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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호모 폴리티쿠스

아닛짜
541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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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anicca42

 

 

 

브런치 글 이미지 1

 

 

4월 4일 이 나라 운명을 결정지을 선고가 시작되는 11시에 나는 영화관으로 도피했다. 떨려서 도저히 실시간으로 지켜볼 자신이 없어서 비겁하게도(?) 결과만 보려는 심산이었다.

 

이미 머릿속이 어지러운 상태로 <콘클라베>를 보며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망상이 더욱 증폭되었다.

 

성직자들이 정치질하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하도 현실에서 험한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나에게는 이 정도의 정치질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 식(食)+병(兵)+신(信)

 

'정치(政治)'는 무엇이길래 '정치질'이라고 비하되며, 정치인은 멸시받는가? 잊을만하면 나오는 '국회 축소 공약'은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에 영합하는 또 하나의 정치질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만 정치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2500년 전에도 정치는 중요한 철학적 주제였다. 고대 중국의 제자백가 시대의 학파들은 모두 정치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은 스승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顔淵-07-01)

자공이 정치가 무엇인지 물으니, 공자께서는 식량(食)을 넉넉하게 하며, 국방(兵)을 튼튼히 하고, 백성에게 신뢰(信)를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자공이 이 세 가지 가운데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무엇부터 버려야 하는지를 묻자, 공자는 병(兵)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식(食)과 신(信) 중에서는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를 재차 묻자, 공자는 식(食)을 버려야 한다고 대답한다. 공자는 백성에게 믿음을 주는 것을 정치의 근본으로 보았다. 

 

빌 클린턴의 전설적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이후로 정치의 가장 큰 화두는 '식(食)'이 되었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치인이 '경제! 경제!'를 만능 주문처럼 외친다. 

 

그러나 경제가 정치의 통제를 떠난 지는 한참 되었다. 비유해 보자면, 집 나간 큰아들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룰에 따라 살고 있어서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다. 고대에는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 앞에 무력했다면, 현대는 '지구촌'화 된 경제공동체 시스템 앞에서 무력하다.  

 

국방(兵)을 버린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약소국가라 해도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경제(食)가 무너지면 힘든 삶을 살겠지만,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신뢰(信)가 없다면 그 공동체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신뢰가 있다면 IMF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

 

왕정 체제에서는 왕의 능력치가 랜덤하게 당첨되는 복권처럼 들쑥날쑥하다는 것이 정치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고대 중국의 '요순우탕(堯舜禹湯)'이나 조선의 세종 대왕 같은 이상적 군주가 당첨되면, 백성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鼓腹擊壤) 태평성대를 그저 즐기면 된다. 백성들은 말 그대로 '어린(어리석은)' 백성이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성군'이라는 복권 당첨이 쉽지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암군, 혼군, 폭군께서 등장하시면 지옥도가 펼쳐진다.

 

반대로 민주공화정 체제에서는 단지 국민들이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하여 선거만 잘하면 될 텐데, 그 쉬운 것을 왜 못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쉬운 일은 가장 해내기 어려운 '미션 임파서블'이 되었다. 

 

선택지에는 애초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첫째 문제이다. 

 

<콘클라베>에서도 가장 적임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 공정하고 원칙적인 로렌스(레이프 파인스)나 통합적 견해를 가진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는 자신이 결코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흠결이 많은 다른 추기경들은 '난가병'에 걸려 있다. 이 '난가'적 확신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코믹 요소로 작용한다. 

 

두 번째 문제는 간접 민주주의 제도하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실질적인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오직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일에 잠시 생각해 보고 대충 도장을 눌러 찍는 것 외에는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정치질과 포퓰리즘으로 오염된 정보로 판단하거나, 그날 기분에 따라 찍는다. 그리고 다음 선거일까지 멍하니, 혹은 화내면서 뉴스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뿌리가 없이 어떻게 꽃이 피겠는가? 이제는 몇몇 대리인을 뽑는 것에서 더 나아가 큰 방향성과 모든 중요 정책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표면적으로는 법률적 제도 개선과 전자적 투표 시스템을 갖추기만 하면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내면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 문제는 가장 근본적이고 총체적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고, 정치적인 태도를 교육받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진정한 '호모 폴리티쿠스'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제이슨 브레넌은 『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라는 책에서 유권자를 호빗, 훌리건, 벌컨으로 구분한다. 

 

호빗형 유권자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서 세상과 상관없이 자기들 마을에서 태평하게 사는 종족이다. 평소 현실 정치나 경제 뉴스에 아무 관심이 없고, 선거일에는 놀러 가거나 아무나 찍는 사람들이다. 훌리건형 유권자는 자기 팀을 응원하는 데만 열성적인 광팬이다. 확증편향에 빠져서 자기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에만 귀를 기울인다. 벌컨형 유권자는 <스타트렉>에 나오는 벌컨족처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T들이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이모저모 따져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투표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유권자는 호빗 아니면 훌리건이다. 벌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 해도 벌컨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호빗이 훌리건이 되거나, 훌리건이 더 나쁜 훌리건이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한 표가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킵니다'와 같은 말은 공허하다. 

 

그러나 호빗과 훌리건과 같은 막장 유권자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말자고 과거 철인정치로 회귀하자는 저자의 해결책은 훌리건스럽다. 결론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지만, 냉소적인 현실 진단만은 맞았다.

 

사실 콘클라베도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가 아닌 엄선된 각국의 추기경만이 투표권을 갖고 있으니 철저한 에피스토크라시(엘리트 지식인에 의한 통치)이다.

 

 

 

 

 

호모 폴리티쿠스(homo-politicus)

 

인간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람(人) 사이(間)'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관계에 의해 나 자신이 규정된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결코 자기 혼자 독립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는 물리적, 정신적 힘이 개제된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도, 사장과 직원 사이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일정한 힘 또는 에너지가 작용한다. 이 힘은 역동적이어서 그 균형점은 매 순간 바뀐다. 아이가 100점 맞은 날은 순간적으로 엄마의 힘을 능가하여 여러 가지 협상 카드를 가진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밀당은 미묘한 힘의 역학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힘의 작용을 넓은 의미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치는 작게는 한 개인의 삶에서, 크게는 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인간은 정치적이며, 뼛속까지 '호모 폴리티쿠스'이다. 

 

인간은 두 사람만 모여도 그 사이에 정치가 있다. 마음의 본성은 늘 무언가를 계획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을 조작하려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도 엄마를 상대로 작은 정치를 한다.

 

정치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인간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의견이 대립할 때마다 정면충돌한다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어 버릴 것이다. 동물들도 사실 동족끼리의 서열 싸움에서는 정면 대결을 피한다. 위협적인 제스처나 행동으로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면 굳이 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물판 정치인 셈이다.

 

인간의 정치는 말의 싸움이며 말의 예술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말은 형이상학적인 것이므로 그것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고 증명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따라서 말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그 말이 완성된다. 

 

정치는 일정한 규칙을 가진 약속 대련이어야 한다. 그 규칙의 근간이 바로 신뢰(信)이다. 거짓말과 공작이 끼어드는 순간 저질 정치가 시작된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개개인의 생활 속의 정치가 먼저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호빗이나 훌리건이 대다수인 사회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이 더 나쁜 호빗이나 훌리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콘클라베의 추기경들은 그 정도면 나름대로 품격 있는 '호모 폴리티쿠스'가 아닌가?

 

 

 

 

 

제대로 펼쳐진 정치 대련 한판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모두 슬퍼하고 당황했지만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의식을 미룰 수는 없다. 

 

콘클라베는 고풍스러운 의식을 고수하는 오랜 전통이다. 전 세계의 추기경이 모여 외부와 차단된 방에서 과반수의 표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선거를 한다. 교황 선출 시에는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기 때문에, 밖에서 사람들은 매일 저녁 굴뚝 연기를 확인한다. 

 

영화 속의 여러 가지 의식들은 마치 정갈한 다도를 보는 듯하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딱 봐도 고급 원단으로 만든 복장, 파라핀으로 봉인하는 방식, 투표함, 각종 도구들은 한마디로 '고급지다!' 경비병들의 독특한 유니폼은 미켈란젤로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난다.

 

이러한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자들의 내부 역동은 더욱 두드러진다.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와 더해져 명품 컬렉션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옷 덕후(특히 원단 덕후)이면서 밀도있는 정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중국 드라마 <랑야방>을 강추한다. 54부작을 두 번이나 본 나의 인생 중드이다.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즈)은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선거 관리 단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선거를 위해 바티칸으로 속속 모여들고, 투표를 거듭 진행하면서 이들 중에 주요 후보자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후보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가톨릭 내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가치는 팽배하게 대립하고 있다. 알도 벨리니는 진보적 입장의 대표적 후보이나 지지 세력이 좀 약하다. 유력한 후보인 테데스코는 극단적 보수주의자이다. 트렘블레는 그 중간적 위치에 있지만, 표 매수라든지 상대 후보 비리 조사 등의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될 수도 있는 아데예미는 성추문에 휩싸인다. 

 

선대 교황은 진보적인 정책을 많이 펼쳐왔던 것 같고, 로렌스는 그러한 교황의 유지를 받들고 싶어한다. 로렌스는 진보 성향의 벨리니를 지지하지만, 무엇보다 공정하고 흠결 없는 선거를 치르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매일매일 선거를 거듭하면서 표심의 변화는 출렁인다. 매일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호박 넝쿨처럼 엮이는 진상들이 드러난다. 그 과정 자체도 매우 재미있고 마지막 반전 결과까지 늘어짐 없이 깔끔하다.

 

트렘블레가 30년 전 성추문을 들춰내기 위해 피해 당사자를 데려온 것이나, 자신의 비리 사실을 덮으려고 한 것은 비열한 짓이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치사한 술책이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적극적인 공작을 하지는 않는다.

 

다들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는 아는 사람들이다. 추문 당사자인 아데예미는 울면서 승복하고 만다. 트렘블레도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야망을 포기한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려던 벨리니도 반성한다.

 

옳은 말을 하면 알아듣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물러나야 할 때를 잘 안다. 이 정도면 깔끔한 경기를 관람한 듯하다.

 

 

 

 

 

확신과 의심 사이

 

로렌스는 선거 개회 연설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이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다크호스로 등장하게 된다.

 

사실 로렌스는 지금 심각한 신앙적 위기에 놓여있다. 그래서 선거 관리일만 잘 수행하고 수도원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일은 자꾸 꼬여가며, 심지어 자신이 유력 후보자로 등장하게 된다. 그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제발 자기를 뽑지 말라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로렌스는 매일 밤 신께 올바른 해답을 주시기를 기도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다가, 어느 날 '정말 난가?' 하며 시험 삼아 투표용지에 자기 이름을 조심스럽게 쓰고 투표함에 넣는다. 그 순간 쾅!

 

폭탄 테러

 

 

신께서 바로 응답을 주셨다. "응, 너 아냐." 깜짝 놀라면서도 너무 웃긴 장면이었다. 사실, 시내에서 일어난 이슬람 테러 사건이었지만, 이렇게 공교로운 순간에 창문이 박살 나다니.

 

개회 연설에서 로렌스는 '확신(certainty)'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의심과 혼란에 대해 깊이 숙고한 후에 나온 연설임이 틀림없다. 요지는 대략 이렇다.

 

"확신은 화합의 가장 큰 적이며, 관용의 적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폭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신앙은 의심과 함께 가야 합니다."

 

선거철에 가장 심각한 병은 '난가병'이다. 추기경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는 짐을 질 준비가 되었습니다. 기꺼이 이 무거운 짐을 지겠습니다."라며 앞다투어 짐을 지려 한다.

 

확신의 정도에 비례해서 난가병의 증상도 심해진다. 그러나 자기 확신의 뿌리에는 자만, 독단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

 

진보, 보수가 단순하게 선악으로 나뉠 수는 없다. 확신에 찬 진보는 시간이 지나면 보수가 된다. 확신에 사로잡힌 보수는 시간이 지나면 진보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극단적 전통주의자인 테데스코는 공식어로 라틴어를 사용해야 함을 주장한다. 자유주의를 받아 들여 각 나라별 언어 사용을 허용했더니 언어에 따라 파벌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일견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폭탄 테러 후 흥분한 테데스코는 이슬람을 말살해야 한다며 십자군 전쟁을 불사할 듯한 말을 하여 표를 다 깎아 먹고 만다.

 

그러나 진보, 보수 모두 교회에서 여자의 역할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여자에 대한 진보적 공약은 100% 남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인 것이다.

 

영화에서 수녀들의 역할은 식사 준비, 소지품 챙기기, 잔무 처리와 같은 돌봄 노동이 주를 이룬다. 같은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수녀들의 지위는 천 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다. 관용의 종교라고 자부하지만, 남방불교에도 아직까지 비구니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녜스 수녀

 

 

고참 수녀인 아녜스(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씬 스틸러처럼 대부분의 장면에서 걸쳐져 나온다. 마치 '지켜보고 있다' 짤처럼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며 알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녀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허구성이 까발려지는 듯하다.

 

콘클라베 시작일에 투표 명단에 없는 비밀 요원인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베니테스 추기경이 등장한다. 교회가 박해받는 곳이라서 생명의 위협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비공식적으로 임명된 것이다. 

 

베니테스는 여러 분쟁 지역에서 폭력과 갈등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며 또 중간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테데스코의 극단적 발언에 대해 말한다. "누구와 싸우는 것입니까? 우리는 우리 안의 증오와 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합니다." 

 

현재에 당연한 많은 것이 과거에는 옳지 않았다. 현재에 그른 것이 미래에도 그른 것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위태롭게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호모 폴리티쿠스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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