기대 대충 만든 영화, 이 영화에 훌륭한 메시지가 가득하다며 보라고 강요하는 영화들도 많은 가운데 -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티켓값의 인상으로 저런 영화들에 대한 리스크 또한 점점 커졌음. - 그냥 믿고 볼 만한 영화 시리즈를 만들어 내고 그런 영화를 즐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죠.

어떤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그냥 때려부수기만 하는 영화를 왜 보냐?", "심오한 메시지를 가진 명작 영화들이 외면받는데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수치다." 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아무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아도 근본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만든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영화를 보면서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눈을 떠야 한다. 우리 영화를 외면하는 관객들은 저질 저능아들이다." 라고 제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를 못만들고 재미없게 만들면 그건 영화라는 건축물의 주춧돌 하나랑 주기둥 하나가 빠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없이 재밌기만 하다면? 최소한 관객들의 2시간과 영화비 1만 몇천원의 가치를 하고, 영화 보고 난 후 같이 영화 본 사람들 끼리 영화 재밌었다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맛집도 진리는 아닙니다. 맛집도 맛이 없어지면 언젠가 손님의 외면을 받겠죠. 예전과 같은 맛이 안나서 '유명한 걸로 유명한', 그러니까 유명세로 버티는 맛집들도 여럿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은 언젠간 사라지겠죠. 그런 집들은 언젠간 들통나게 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런 전철은 안밟았으면 좋겠네요.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Newjean
    Newjean
  • 펩시오리지날
    펩시오리지날
  •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 이상건

  • 즐거운인생
  • golgo
    golgo

댓글 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기본 맛이 보장된 맛집 표현이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11:55
23.07.14.
나열하신 이유들에 공감해요. 사이다 맛집 범죄도시ㅎㅎㅎ
14:29
23.07.14.
profile image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 는 타이틀로 거기에 맞는 근거들을 하나하나 모두 팩트로 설명해주셨네요. 공감
22:11
23.07.1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침범 보고 온 후기 동네청년 동네청년 40분 전21:21 215
HOT 약스포) 노보케인 잠실월드타워롯시에서 보고 온 후기입니다. 8 갓두조 갓두조 59분 전21:02 260
HOT 애니메이션판 '엣지 오브 투모로우' 티저 예고편 1 golgo golgo 1시간 전20:09 591
HOT 안소니 매키 <8마일> 에미넴과의 랩 배틀 비하인드 2 카란 카란 1시간 전20:49 405
HOT [백설공주] 전체 예매율 1위 4 시작 시작 1시간 전20:04 636
HOT 핸섬 가이즈 블루레이 출시 예정 (국내) 6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7:09 679
HOT 케이트 블란쳇 & 마이클 패스벤더, 섹시하고 스타일리시... 7 카란 카란 9시간 전12:38 1613
HOT (내용 추가) 디즈니 실사 '백설공주' 해외 첫 반응 11 golgo golgo 10시간 전11:47 3646
HOT (약스포) 우.천.사를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5시간 전16:15 480
HOT (약스포) 결혼, 하겠나를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6시간 전15:59 491
HOT 자시 비츠, “마블과 아무 대화도 없었다” 2 카란 카란 6시간 전15:13 1555
HOT 크리스토퍼 히비유(‘왕좌의 게임’), 가이 리치 연출 액션 드... 2 NeoSun NeoSun 7시간 전14:55 709
HOT 조 루소, ‘어벤저스 시크릿워즈’는 MCU “새로운 시작” 될 예... 4 NeoSun NeoSun 7시간 전14:50 1901
HOT (약스포) 라스트 마일을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7시간 전14:28 561
HOT 명탐정 코난시계 출시예정....마취총기능은 없다고 합니다. 2 내일슈퍼 8시간 전13:50 1496
HOT 경비원 시절 고로상 8 카란 카란 8시간 전13:30 2071
HOT 뒤늦게 올리는 "존 윅 1" 수퍼플렉스 후기! 2 무비카츠 무비카츠 9시간 전12:36 707
HOT 3월 영업종료하는 CGV 14 essense 10시간 전11:48 3640
HOT [백설공주] 갤 가돗의 마녀 분장 공개 1 시작 시작 10시간 전11:27 1547
HOT 라이언 쿠글러-마이클 B.조던 콤비 신작 고딕 호러 스릴러 &... 1 Tulee Tulee 10시간 전11:04 993
1169916
image
FutureX FutureX 2분 전21:59 17
1169915
image
hera7067 hera7067 5분 전21:56 42
1169914
image
NeoSun NeoSun 36분 전21:25 233
1169913
normal
동네청년 동네청년 40분 전21:21 215
1169912
image
NeoSun NeoSun 55분 전21:06 162
1169911
image
갓두조 갓두조 59분 전21:02 260
1169910
normal
카란 카란 1시간 전20:49 405
11699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0:48 218
1169908
normal
golgo golgo 1시간 전20:22 293
116990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20:09 591
1169906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20:04 636
1169905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9:36 302
1169904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9:22 362
1169903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9:20 292
1169902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9:13 362
1169901
image
e260 e260 2시간 전19:03 494
1169900
image
e260 e260 2시간 전19:02 477
1169899
image
e260 e260 2시간 전19:02 492
1169898
image
뚠뚠는개미 4시간 전17:52 409
1169897
normal
박감독 박감독 4시간 전17:37 315
116989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7:09 679
1169895
image
totalrecall 5시간 전16:56 1815
1169894
image
GI 5시간 전16:44 708
1169893
image
카스미팬S 5시간 전16:32 274
1169892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5시간 전16:27 313
1169891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5시간 전16:15 480
1169890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6시간 전15:59 491
1169889
image
뚠뚠는개미 6시간 전15:44 309
1169888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5:15 331
1169887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5:13 1555
116988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5:08 354
1169885
normal
golgo golgo 6시간 전15:08 1723
1169884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4:55 709
1169883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4:50 1901
1169882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7시간 전14:28 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