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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OST 총정리

BeamKnight BeamKnight
5416 26 12

 

이 글은 매트릭스 "1편"의 음악만을 다룹니다.

매트릭스 시리즈 전체의 음악을 다루는 글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매트릭스(The Matrix)"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SF영화였습니다.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핵심이 되는 순간을 강조하는 특유의 액션 스타일은 당시까지의 액션 영화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되는 새로운 장면들을 선보이며 개봉 당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죠. 특히 카메라 앵글이 360도로 회전하는 가운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트리니티의 도입부 액션 장면과 몸을 뒤로 젖히며 총알을 피하는 주인공 네오의 옥상 액션 장면을 이루는 '플로 모션 액션'은 이후에 만들어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 각종 영상매체에서 너도 나도 따라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지 23년이나 지났지만, 그 뛰어난 스타일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기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인류가 최첨단 가상현실 시스템 '매트릭스'에 오감을 지배당한 채 평생 동안 기계들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살아 있는 건전지 신세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설정은 20세기 막바지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실제적인 가상현실 시스템이라는 설정을 빌어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던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떻게 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기도 했죠. 이러한 물음을 거의 1시간 가까운 시간에 걸쳐 풀어낸 덕에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다는 반응이 없지 않았지만, 화려한 시각효과와 폭발적인 액션의 흐름 속에서 지나치게 무게를 담지 않고 무리없이 다가간 덕에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대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키애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휴고 위빙 등의 헐리우드 배우들이 쿵푸 권법을 시전하며 싸우는 격투 액션도 신선하게 다가왔었는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쿵푸 대결이 한동안 유행했던 계기가 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쓸데없이 서두가 길었네요.

 매트릭스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얼터너티브 록, 네오 메탈, 인더스트리얼 테크노 성향의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잘 활용되었다는 겁니다. 매트릭스가 개봉되었을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미국의 메탈 밴드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 '미니스트리(Ministry)', 헤비메탈 밴드의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에 영화감독이기도 한 '롭 좀비(Rob Zombie)', 얼터너티브 락 밴드 '데프톤즈(Deftons)', 음악 프로듀서 '하이브(Hive), 락 밴드 '몬스터 마그넷(Monster Magnet)', 그리고 얼터너티브 모던 락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밴드 '프로펠러헤드(Propellerheads)'와 '미트 비트 매니페스토(Meat Beat Manifesto)', '루나틱 캄(Lunatic Calm)', '프로디지(The Prodigy)', 호주의 전자음악 뮤지션 '롭 D(Rob D)', 독일의 6인조 테크노 메탈 밴드 '람슈타인(Rammstein)'까지, 영화의 세기말적 분위기와 어울리는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금속성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이 매트릭스의 컴필레이션 OST 앨범에 대거 포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흥행 성공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한 앨범이기도 하죠. 아래가 그 트랙 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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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아무래도 영화의 액션 장면에 삽입된 곡일 겁니다. 액션 스타일이 신선하고 강렬하다 보니 해당 장면에 삽입된 음악들도 덩달아 큰 인상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프로펠러헤드의 'Spybreak!'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와 비산하는 파편들 사이로 달려나가며 경찰 병력들을 쓰러뜨리는 네오와 벽을 타고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던 트리니티의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로비 총격전 장면에 삽입된 스피디한 테크노 넘버죠.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과 더불어 매트릭스 하면 이 음악을 떠올리던 사람들이 많은데,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줄기차게 쓰이곤 했습니다. (참고로, 위의 앨범에 수록된 건 'Short one', 즉 짧은 버젼이다. 1997년에 발매된 싱글 앨범에 수록된 'Long one'은 6분 58초다.)

 그리고 Spybreak!와 더불어 매트릭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악은 매트릭스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랩 메탈 송 'Wake up'입니다. 미국이란 나라에 드리워진 온갖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인상적인 기타 연주와 찢어지는 듯한 랩으로 돌직구를 던지며 깨어나라고 외치는 가사가 인상적인데, 초월자로 각성한 네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피날레와 딱 맞아떨어지는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Wake up의 뒤로 바로 이어지며 엔드 크레디트의 초반부를 장식한 마릴린 맨슨의 경쾌한 락 넘버 'Rock is dead'. 네오와 모피어스의 무술 대련 장면에 삽입된 루나틱 캄의 스피디한 하드 테크노 넘버 'Leave you far behind'(작중에서는 8분 45초 분량의 Lunatic's Roller Coaster mix 버젼이 짧게 편집되어 사용되었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매트릭스와 요원에 대해 가르쳐 줄 때 담담하게 흐르던 롭 D의 'Clubbed to death', 네오가 클럽에서 트리니티와 만나는 장면에서 흘렀던 롭 좀비의 'Dragula'와 프로디지의 일렉트로니카 넘버 'Mindfields', 네오와 모피어스 일행이 오라클을 만나기 위해 매트릭스에 잠입하면서 앵글이 회전하던 장면에서 경쾌하게 흘렀던 미트 비트 매니페스토의 'Prime audio soup' 등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행진곡 느낌을 풍기는 람슈타인의 메탈 넘버 'Du Hast' 등 영화에는 사용되지 않은 곡들도 역시나 인상적인 멜로디를 선사합니다. 헤비메탈과 락, 테크노 등의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앨범이라 하겠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23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음악 앨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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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가 개봉되었을 당시 발매되었던 매트릭스의 OST 앨범은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극중 삽입곡들을 수록한 컴필레이션 앨범이고, 다른 하나는 매트릭스의 배경음악을 담당한 영화음악 작곡가 돈 데이비스의 스코어 앨범입니다.

 스코어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무래도 'Main title / Trinity infinity'일 겁니다. 트럼펫과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협주를 이끌며 빚어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멜로디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음악인 동시에, 도입부에 펼쳐지는 여주인공 트리니티의 초과학적인(?) 도주 액션에서 긴박감을 더해 주던 곡이죠. 개인적으로도 이 앨범의 강력 추천곡입니다.

 'Unable to speak'는 입이 갑자기 붙어 버리는 바람에 말을 못 하게 된 네오가 말 그대로 벌레처럼 생긴 버그를 배꼽 속에 주입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The power plant'는 마침내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눈을 뜬 네오가 인류가 처한 비참하고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하는 장면에서 섬뜩한 분위기의 코러스로 전율을 안겨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에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Welcome to the real world'에서 모피어스 일행의 보살핌을 받으며 몸을 추스리는 네오와 함께 잠깐 숨을 고른 후에, 'The hotel ambush'와 'Exit Mr.Hat'를 지나면서 오라클을 만나기 위해 매트릭스로 잠입했던 네오와 모피어스 일행이 경찰과 요원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과정을 따라가며 긴장감을 안겨 줍니다. 'A virus'는 스미스 요원이 인류가 지구에게 있어 바이러스 같은 병적인 존재임을 모피어스에게 피력하는 장면에서 으스스한 느낌을 고조시켜 줍니다.

 'Bullet-time'과 'Ontological shock'는 종반부의 액션 장면 중 일부를 장식하는 액션 스코어로,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로 쳐들어가서 모피어스를 구출해 나오는 종횡무진 액션 장면들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Bullet-Time은 곡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그 유명한 장면에 쓰인 곡으로, 트리니티가 요원의 관자놀이에 총을 쏴서 쓰러뜨리는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Ontological Shock는 헬리콥터를 타고 모피어스를 구출하는 장면에서부터 헬리콥터가 건물에 부딪혀 파동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장면까지 이어지죠.

 그리고 마지막 곡인 'Anything is possible'은 네오가 초월자로 각성하여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클라이맥스가 지나간 후 매트릭스 시스템에 경고를 전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대망의 결말부를 웅장하고 환상적인 선율로 마무리합니다.

 

 설명이 꽤 길었지만, 매트릭스의 정규 스코어 앨범은 전체 분량이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앨범입니다. 수록곡 수도 10곡밖에 안 되고, 그 중에서 네 곡은 길이가 1분 내외밖에 안 됩니다. 정규 스코어 앨범만으로는 작중에서 들었던 음악을 전부 감상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앨범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오가 영문도 모르고 고층 건물의 비계로 가려다 벌벌 떠는 장면에서 고소공포증이 생길 것 같은 아찔함을 전해 주던 곡도 없고, 현실 세계에서 느부갓네살호가 접근해오는 센티넬을 피해 황급히 피신하는 장면에서 긴박감을 주던 음악도 없습니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모피어스가 잡혀 있는 건물로 들어가다가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비트를 쾅쾅 울리던 음악도 없고,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지하철 역 대결 장면에서 긴박감을 전해 준 곡도 이 앨범에는 없습니다. 영화 속 전체 음악에서 삽입곡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가 그 삽입곡들이 또 워낙에 인상적이라, 돈 데이비스의 스코어는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점을 아쉽게 여긴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후에 DVD에서 인코딩된 것으로 보이는 스코어 앨범과 CD 2장으로 구성된 스코어 앨범들을 포함해서 세 차례 정도 인터넷에 나돌았던 비정규 스코어 앨범들이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출처는 명확하지 않으나, Leave you far behind와 Spybreak!의 작중 삽입 버젼이 수록된 앨범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인터넷이 없었다면 매트릭스의 음악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적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더 각박했습니다. 삽입곡들이 수록된 컴필레이션 앨범만 들어왔을 뿐, 돈 데이비스의 스코어 앨범은 아예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게돈(Armageddon)'도 컴필레이션 앨범만 들어왔고,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처럼 OST 앨범이 아예 들어오지도 않은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음반 시장이 디지털 음원 위주로 재편된 지금은 더 각박해졌죠.

 

 그러다가 매트릭스 3부작이 막을 내린 지 5년 후인 2008년에 '딜럭스 에디션'이 발매되었습니다.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인 바레세 사라방드에서 3,000장 한정으로 발매한 한정판 스코어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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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스코어 앨범에서 돈 데이비스의 음악을 10곡밖에 선보이지 못 했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것처럼, 딜럭스 에디션에는 정규 앨범 수록곡의 세 배나 되는 30곡의 스코어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고, 앨범 전체의 러닝타임도 두 배 넘게 길어졌습니다. 정규 앨범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이 20곡이나 더 실려 있는 만큼 돈 데이비스의 음악을 더 많이 세세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정규 스코어 앨범과 관련해서 불평을 좀 했던 누락된 곡들 이야기를 끌어오자면, 'Neo on the edge'는 네오가 영문도 모르고 고층 건물의 비계로 가려다 벌벌 떠는 장면에서 고소공포증이 생길 것 같은 아찔함을 전해 주던 곡이고, 'Switch woks her boa'는 현실 세계에서 느부갓네살호가 접근해오는 센티넬을 피해 황급히 피신하는 장면에서 긴박감을 주던 곡이며, 'That's gotta hurt'는 네오와 스미스 요원이 지하철 역에서 대결하는 장면을 장식했던 곡입니다.

 'Bow whisk orchestra', 'Domo showdown'과 'Switch or break show'는 네오가 훈련 프로그램을 주입받아 모피어스와 무술 대련을 하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곡들이고, 'Surprise!'는 스미스 요원과의 지하철 대결 직후 요원들에게 쫓기면서 도망치던 네오가 끝내 스미스 요원의 총에 쓰러지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곡입니다.

 이외에도 영화 속 곳곳에 알게 모르게 배치되어 있는 돈 데이비스의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어, 매트릭스의 스코어 음악을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규 스코어 앨범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컴필레이션 앨범 부분에서 언급했던 팝 넘버들을 영화에 맞게 편곡하여 사용한 곡들이 빠지고 없다는 겁니다. 네오와 모피어스가 무술 대련을 하는 장면에 사용된 루나틱 캄의 Leave you far behind은 끝내 수록되지 않았으며, 다른 팝 넘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작권 문제가 얽혀 있어서 수록할 수 없었을 테죠.

 두 번째는, 이건 개인적인 관점인데, 수록곡들의 제목입니다. 트랙 리스트를 살펴보면 제목에 'Switch'가 들어간 곡들이 유난히 많은데, 그 때문에 곡 제목만 봐서는 어느 장면에 쓰였던 곡인지 감을 잡기가 좀 난감합니다. 정규 스코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몇몇은 제목이 바뀌기도 했고요. 매트릭스가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들면서 스토리가 복잡하게 이어지는 영화이고, 모피어스 일행 중에 '스위치'라는 이름을 가진 대원이 있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작명은 좋게 봐주기가 좀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6월에 느닷없이 또 다른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앨범 자켓에 대놓고 'The Complete Edition'이라고 찍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완전판 스코어 앨범'이에요. 매트릭스의 네 번째 영화 '매트릭스 레저렉션(The Matrix Resurrections)'의 제작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시기였는데,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제작 홍보와 더불어서 전편들의 관련 상품 판매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 싶습니다. 아래가 트랙 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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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박스 속에 유리창에 손을 대고 있는 트리니티의 모습이 보인다.

트리니티가 달려들어간 직후 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박살나는 그 공중전화 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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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판 앨범은 1번 CD에 26곡, 2번 CD에 18곡, 도합 44곡의 음악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전체 러닝타임은 1시간 39분 17초로, 영화의 러닝타임에서 40분 정도가 빠지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작중에 삽입되는 팝송들과 음악이 들어가지 않는 장면들의 시간까지 감안하면, 영화 속 스코어 음악들이 거의 다 담겨 있는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도입부의 영화사 로고와 영화 제목이 뜨는 타이틀 장면에서 트리니티의 도입부 액션 장면까지 이어지던 음악 Main title / Trinity infinity가 'Logo / Main title'과 'Trinity infinity'로 분리되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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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분리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정규 스코어 앨범과 딜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Main title / Trinity infinity는 3분 50초지만, 완전판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Trinity infinity는 Main title이 분리되어 없는데도 6분입니다. 앞의 두 앨범에 수록된 Main title / Trinity infinity는 건물을 건너뛴 트리니티가 창문을 깨고 들어가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고 난 후에, 그녀가 깨고 들어온 창문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윗사진)까지 이어지지만, 완전판 앨범에 수록된 Trinity infinity는 그 뒤에 밖으로 도망친 트리니티가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들어간 직후 쓰레기 수거차가 공중전화 박스를 들이받아 박살내는 장면(아래 사진)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니 곡이 더 길어질 수밖에요. 실제로 완전판 앨범에 실린 Trinity Infinity는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 거의 동일한 길이로 편곡되어 있습니다. 정규 스코어 앨범과 딜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곡이 오히려 훨씬 짧게 편집되어 있는 것이죠. 어쩌면 반대로, 원래는 짧은 곡인데 영화에 맞게 길게 편곡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아래의 유튜브 컨텐츠로 차이를 확인해 보세요.

  

왼쪽이 정규 스코어 앨범과 딜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Main title / Trinity infinity'이고,

오른쪽이 완전판 앨범에 수록된 'Trinity infinity'이다.

완전판 앨범의 Trinity inifity는 Main title과 분리되었는데도

Main title / Trinity infinity보다 2분 가량 더 길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곡은 2번 CD의 11번 트랙 'The lobby'입니다. 모피어스가 잡혀 있는 건물로 쳐들어간 네오가 코트 밑에 온갖 총기들을 주렁주렁 매달고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할 때 빠른 템포로 쿵쾅거리는 드럼 연주로 긴장감을 급상승시켜 주던 곡이죠. 1번 CD의 25번 트랙 'Ignorance is bliss / Cypher cyphernetic'는 아마도 영화 분위기와는 가장 동떨어진 곡일 겁니다. 배신자 사이퍼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미스 요원과 만나는 장면에서 하프로 연주되는 '업소용 무드 음악'이거든요. 물론 후반에는 곡이 음산해지지만요.

 

 완전판 앨범은 앞서도 말했듯이 작중 영화음악을 거의 빠짐없이 수록한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딜럭스 에디션을 기본 골격으로 해서 영화 곳곳에 알게 모르게 사용된 1분 내외의 짧은 음악들이 여러 곡 추가된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제목에 'Switch'가 들어가는 작명까지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도대체 스위치를 왜 그렇게 작명에 써먹은 것일까요?

 팝 넘버들을 영화에 맞게 편곡하여 사용한 곡들이 기어이 수록되지 않았다는 것도 딜럭스 에디션과 똑같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18년이나 지났는데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완전판'이라는 앨범에 걸맞게 음반사에서 좀 더 정성을 기울여 주면 좋았겠지만,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부분의 음악을 들으려면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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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컴필레이션 앨범, 정규 스코어 앨범, 딜럭스 에디션, 완전판 앨범.

이들 중에서 딜럭스 에디션에는 가격 정보를 담은 바코드가 없다.

딜럭스 에디션은 미국에서 어떻게 판매된 것일까?

 

 이상으로 매트릭스 1편의 OST 총정리 리뷰를 마칩니다.

 매트릭스의 음악은 Spybreak!나 Wake up 같은 인상적인 삽입곡들이 전체 영화음악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 삽입곡들을 담고 있는 매트릭스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세기말적 분위기를 담은 록, 헤비메탈,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음악들로 중무장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삽입곡들의 비중이 큰 데다가 그 삽입곡들이 또 워낙에 인상적이죠.

 그에 반해 영화 개봉 당시에 발매되었던 정규 스코어 앨범에는 매트릭스의 배경음악이 열 곡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빠진 곡들이 원채 많아서 매트릭스의 배경음악을 충분히 감상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를 책임졌던 작곡가 돈 데이비스의 스코어 음악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돈 데이비스가 만든 배경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풍부한 곡 구성을 담아낸 딜럭스 에디션은 매트릭스 3부작이 막을 내린 지 무려 5년만에 발매되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바코드가 없는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판매되었는지 긍금해지네요.

 그리고 완전판 앨범은, 좀 뜬금없긴 하지만 18년만에 나온 4번째 영화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제작 홍보와 더불어 발매되었습니다. 영화에 맞게 편곡된 팝 넘버들이 수록되지 않은 건 못내 아쉽지만, 완전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화 속 스코어 음악을 거의 그대로 다 수록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여담이지만, 완전판 스코어 앨범이 나온 걸 처음 알았을 때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션 eBay를 통해 딜럭스 에디션 앨범을 중고로 구매한 지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완전판 앨범이란 게 불쑥 튀어나왔으니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요. 음반사의 상술에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결국에는 완전판 앨범을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매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저격하는 대기업의 장사 솜씨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 같네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국에서 발매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구매한 덕에 딜럭스 에디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겁니다. 다음에 이런 앨범이 또 나온다면 나는 또 다시 지갑을 열게 될까요?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beamknight/222717670155

 

다른 OST 총정리 글도 있으니 시간 나면 읽어 주세요.

선샤인 OST 총정리 https://extmovie.com/movietalk/5652148

에일리언 2 OST 총정리 https://extmovie.com/movietalk/1073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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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1편 엔딩곡인 Rage against the machines - wake up도 끝내주게 선곡 잘했죠 ㅎㅎㅎ

 

 

 

 

13:53
22.06.05.
2등

우와 엄청난 글이네요.
최근 재개봉 때 이 작품을 처음 봤는데 'Spybreak!'가 나올 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

https://extmovie.com/movietalk/71171464

13:55
22.06.05.
3등
간달프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3:56
22.06.05.
와 진짜 글이 엄청나네요👍
매트릭스 ost를 잘 정리했네요 ㅎㅎ
13:58
22.06.05.
profile image

가벼운 마음으로 마우스 버튼 눌렀다가 위키피디아급의 디테일한 내용에 놀랐네요 ㅎ

세기말 사운드트랙 하면 저도 맨먼저 매트릭스 OST가 떠오릅니다

14:13
22.06.05.
진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매트릭스 4에서도 이런 느낌의 음악을 원했는데ㅠㅠ
14:13
22.06.05.
우와. 되게 정성스럽고 자세하게 써주셔서 읽는 내내 감동했습니다. 생각보다 앨범 종류가 많았네요 ㅋㅋㅋㅋ
록 음악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14:59
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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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음악들도 엄청 센세이션했던 기억 나네요.

본편엔 안 나왔어도 람슈타인 음악도 화제였고.. 한때 유행의 첨단에 있던 워쇼스키 형제 생각납니다.

16:17
22.06.05.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구입해서 주구장창 들었던 앨범인데 수록곡 하나하나가 전부 버릴곡들이 없었죠 ㅎㅎ
16:54
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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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차에서 듣습니다. 이 음반은 ‘고질라’ 와 함께 명반중 하나입니다.
16:54
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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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상세한 설명에 놀랐고 감사하기도 하네요. 저의 중2병에 기름을 부었던 추억의 매트릭스ost... 지금도 가끔씩 주기적으로 찾아듣습니다. 반지의 제왕, 매드맥스와 함께 영화음악 그 이상의 완성도가 있다 생각하는 명반입니다. 음악만으로도 장면이 그려진다는 면에서 최고👍🏻 

10:26
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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