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카사마츠 쇼 배우 [헤어질 결심] 대담 –전편-
일본 에스콰이어 잡지에 실린 박찬욱 감독과 카사마츠 쇼 배우의 [헤어질 결심] 대담 –전편-을 번역ㆍ정리해보았습니다😊
(※후편은 아직 안 실렸어요)
카사마츠 쇼(이하 K):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연기의 세부적인 요소들은 대본에 자세히 적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지...그걸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이하 P): 저는 다른 감독들에 비해 대본을 굉장히 (이미지에) 충실하게 만드는 편이에요. 다른 감독들에 비해서 말이죠. 그리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 즉 대본 작성과 촬영 사이의 기간에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요. 그리고 한 권의 책으로 정리를 합니다. 스토리보드에는 모두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요. 심지어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장면일지라도요. 그래야 만화처럼 영화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저는 이에 맞춰서 아주 충실하게 촬영하는 스타일이에요.
K: 그건 배우들과 모두 공유되는 건가요?
P: 네, 그렇습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촬영 전에 미리 그 책을 제본해서 나눠주고 있어요.
K: 그렇군요. 지금까지 그런 경험은 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흥미롭네요.
P: 하지만 배우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해석이라는 것이 있어요. 배우의 해석에 따라 저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연기가 거기에 더해지는 거죠. 그게 감독으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에요. 카메라 워크나 색감 등 모든 것을 상상하고 준비하지만 배우의 연기는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예상하지 못한 연기가 나왔을 때, 그것이 잘 나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헤어질 결심]에서는 예를 들어 처음 해준이 서래를 만나는 장면이 그렇죠.
K: 그 장면이 영안실 장면인가요? 아니면 취조실 장면인가요?
P: 영안실 장면이요. 그 장면에서 해준이 서래를 가만히 쳐다보는 장면이 있어요, 말없이... 클로즈업하는 장면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쳐다보다가 "(스마트폰) 패턴을 좀 알고 싶은데요?"라고 말하죠?
K: 네.
P: 저는 그 장면에서 조금만 조용히 쳐다보다가 말을 꺼내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게 박해일 씨의 그 때의 감정이었겠죠. 그게 정말 좋았어요.
K: 그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의) 시작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고,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작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어요.
K: '상상하지 못했덩 배우의 연기가 즐거운 순간이기도 하다'라는 말씀에 지금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예상치 못한 것이 나와서 이야기 자체의 흐름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대본을 수정본처럼 다시 만들어서 다시 찍으시는 건가요? 아니면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하다가 촬영한 것을 편집에서 순서를 바꾸거나 하는 건지 여쭤보고 싶어요.
P: 보통은 그런 일이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편집으로 바꾼 부분이 있었어요.
K: 그렇군요!
P: 서래와 해준이 경찰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서래가 "잠은 좀 잡니까?"라고 묻자, 이에 해준이 '수면 부족이 심해서 코로 숨 쉬게 도와주는 기계사용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잘 때 코 곤다는 건 아니다' 등을 말하며 손을 이렇게 하는 장면.
K: 아 예, 이렇게 하는 거요.
P: 맞아요. 그 장면은 원래 시계열에 따라 들어가 있었는데, 편집 단계에서 플래시백으로 바꿨어요. 그런 부분이 큰 차이죠.
K: 그렇군요. 그런데 바꾼 게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군요. 그럼 정말 대본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져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P: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K: 대단하네요....
K: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작품을 '미스터리'로 받아들이는가, '로맨스'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즐기는 방법이 상당히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일본 영화 팬들에게 그 중 하나를 제시하신다면 어느 쪽이실까요?
P: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 '이 두 요소는 완전히 하나이다.'예요.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 하지만 반드시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바로 '로맨스'예요. 영화를 통해서 봐도 두 파트는 흩어져 있지는 않지만, 첫 번째 파트가 더 '미스터리', '수사 드라마'의 요소가 강하고, 두 번째 파트는 더 '로맨스' 쪽에 가까워지는 듯한 이미지이죠. 이상적으로는 2번은 보셨으면 좋겠네요(웃음).
K: (웃음) 과연 그렇군요.
P: 첫 번째는 '미스터리' 면에 의식이 갈 것이고, 두 번째는 '연애' 면에 더 집중하실 수 있을 거예요.
K: 개인적으로 '미스터리야말로 로맨스'인가? '로맨스야말로 미스터리'인가? 라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영화를 보기 전에 일본 영화 팬, 그리고 감독님의 팬이 이 사실을 알면 더 보고 싶은 마음이나 보는 감도가 올라갈 것 같아요.
추천인 6
댓글 1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국내 매체들에선, 배우가 감독을 인터뷰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또 다른 접근의 인터뷰였던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었네요.
저도 이런 인터뷰가 신선하기도 하고 친한파 배우가 하니 더 관심갔네요😊
간니발 배우로 알았는데, 그랬군요 ㅋ
후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해요 😃👍
저도 이 배우를 간니발로 알게 되었는데, 인상 깊어서 찾아보니 한국 영화랑 음악을 좋아하는 배우더라고요😊
유연한 배우분인거 같아,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
이 대목이 상당히 저에게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꼼꼼한 번역 덕분에 잘봤네요 ㅎㅎ
잘봤습니다. 미스터리, 로맨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