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7
  • 쓰기
  • 검색

범죄도시 시리즈와 맛집의 상관관계

dolstone dolstone
3225 6 7

* 이 글은 절대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범죄도시 3편이 1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열광하나?" 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재밌고 볼 만한 영화인 건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게 또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이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죠. 그럼 왜 마동석이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천만명이나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영화가 어느 정도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관객들은 범죄도시 표를 살 때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게 되고, 영화는 그 기대치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줍니다. 즉,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보다 티켓값이 엄청 비싸진 상태에서 옛날같이 영화가 별로더라도 '에이, 그래도 몇천원 버려서 시간은 잘 때웠네' 라는 평가가 더이상 불가능한 현재 최소한 티켓값 만큼은 하고, 만약 영화가 좀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왜 이 영화 골랐냐?" 라며 같이 보러 온 사람에게 욕은 안먹는다는거죠. 왜냐? 그 유명한 -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인 - 범죄도시 시리즈이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그만큼 익숙하고 친숙하다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범죄도시를 보러 올 때 기본적인 익숙한 정보를 가지고 옵니다. '마동석이 짱쎄다.', '겁나 나쁜 놈들이 나온다.' 이다. 심지어 우리는 영화의 결말도 압니다. '근데 마지막엔 마동석이 나쁜 놈 다 겁나게 패고 이긴다.' 전 이게 요즘 특히 환생물이나 회귀물이 유행하는 것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점점 팍팍하고 힘들어지는 현실 세계에서 현대 사회의 지식을 다 가지고 이세계로 가서 무쌍하는 환생물이나, 결과를 다 알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 성공하는 회귀물 모두 "도전과 모험은 버겁고 힘들고, 대신 안정적이고 쉽고 편한 길로만 가고 싶어 하는" 요즘 세태의 입맛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힘든 세상 일종의 맘 편한 도피처가 되어준다는 거죠.

이런 점들을 조합해 보니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즉, "범죄도시에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맛집에 사람들이 줄서는 것과 같다" 입니다. 사람들이 맛집에 줄 서는 것과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것은 결국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1. 남들이 다 가본 데라 나도 안가보면 뭔가 나만 뒤쳐진 것 같다.

2. 실패를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검증된 기본적인 맛/재미를 보장한다. 

3. 괜히 모험했다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모험에 대한 리스크(가격)이 높아져 거기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에선 더욱.

4. 같이 간 사람한테 최소한 평타의 선택이 된다.  "왜 여길 데려왔냐?" 며 욕 먹을 일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5. 남들에게 '그 영화 봤다/그 음식점 갔다' 라고 했을 때 "그런 델 왜 가냐?" 라는 반응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모험과 도전에 대한 리스크가 버거워진 현 시대에 검증되고 익숙한 곳을 찾게 되는 경향이 안전빵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거나 폄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또한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관객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수준 낮은 영화, 과거의 영광과 프렌차이즈에만 기대 대충 만든 영화, 이 영화에 훌륭한 메시지가 가득하다며 보라고 강요하는 영화들도 많은 가운데 -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티켓값의 인상으로 저런 영화들에 대한 리스크 또한 점점 커졌음. - 그냥 믿고 볼 만한 영화 시리즈를 만들어 내고 그런 영화를 즐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죠.

어떤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그냥 때려부수기만 하는 영화를 왜 보냐?", "심오한 메시지를 가진 명작 영화들이 외면받는데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수치다." 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아무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아도 근본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만든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영화를 보면서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눈을 떠야 한다. 우리 영화를 외면하는 관객들은 저질 저능아들이다." 라고 제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를 못만들고 재미없게 만들면 그건 영화라는 건축물의 주춧돌 하나랑 주기둥 하나가 빠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없이 재밌기만 하다면? 최소한 관객들의 2시간과 영화비 1만 몇천원의 가치를 하고, 영화 보고 난 후 같이 영화 본 사람들 끼리 영화 재밌었다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맛집도 진리는 아닙니다. 맛집도 맛이 없어지면 언젠가 손님의 외면을 받겠죠. 예전과 같은 맛이 안나서 '유명한 걸로 유명한', 그러니까 유명세로 버티는 맛집들도 여럿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은 언젠간 사라지겠죠. 그런 집들은 언젠간 들통나게 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런 전철은 안밟았으면 좋겠네요.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Newjean
    Newjean
  • 펩시오리지날
    펩시오리지날
  •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 이상건

  • 즐거운인생
  • golgo
    golgo

댓글 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기본 맛이 보장된 맛집 표현이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11:55
23.07.14.
나열하신 이유들에 공감해요. 사이다 맛집 범죄도시ㅎㅎㅎ
14:29
23.07.14.
profile image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 는 타이틀로 거기에 맞는 근거들을 하나하나 모두 팩트로 설명해주셨네요. 공감
22:11
23.07.1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약스포) 가위를 보고 1 스콜세지 스콜세지 2시간 전02:50 129
HOT <스머프: THE MOVIE> 예고편 1 카란 카란 5시간 전00:03 635
HOT 2025년 2월 6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5시간 전00:01 702
HOT 미치에다 슌스케, 중국잡지 <나이트(KNIGHT)> 화보 1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21:49 396
HOT 판빙빙, 패션잡지 <정품구물지남> 화보(홍콩영화 복고... 2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21:45 456
HOT 7월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3종 3 taegyxl 8시간 전21:26 1224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돌비 포스터 공개 2 시작 시작 8시간 전21:11 1270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팝업스토어(용산 아이파크몰 ) 4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20:52 856
HOT 발렌타인데이 중국개봉 영화 5편(화양연화, 캡틴 아메리카, ... 4 손별이 손별이 9시간 전19:41 478
HOT [넷플릭스] 최근 8일간 추가된 2025/02/05~2025/06/27 공개 ... 2 deskiya deskiya 10시간 전19:19 854
HOT 브로큰 및 퇴마록 간단히 8 하늘위로 10시간 전18:44 1165
HOT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 유재석 만난다...'... 2 시작 시작 10시간 전18:39 856
HOT (업뎃) 루벤 외스틀룬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이즈 다... 2 NeoSun NeoSun 12시간 전17:20 583
HOT <에일리언>시리즈는 역시 1(1979)이 최고인것 같아요 12 Balancist Balancist 12시간 전17:11 779
HOT '마이클' 디지털 코 포함 제작 예산 초과, 4시간 ... 2 NeoSun NeoSun 12시간 전17:02 687
HOT 한국에 온 고로상 6 카란 카란 12시간 전16:34 2095
HOT <간니발> 새로운 캐릭터 예고 영상 5 카란 카란 14시간 전15:30 923
HOT <서브스턴스> 4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4시간 전15:15 843
HOT 주윤발 신작 '당탐 1900' 로튼토마토 리뷰 2 golgo golgo 14시간 전15:12 717
HOT '검은 수녀들' 로튼토마토 리뷰 2개 2 golgo golgo 14시간 전14:55 1063
1165840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2시간 전02:50 129
116583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54 396
1165838
image
hera7067 hera7067 5시간 전00:16 155
1165837
normal
기다리는자 5시간 전00:11 287
1165836
normal
카란 카란 5시간 전00:03 635
1165835
image
golgo golgo 5시간 전00:01 702
1165834
image
hera7067 hera7067 5시간 전23:51 208
1165833
image
hera7067 hera7067 5시간 전23:42 325
1165832
image
선우 선우 6시간 전23:33 412
1165831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23:22 524
1165830
normal
선우 선우 6시간 전23:18 619
1165829
image
GI 6시간 전23:02 308
1165828
normal
울프맨 6시간 전22:44 513
1165827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6시간 전22:43 191
1165826
image
hera7067 hera7067 7시간 전22:27 491
1165825
image
hera7067 hera7067 7시간 전22:25 349
1165824
image
hera7067 hera7067 7시간 전22:22 227
1165823
image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21:49 396
1165822
image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21:45 456
1165821
image
taegyxl 8시간 전21:26 1224
1165820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21:11 1270
1165819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21:11 748
116581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20:52 856
116581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20:38 530
1165816
image
쾌남홍길동 9시간 전20:24 328
1165815
image
울프맨 9시간 전20:24 410
1165814
image
쾌남홍길동 9시간 전19:54 228
1165813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53 231
1165812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52 434
1165811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52 430
1165810
normal
방랑야인 방랑야인 9시간 전19:42 406
1165809
image
손별이 손별이 9시간 전19:41 478
116580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시간 전19:34 337
1165807
image
쾌남홍길동 10시간 전19:32 245
1165806
image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10시간 전19:21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