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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시리즈와 맛집의 상관관계

dolstone dol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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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절대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범죄도시 3편이 1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열광하나?" 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재밌고 볼 만한 영화인 건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게 또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이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죠. 그럼 왜 마동석이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천만명이나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영화가 어느 정도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관객들은 범죄도시 표를 살 때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게 되고, 영화는 그 기대치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줍니다. 즉,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보다 티켓값이 엄청 비싸진 상태에서 옛날같이 영화가 별로더라도 '에이, 그래도 몇천원 버려서 시간은 잘 때웠네' 라는 평가가 더이상 불가능한 현재 최소한 티켓값 만큼은 하고, 만약 영화가 좀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왜 이 영화 골랐냐?" 라며 같이 보러 온 사람에게 욕은 안먹는다는거죠. 왜냐? 그 유명한 -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인 - 범죄도시 시리즈이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그만큼 익숙하고 친숙하다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범죄도시를 보러 올 때 기본적인 익숙한 정보를 가지고 옵니다. '마동석이 짱쎄다.', '겁나 나쁜 놈들이 나온다.' 이다. 심지어 우리는 영화의 결말도 압니다. '근데 마지막엔 마동석이 나쁜 놈 다 겁나게 패고 이긴다.' 전 이게 요즘 특히 환생물이나 회귀물이 유행하는 것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점점 팍팍하고 힘들어지는 현실 세계에서 현대 사회의 지식을 다 가지고 이세계로 가서 무쌍하는 환생물이나, 결과를 다 알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 성공하는 회귀물 모두 "도전과 모험은 버겁고 힘들고, 대신 안정적이고 쉽고 편한 길로만 가고 싶어 하는" 요즘 세태의 입맛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힘든 세상 일종의 맘 편한 도피처가 되어준다는 거죠.

이런 점들을 조합해 보니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즉, "범죄도시에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맛집에 사람들이 줄서는 것과 같다" 입니다. 사람들이 맛집에 줄 서는 것과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것은 결국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1. 남들이 다 가본 데라 나도 안가보면 뭔가 나만 뒤쳐진 것 같다.

2. 실패를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검증된 기본적인 맛/재미를 보장한다. 

3. 괜히 모험했다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모험에 대한 리스크(가격)이 높아져 거기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에선 더욱.

4. 같이 간 사람한테 최소한 평타의 선택이 된다.  "왜 여길 데려왔냐?" 며 욕 먹을 일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5. 남들에게 '그 영화 봤다/그 음식점 갔다' 라고 했을 때 "그런 델 왜 가냐?" 라는 반응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모험과 도전에 대한 리스크가 버거워진 현 시대에 검증되고 익숙한 곳을 찾게 되는 경향이 안전빵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난하거나 폄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또한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관객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수준 낮은 영화, 과거의 영광과 프렌차이즈에만 기대 대충 만든 영화, 이 영화에 훌륭한 메시지가 가득하다며 보라고 강요하는 영화들도 많은 가운데 -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티켓값의 인상으로 저런 영화들에 대한 리스크 또한 점점 커졌음. - 그냥 믿고 볼 만한 영화 시리즈를 만들어 내고 그런 영화를 즐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죠.

어떤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그냥 때려부수기만 하는 영화를 왜 보냐?", "심오한 메시지를 가진 명작 영화들이 외면받는데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수치다." 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아무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아도 근본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만든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영화를 보면서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눈을 떠야 한다. 우리 영화를 외면하는 관객들은 저질 저능아들이다." 라고 제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를 못만들고 재미없게 만들면 그건 영화라는 건축물의 주춧돌 하나랑 주기둥 하나가 빠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없이 재밌기만 하다면? 최소한 관객들의 2시간과 영화비 1만 몇천원의 가치를 하고, 영화 보고 난 후 같이 영화 본 사람들 끼리 영화 재밌었다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맛집도 진리는 아닙니다. 맛집도 맛이 없어지면 언젠가 손님의 외면을 받겠죠. 예전과 같은 맛이 안나서 '유명한 걸로 유명한', 그러니까 유명세로 버티는 맛집들도 여럿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은 언젠간 사라지겠죠. 그런 집들은 언젠간 들통나게 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런 전철은 안밟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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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맛이 보장된 맛집 표현이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11:55
23.07.14.
나열하신 이유들에 공감해요. 사이다 맛집 범죄도시ㅎㅎㅎ
14:29
23.07.14.
profile image
'최소한 믿고 보는 만큼은 한다' 는 타이틀로 거기에 맞는 근거들을 하나하나 모두 팩트로 설명해주셨네요. 공감
22:11
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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