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각본가 잭 손 “지금 십대 소년들은 진짜 위기에 처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공개된 이후, 소년들의 여성 혐오, 인셀 문화, 스마트폰 사용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각본가 잭 손은 이 드라마의 공동 제작자이자 공동 각본가로, 이번 작품을 통해 “왜 어떤 소년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작품의 의도, 리서치 과정, 그리고 현실의 문제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공유했다.
— 이 드라마는 인셀 문화, 남성성, 온라인 괴롭힘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드라마의 공동 제작자인 스티븐 그레이엄이 먼저 제안했다. 그가 나에게 “요즘 소년들이 왜 여자아이들을 미워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칼부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남성의 분노, 우리의 분노, 우리 내면의 잔혹함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복잡한 남성성의 초상을 그려보고자 했다. 과거 우리 세대가 형성된 방식과 지금 십대들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 인셀 문화는 원래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였나?
어느 정도 관심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리서치를 하면서 놀라운 점이 많았고, 그중 일부는 내가 만약 다른 시기에 들었다면 빠져들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무서웠다. 인셀 문화가 위험한 이유는 고립감, 열등감, 매력 없음 같은 감정에 설명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세상은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여성이 모든 권력을 가진다는 식의 논리인데, 그런 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자기계발’이 아니라 ‘조작’과 ‘해악’을 배우게 된다
— 제이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리서치를 했나?
레딧과 4chan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파고들었다. 가짜 계정을 만들어서 SNS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팔로우했다. 유명한 인물에서 덜 알려진 사람으로, 다시 더 미묘한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로 이동하면서 점점 깊이 들어갔다. 13살 소년이 직접 앤드류 테이트(극우적 성향의 남성 우월주의 인플루언서)를 소비하진 않지만, 그 영향을 받은 게임 유튜버나 음악 리뷰어가 앤드류 테이트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방식으로 제이미를 만든 기반을 찾아갔다
— 드라마를 통해 던지고자 했던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인가?
“제이미는 왜 그런 일을 했는가?”였다. 우리는 이 작품을 추리극이 아니라 ‘왜 그랬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2화에서 학교에 가고, 3화에서는 그의 심리와 인지를 파헤친다. 마지막 4화에서는 부모의 책임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룬다.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식은 아니지만, 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 제이미는 어디에서 무너졌나?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이 하나를 무너뜨리는 데도 마을 전체가 작용할 수 있다. 제이미는 무너졌다. 제대로 돕지 못한 교육 시스템, 그를 보지 못한 부모, 닿지 못한 친구들, 신경학적 조건, 그리고 그가 접한 온라인 사상들이 다 영향을 미쳤다
—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
아직 아들이 9살이라 본격적으로 겪는 단계는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블로그, 브이로그에는 관심이 없지만, 문제는 그게 곧 찾아온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전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자기만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지금부터 부모들끼리 모여 함께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집마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공동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 젊은 남성의 급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SNS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핵심이다. 지금의 플랫폼들에게 자율 규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영국에서는 ‘디지털 연령 동의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호주처럼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이를 플랫폼이 책임지게 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입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더 복잡하다
— 드라마는 모든 회차가 원테이크 형식으로 촬영되었는데, 이 방식이 스토리텔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감독인 필립 바랜티니가 제안한 방식이었다. 원테이크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요구한다. 카메라는 항상 인간을 따라가야 하고, 이야기도 하나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선,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구성해야 했다.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 2화에서 등장한 이모지 해석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이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나?
그 장면은 단순한 해석 그 이상이다. 아이가 부모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고, 아버지는 혼란스러워하며 처음으로 자신이 아들의 내면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배스컴과 아들 간의 어색하지만 진심 어린 화해가 담긴 장면이며, 작품에서 몇 안 되는 따뜻한 순간 중 하나다
— 이 작품을 본 부모들의 반응은 어땠나?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작품을 자녀와 함께 본 부모들이 많았고, 실제로 영국 총리인 키어 스타머도 자녀들과 함께 봤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처음 나눠봤다”는 부모들의 피드백은 이 작품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준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지금 정말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부모뿐 아니라 교사, 정치인, 사회 전체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쉬운 해답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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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작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꼭 봐야겠습니다
이걸 읽으니 드라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옛날에는 현실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인스타, 인터넷을 통해서 왜곡된 생각을 만들기 좋은 시대죠.
가상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경우가 많기에.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극단적 사고를 가지기 쉽고요.
각본가가 예리하게 이걸 알아챘군요.
개인적으로 '파일럿' 영화보다 이 드라마가 더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