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호러 영화 <Deemak> 익숙한 집 안에서 벌어지는 ‘진(악령)’의 공포

파키스탄에서 제작된 심리 초자연 스릴러 <Deemak>(뜻: 흰개미)이 현지 호러 장르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지역 신화와 현실 가족 갈등을 엮은 독특한 공포 영화로 주목받는다.

<Badshah Begum>의 라파이 라쉬디 감독과 <Abus Jinns>의 작가 아이샤 무자파르가 손잡은 이 작품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불화가 원인 모를 초자연 현상과 맞물리며 점차 광기 어린 공포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은 Wah Wah 프로덕션, 배급은 Mandviwalla Entertainment가 맡았다.

줄거리는 어느 날부터 집 안에서 시작된 이상 현상이 점차 도를 넘고, 두 여성이 서로를 의심하며 충돌하는 가운데, 가족의 중심인 아들이 둘 사이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을 따라간다. 제작진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한때 안전했던 집이 어느새 공포의 미로로 변해간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진(Jinn)’이라는 존재다.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전해 내려오는 초자연적 존재로, 인간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며 때때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진다. 특히 중동과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진이 원인 모를 병이나 불운, 빙의 현상 등과 관련되어 등장하며, 여러 괴담과 공포 소재의 원형으로 활용돼왔다.

총괄 프로듀서인 사이드 무라드 알리는 “어릴 때부터 호러 장르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었고, 언젠가는 꼭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Deemak>은 파키스탄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 라쉬디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발전시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족 내 긴장을 정서적 핵심으로 삼았다”고 설명하며,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사이에 낀 남편이라는 구조는 이 지역 가정에서 매우 보편적인 긴장감인데, 여기에 초자연적 위협이 더해지면서 흥미로운 긴장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출연진으로는 파이살 쿠레시, 소냐 후신, 사미나 피르자다, 자베드 셰이크, 부슈라 안사리 등 파키스탄 대표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파키스탄 호러 영화는 1967년작 <Zinda Laash>로 시작해, 좀비 슬래셔 <Zibahkhana>(2007), 민속 공포극 <Maya>(2015), <Aksbandh>(2016) 등으로 장르 실험을 이어왔고, 최근엔 2023년 칸 감독주간 초청작 <In Flames>를 통해 예술성과 사회비판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Deemak>은 이 지역의 문화적 상상력과 가족 중심 드라마, 초자연적 공포를 결합해 파키스탄 호러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