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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인간의 내면을 그리기 위하여(스기이 기사부로)

중복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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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이 기사부로의 생애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철학

https://extmovie.com/movietalk/92766996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8년의 방랑생활과 복귀

https://extmovie.com/movietalk/92762314

 

스기이 기사부로가 말하는 감독이라는 것

https://extmovie.com/movietalk/92777700

 

스기이 기사부로가 말하는 산다는 것과 만드는 것

https://extmovie.com/movietalk/92782091

 

 아마 금방 눈치를 채시겠지만 이게 이 책의 첫 부분입니다. 7장이라고 했는데 왜 이거 포함해서 5개밖에 없나 싶으실 수도 있는데 책 목차를 그대로 따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걸 읽으신 다음에 그냥 저 링크 순서대로 쭉 보시면 됩니다. 근데 순서대로 읽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겁니다.

 

 

 

들어가며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백사전>(1958년)과 <철완 아톰>(1963년)으로 시작되는 긴 경력.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1985년)을 감독했는가 하면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1985년)로 대히트를 친다고 하는 범위의 넓음. 거기에는, 작가의 날카로움과 장인의 끈기가 공존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 중에서도 스기이 감독을 존경하는 사람은 많다.

 

 스기이 감독은 도대체 어떤 자세로 애니메이션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떤 경위로 그러한 자세를 익혔는가.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물론이고, 거기에는 분명 사회에서 일하는 인간 전반에 있어서 유용한 모종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경력을 따라가면서 스기이 감독의 사고방식, 인생관을 살펴보자.  

 

 스기이 감독에게 이 기획을 제안했는데, 다행히도 취재를 받아주시기로 하셨다. 인터뷰는 2012년 3월말부터 5번 실시했고, 취재시간은 10시간 이상에 달했다. 이 책은 그런 인터뷰 내용을, 후지츠의 책임 하에 편집해서 총 7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주요 화제는 '일' '애니메이션' '여행' 세 가지. 그것은 스기이 감독 안에 있는 일꾼으로서의 관점, 작가로서의 관점, 그리고 여행자의 관점과 대응하고 있다.

 

 귀중한 에피소드도 많기 때문에 독자의 흥미에 따라 각각의 요소에 주목해서 읽어 주신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이 책과 보완관계에 있는 듯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니메의 스승-스기이 기사부로>(이시오카 마사토 감독)도 공개한다고 한다. 지금 스기이 감독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많다.

 

인터뷰 구성 후지츠 료타

 

 

 

 

<철완 아톰>의 사상

 

 나는 1958년, 18살 때 토에이 동화(현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관여하기 시작하고, 2012년이면 54년이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애니메이션의 길로 나아가려고 결심한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이라는 것과 어울려 온 것이다. 감독작도 <오공의 대모험>(1967년)부터 시작해, <도로로>(1969년), <은하철도의 밤>(1985년), <터치>(1985년), <스트리트 파이터 2 무비>(1994년), <폭풍우 치는 밤에>(2005년)로 상당한 수가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것은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드라마를 그리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결국 그림일 뿐이다. 그러나 그 그림에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캐릭터에게 생명을 느껴지게 하는 것도,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이 만들어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철완 아톰>의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도 세상에서는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재밌고 이상한 어린이용 오락으로 여겨서, 드라마를 그릴 수 있는 미디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상이 드디어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은, <아톰>으로부터 20년 정도가 경과한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내가 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 계기는 1964년, 토에이 동화를 그만두고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이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에 참가한 것이었다. 나는 거기서 일본산 최초의 30분 프레임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톰>을 시작할 때 데즈카 선생님이 한 인상적인 말이 있다.

 

 

 "<아톰>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아니메입니다." 데즈카 선생님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니메'와 '애니메이션'은 무엇이 다른가. 디즈니나 토에이 동화처럼 많은 그림을 그려 정성스럽게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에 대비되게, <아톰>은 그 10분의 1 정도의 그림 매수로 제작한다는 스타일을 선택했다. 그것은 매주 30분 프레임의 애니메이션을 방송한다는, 당시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폭거'였다.

 

 데즈카 선생님은 그것을 '아니메'라고 부르며 그때까지의 정통파 애니메이션과 구별한 것이다. 전달해야 할 것은 움직임의 재미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움직임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으로 괜찮다. 그것의 <아톰>의 사상이었다. 그리고 이 대담한 발상이 현대로 이어지는 일본식 '아니메'의 원류가 된 것이다. <아톰>에 참가한 것으로 나는, 아니메라는 기법으로도 드라마를 그릴 수 있다고 예감했다. 드라마를 그린다는 것은 즉, 인간의 내면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최신작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까지 일관되게 변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에서는, <은하철도의 밤>에 이어 미야자와 겐지 원작의 동화를 가져다 엮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 2012년 7월 개봉. 미야자와 겐지의 동명 작품을 영화와. 스기이는 각본・감독을 맡았다. 1985년에 공개한 <은하철도의 밤>에 이어, 만화가 마스무라 히로시의 의인화된 고양이 캐릭터를 원안으로 사용하여 겐지 작품의 무대가 되는 '이하토브'(에스페란토어로 '이와테 지방'을 나타낸다)의 세계를 시각화했다. 주인공 부도리는 나무꾼 일을 하는 4인 가족의 장남. 극심한 기근에 시달려 일가가 뿔뿔이 흩어져버린 부도리는 다양한 만남을 거쳐 이윽고 이하토브 화산국에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해, 또 한기가 닥칠 것이 예상된다. 그 때 부도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원작을 대담하게 해석한 각색으로, 여동생 네리를 납치한 섬뜩한 캐릭터 '코토리'를 중요 캐릭터로 한 것 외에, 곳곳에 주인공 부도리가 둘러보는 환상세계의 영상이 삽입되어 있다.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에 임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생관 즉, 산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어린 시절에 각인된 사건이 잠재적으로 미의식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를 통해 그린 사생관도, 따라가보면 내 성장과정 속에서 그 원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1940년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에서 태어났다. 누마즈에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살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따라가보면, 근처 신사에서 손가락 인형을 사용한 인형극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을 본 기억이 난다. 아이 입장에서는 무심코 벌레를 죽이는 것에 보복이 따른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로, 그것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무서웠다. 그 때문에, 그 후 한동안은 벌레를 죽일 수 없었다. 지금도 집에 들어본 벌레를 팡 하고 으깨버릴 수는 없어서 살짝 놓아주고 있다.

 

  또 생각난 것이 있는데, 태평양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죽음은 가까운 것이었다. 공습도 당한 적이 있다. 누마즈는 공습을 몇 번이나 받았고, 강가의 방공호로 도망칠 때 폭풍에 휩쓸려 강한 힘으로 몸을 꽉 눌린 느낌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하게 인상에 남아있는 것은,  역시 1945년 7월 17일의 누마즈 대공습이다. B-29 130기가 해군 군수공장이나 많은 중소 군수공장이 있는 누마즈시 거리를 폭격해, 누마즈는 완전히 불에 탔다. 자료를 보면 27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마을이 소이탄의 공격을 받고, 그 안에서 어머니와 함께 도망친 기억이 있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모두들 바다 쪽으로 도망치려고 하다가 큰일을 당했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산 쪽으로 도망쳤고 그래서 우리 부모와 자식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소이탄의 불꽃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두려움보다는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죽음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의식은, 이때의 체험이 뿌리에 있다고 해도 좋다. 

 

 그 후, 나는 <헤이케모노가타리>의 기획을 제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죽음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한 <은하철도의 밤>을 제작할 때는, 스태프에게 '죽음이 수반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장편 작품으로 대표되는 듯한 '해피'만으로 칠해진 세계에는 그런 아름다움이 없다. 지카마쓰 몬자에몬은 아니지만, 죽음과 직결된 곳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확실히 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에서는 미술감독인 아베 유키오 씨가 기근 장면에서 실력을 발휘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기근의 모습을, 기발한 아름다움이 있는 장면으로 완성해 주었다. 전쟁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죽음이 지금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전후가 된 다음의 기억이지만, 누마즈 시내를 흐르는 카노강에 남녀의 익사체가 떠오른 적이 있다. 당시에는 경찰도 대범했어서, 그 시체는 한동안 강 근처의 길가에 방치되어 있었다.

 

 초등학교에 가는 도중에 '뭔가 파란 얼굴을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무서웠다. 기분 나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보았다. 여느 장례식만 해도 그렇다. 요즘은 일찍 입관해 놓고 예쁘게 꽃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지만, 옛날에는 계속 시신 그대로 눕혀져 있었다. 어제까지 나를 귀여워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죽고, 그대로 시신이 누워 있다. 그것은 꽤 생생한 광경이었다.

 

 이러한 죽음의 생생함은 그만큼 자신이 살아있다는 기쁨, 가치를 실감케 했다. 지금 일본에서 삶의 실감이 희박한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죽음이 멀어진 결과일 것이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후의 일이나 죽는 방법에는 일절 흥미가 없다. 사후의 일 따위는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할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명을 다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죽음과 인접한 아름다움'과 '살아있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내 안에 새겨진 이 두 가지 가치관은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에도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의 어려움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의 기획이 시작된 것은 2007년.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에 적합한 원작이라는 것이었다. 환경문제의 해결법을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에 요구한 것은 아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에서 이하토브를 습격하는 것은 냉해로 인한 기근이다. 또한 이야기 중반 이후에는 인간에 위협이 되는 화산의 분화를 컨트롤하려는 화산국 직원들이 등장한다. 냉해로 인한 기근과 화산 폭발. 어느 쪽이든 인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이고,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그러나 애초에 냉해도 화산도, 인간과는 다른 자연의 활동으로서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다. 인간과는 별개의 활동으로서 존재하는 자연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면 좋을까. 그 부분을 재고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각본을 쓰기 시작해 보니,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은 예상 이상으로 어려운 요소가 많아서 상당히 난항했다. 어려운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과학적인 문제. 두 번째는 극을 만드는 문제. 마지막은 자기희생에 대한 문제. 이 세가지에 대해 원작을 읽고,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원작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해 갔다. 우선, 과학적인 문제라는 것은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그에 관한 부분이 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부도리의 꿈)>의 클라이맥스는, 이하토브가 다시 냉해에 습격당할 뻔한 것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기근으로 일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구스코 부도리는, 바다 위에 있는 카르보나드 화산을 분화시킴으로써 냉해를 막으려 한다.

 

 한기와 화산 폭발이라는, 현실에서는 비극의 원인이 되는 두 가지 요소를 부딪쳐 해결한다는 겐지의 상상력의 훌륭함에 경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산 폭발은 기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분화로 인해 날아오른 화산재에 의해 햇빛이 차단되어 기온이 낮아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영화화하면 너무 비과학적을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카르보나드 화산의 분화를 막는 전개는 가능한가.

 

 그런 것도 생각하고, 한 번 각본을 썼지만 재미없는 내용이었다. 화산과 관련해서 감수를 해주신 화산학자 나카타 세츠야 선생님으로부터, 카르보나드 화산은 그 이름이 카보나타이트라는 암석의 학명에서 유래한 이름이 아닐까 하는 지적을 받았다. 카보나타이트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용암으로 녹을 때 다른 암석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원작의 클라이맥스도 있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나카타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카타 선생님 덕분에, 이야기 설정의 과학적 뒷받침은 취해졌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화산을 폭발시킨다는 행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쉽게 거대한 화산 분화라는 자연의 힘을 과학의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인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원자력 발전소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무엇이든 과학의 힘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오히려 현대는 인간이 정말로 필요한 도구=기술이란 무엇인가를 검증하고, 재검토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원작의 클라이맥스를, 단순한 기술 만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전개로만 파악해 버리면 현재 관객이 가지고 있는 시대의 감각과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세 번째 자기희생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도 관련이 있지만, 나는 원작을 여러 번 읽으면서 겐지는 부도리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화산을 분화시켰는지 구체적으로는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에 돌파구가 있었다. 원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그로부터 3일 후, 화산국의 배가 카르보나드 섬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거기에 몇 개의 구조물이 세워졌고 전선은 연결되었습니다. 완전히 준비가 되자 부도리는 모두를 배로 돌려보내고, 자기 혼자 섬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하토브 사람들은 푸른 하늘이 녹색으로 탁해지고, 해와 달이 구리색으로 변한 것을 보았습니다.

 

 카르보나드 화산이 부도리의 손에 의해 분화되었다고는 쓰여 있지 않다. 다만, 어떤 이변이 일어난 것이 현상으로 그려져 있을 뿐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원작 내에, 부도리의 행위가 단순한 과학 예찬으로 읽히지 않도록 제대로 장치를 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 부분을 단서로, 일종의 환상담으로 영화 전체를 정리하기로 했다.

 

 두 번째, 극을 만드는 문제라는 것은 부도리의 여동생인 네리의 취급이다. 부도리는 나무꾼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네리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기근이 찾아와 아버지와 어머니가 행방불명이 되자, 코토리가 나타난다. 원작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남자는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만,

"너희들은 착한 아이다. 하지만 착한 아이라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나를 따라와. 그렇지만 남자아이는 강하고, 나도 두 사람은 데리고 갈 수 없어. 이봐 여자애, 너는 여기에 있어도 더는 먹을 게 없어. 아저씨와 함께 마을로 가자. 매일 빵을 먹여줄게." 그리고는 휙 네리를 안아올려 등짐바구니에 넣고, 그대로 "오오 됐다 됐어. 오오 됐다 됐어."라고 소리치며 바람처럼 빠르게 집을 나갔습니다. 네리는 처음으로 엉엉 울기 시작했고, 부도리는 "도둑! 도둑!"이라고 외치며 쫓아갔지만, 남자는 이미 숲 옆을 지나 저쪽 초원을 쭉 달리고 있었고, 그곳에서 네리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떨리며 들릴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납치되어 간 네리였지만, 원작에서는 이윽고 성장해 화산국의 직원이 된 부도리 앞에 나타나 재회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의 전개를 그대로 영화로 만들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쨌든 부도리와 친구들이 다녔던 학교가 폐쇄되어 버릴 정도의 기근이다. 선생님이라면 도시로 돌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 중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버린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네리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귀찮아졌기 때문에 목장 쪽에 버려졌고, 그 목장의 아이로서 행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 목장의 장남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야기의 구성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고민했다. 이 홈드라마 같은 분위기가 있는 부분만 떠 있는 것처럼 읽혀버린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의 전신이 된 <펜넨넨넨넨 네네무 전기>을 보면 이쪽에도 산 채로 헤어진 여동생이 나오지만 이쪽은 더욱 난폭해서, 갑자기 무사한 것이 확인되고 이야기 속에서는 그것만으로 끝나 버린다. 어쩌면 겐지는 네리에게 희망을 주려고 아이를 낳았다는 묘사를 더했을지도 모른다. 

 

 1922년에 요절한 여동생 토시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던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핵전쟁과 같은 카타스트로피를 겪으면서, 그래도 인간은 살아있다는 것'을 단순히 희망으로 그려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부도리의 세계에서 기근은 단순히 농작물의 흉작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의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도리는 클라이맥스에서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기근을 막으려고 한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의 세계에서 기근이 그런 결정적인 사태인 이상, 네리가 운이 좋아서 살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라고 하면 원작이 그리고 있는 다른 요소와 겹치지 않는다. 우연히 살아남아 버렸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아서는, 기근을 통해 그리려고 했던 것이 불명확해져 버린다. 그래서, 네리에 관해서 나는 꽤 대담하게 원작을 각색했다. 영화에서 네리의 취급을 본 사람은, 미야자와 겐지와 여동생 토시의 관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 각색은 이러한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실은 <은하철도의 밤>에서도 원작에 왜 삽화가 있는지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프리오신 해안' 부분이 그렇다. 프리오신 해안에서는, 대학사가 화석을 발굴하고 있었는데, 그 에피소드가 너무 나빠서 퇴고 전의 것이 남아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때는, 원작을 다시 읽으면서 '프리오신 해안 부분에서는 역사=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해안에서 가져온 화석 호두가,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는 동시에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는 오리지널 장면을 덧붙였다. 시간이란 사라져가는 것. 그것을 호두를 통해 그리는 것으로, 프리오신 해안의 에피소드가 전체 속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기희생을 파악하는 방법에서 추상화 문제로

 

 그리고 세 번째인 자기희생의 문제. 여기에 관해서는 악전고투했다.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 때는, 굳이 지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이유를 찾지 못하면 만드는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의 경우 거기에 그려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현재 만드는 의미가 있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마지막이다. 부도리가 카르보나드 화산에 혼자 남아 자신을 희생해서 화산을 분화시킨다는 구절이다.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부도리는 은사인 쿠보 박사에게 상담한다. 하지만 쿠보 박사는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일을 하러 간 사람들 중 마지막 한 명은 도망칠 수 없을 거야."라며 부도리를 제지시킨다. 미야자와 겐지는, 자신의 종교관에 의해 뒷받침된 자기희생을 작품의 테마로 그린 작가다. 부도리의 발안과 그리고 최종적으로 섬에 혼자 남는다는 결단은, 혼자만의 행복보다 전체의 행복을 바라는 겐지의 이상상을 그렸다고 생각되고 있다.

 

 독자가 원작의 부도리의 행동을 읽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은 좋다. 문제는, 영화화할 때 부도리의 희생적인 행동을 실제로 그려서 보여주며 그것을 '훌륭한 일'이라고 단순히 칭송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부도리의 모습을 그려버리면, 특공대 같은 희생도 무책임하게 칭찬하는 것과 같아져 버린다. 더 나아가 가족을 위해, 민족을 위해, 종교를 위해라는 대의명분을 짊어진 채 행해지는 자살폭탄테러와도 한없이 가까워진다.

 

 죽음에는 의미가 없고, 살아있는 것이야말로 의미가 있으니까 특공대 같은 부도리 따위는 그리고 싶지도 않다. 그런 생각으로 원작을 읽어보니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그 대목은 아까 인용한 대로다. 겐지는 부도리가 혼자 섬에 남았다고 썼다. 하지만 카르보나드 화산을 분화시킨 구체적인 묘사는 쓰지 않았고, 더군다나 부도리가 그 몸을 희생해서 폭파시킨 것 같은 장면도 일절 그리지 않았다. 이 마지막 부분은 매우 추상적으로만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도 그 장면은 그릴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SF로도 읽을 수 있는 원작이지만, 오히려 설명적인 부분을 모두 없애고 판타지로 해석하는 것을 통해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라면 첫 번째 문제였던 과학적인 정확성과도 타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라스트를, 부도리가 냉해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강하게 바랐을 때, 그 몸이 빛이 되어 무수한 생명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연출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순환의 바람'이 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부도리가 화산을 분화시켰기 때문에 기후가 바뀐 것이라고는 묘사하지 않았다.

 

 어쩌면 부도리가 가지 않았어도 카르보나드 화산은 분화해서 냉해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어느 쪽이든 리얼리즘의 영역이고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다. 쿠보 박사를 이야깃거리 삼아 전체가 하나의 전설이 되는 형태로 영화를 정리하고 있는 것도, 중간에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환상장면을 넣은 것도, 이 영화를 판타지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다. 사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를 영화화할 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미야자와 겐지가 가진 환상성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겐지는 알다시피 독특한 감성을 통해 자연의 목소리를 듣거나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그것이 작품에 짙게 반영되고 있다. 그것은 문학적인 말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과는 다른 차원에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환상'이라고 부르거나 '이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영화화에 있어서 네리를 납치해 간 코토리를, 우리가 있는 세계와는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로 그렸다. 그리고 네리를 찾는 부도리에게 이쪽 차원과 저쪽 차원을 왕복하게 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갔다.

 

 겐지의 이차원 감각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인접한 것으로 그린 것이다. 각색으로서는 대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겐지를 읽는 방법으로는 결코 빗나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겐지는 어느 시대에 읽어도 낡지 않는다. 이렇게나 시대를 초월한 존재로 읽혀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나는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겐지가 지방에서 독자적인 문체를 목표로 창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 문학계가 가지고 있던 그 시대의 문체에 좌우되지 않았다는 것. 또 하나는, 겐지의 동화라는 것이 메시지가 있을 듯한 향기가 나면서도 실제로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겐지의 동화의 특색이라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는 작품 속의 사실이 말하고 있을 뿐, 극단적일 때는 각 장면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느꼈는가 하는 것조차 쓰여있지 않기도 하다.

 

 미야자와 겐지는 자신의 원고에 몇 번이고 손을 대서 완성된 원고로 퇴고했다. 거기에는 언어 사용을 적절한 것으로 고쳐가는 이상의 독자적인 방향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럼 겐지는 무엇을 향해 퇴고해 갔는가. 영화 감독의 입장에서 추측해 보자면, 겐지는 분명히 상징화, 추상화를 향해 퇴고를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묘사가 많은 초고에서 상징화・추상화를 향해 완성된 원고로. 그것은 즉, 더 넓고 보편성이 있는 이야기로 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야자와 겐지는 자신과 친했던 법화경처럼 자신의 동화를 완성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추상적인 표현일수록 질문받는 것은 독자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해석이 독자에게 맡겨진 부분이 많을수록, 시대마다 작품은 다르게 해석되게 된다. 즉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가게 된다. 미야자와 겐지가 정신적 기반으로 삼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한 불교, 그리고 농학・지학으로 대표되는 과학,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감성, 이 세가지로 이해하면서 완성된 문장을 어떻게 읽어나갈 것인가. 그것이 겐지의 끝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즉 독자의 인생관, 가치관이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를 애니메이션화함에 있어서, 나는 '죽음과 인접한 미의식'과 '살아있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는 어린 날의 자신에게 새겨진 감성을 단서로 원작을 해석한 것이다.

 

 

고양이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진 <은하철도의 밤>

 

 이렇게까지 미야자와 겐지를 생각하게 된 것은, 역시 27년 전에 <은하철도의 밤>을 영화화하고 나서다. 그 이전에도 한 번, <은하철도의 밤>의 영화화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겐지가 보편성을 추구하고 추상화해 그려간 이야기를 인간 소년의 모습, 즉 구체화하여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모순을 느끼고 거절했다. 하지만, 만화가 마스무라 히로시 씨의 고양이 캐릭터를 사용하여 겐지 동화를 그린다는 아이디어를 받고 단번에 가능성이 열린 것 같았다. 고양이라는 필터를 통과시킴으로써 캐릭터의 추상성을 해치지 않고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은하철도의 밤>, 1985년 개봉. 고독한 소년 조반니는 은하가 빛나는 밤, 언덕 위에서 은하철도에 올라탄다.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 캄파넬라도 은하철도를 타고 있었고, 두 사람은 은하의 세계를 여행해 간다. 캐릭터 원안인 마스무라 히로시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인 에구치 마리스케, 애니메이션 감독 마에다 츠네오 등 <구스코부도리의 전기>와 공통되는 스태프가 많다. 각본을 베츠야쿠 미노루, 음악을 호소노 하루오미가 담당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제40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오후지 노부로상 수상.

 

 <은하철도의 밤>은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만큼 각색되지 않았지만, 역시 내 나름의 해석은 짙게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은하철도의 밤>도 미야자와 겐지가 신앙한 법화경의 세계에 따라 그려져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뿐인 동화인가 생각했다. 당시 스태프에게도 말했지만 인류가 달의 땅을 밟았다는 사실이 있는 한, 사생관도 변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추상적, 상징적인 문체를 추구한 미야자와 겐지 작품도 현대만의 독자적인 읽기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IMG_5829.jpeg.jpg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은하철도 여행은 캄파넬라가 조반니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캄파넬라는 떠나기 직전에 은하수의 어두운 부분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 저기 석탄자루가 있어. 하늘의 구멍이야." 그리고 조반니는 그 말을 듣고 "난 이제 저런 어둠은 무섭지 않아. 반드시 모든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찾으러 가겠어.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우리 함께 나아가자."라고 맹세한다. 신앙에 의해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려 했던 미야자와 겐지는, 어째서 이야기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은하의 어두운 공동으로 향했을까.

 

 나는 이 '큰 검은 공동'에, 고대 신앙에서 신의 거처로서 모시는 공동으로 통하는 것을 느꼈다. 공동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불교라기보다는, 오히려 원시적인 애니미즘적인 발상이다. 이것은 미야자와 겐지가 자신의 원고를 퇴고하는 과정에서 추상화・상징화해간 결과, 살아있는 것의 생명을 긍정하는 애니미즘에 접근한 것처럼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법화경의 해석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좀 더 자유로운 생명 본연의 모습이 영화 내에 그려져도 좋다. 

 

 그리고 내가 나름대로 <은하철도의 밤>에 그려져 있는 생명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도입한 것이, 이야기의 포인트로 등장하는 '삼각표'다. <은하철도의 밤>은 조반니의 내면극이다.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은하 여행을 하는 동안 진짜 조반니의 몸은 언덕 위에 있으며 별이 뜬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은하철도의 여행이 조반니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인 이상, 그것을 외부에서 본 시선이라는 것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카메라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열차의 객차 안에 두고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모습을 쫓는 데 집중했다.

 

 하물며, 멀리서 은하철도가 달리고 있는 전경을 배치하는 것 등은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조반니의 내면인 이상, 그 바깥쪽에도 생명으로 가득 찬 세계가 있다는 것도 연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거기서 투입한 것이 삼각표다. 원작에 등장하는 삼각표는 '천기륜의 기둥' 등과 함께 그것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존재이다. 측량할 때 사용하는 표식이라는 말도 있다.

 

 그것을 나는, 빛이 나는 테두리를 두른 삼각뿔로 그렸다. 나는 이것을 조반니나 캄파넬라가 있는 쪽이 아닌 제3의 존재라 생각하고, 그런 뉘앙스를 내고 싶을 때 등장시켰다. 이 삼각표는 이어서 제작한 <겐지모노가타리>(1987년)이나 <구스코부도리의 전기>에도 등장하고 있다. 삼각형이라는 단순하고 원시적인 형태를 내는 것을 통해 마음세계의 바깥에 있는 생명의 힘과 같은 것을 상징하는 조형으로 사용했다. 조반니는 마음의 내면에서 여행을 계속하지만 마지막에는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은하철도의 밤>은 조반니가 태내에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로 연출하고 싶었다. 조반니는 삶과 죽음 사이의, 생명이 있는 곳을 향해 여행을 계속하고, 거기서 재생하여 돌아온다. 그 때문에 효과음을 담당한 카시와바라(미츠루) 씨에게는 열차의 쿵쿵거리는 효과음을, 유아가 태내에서 어머니의 고동을 듣고 있는 듯한 소리로 해달라고 의뢰했다.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심장소리 같은 분위기의 효과음이 생겨서 영화가 꽤 부풀어 오른 것 같다.

 

 

 그리고 그 심장소리를 억누르듯, 조반니는 '캄파넬라'의 이름을 외친다. 그 외침은 조반니에게는 제2의 고고(갓난아이의 첫 울음소리)인 것이다. 스탠다드한 원작의 해석. 감독으로서의 나의 해석. 각각이 성립되도록 다중 구조를 준비하면 관객에게도 해석의 폭이 생기고, 이쪽이 그리지 않은 것을 감지하거나 읽을 수 있게 된다. 스크린 속에 감독이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그대로 전달해 버리면 영화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

 

 감독의 메시지를 이해한다는 영역을 넘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영화로서 자립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은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기에 그러한 해석을 받아들일 만큼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미야자와 겐지와 마주보며 <은하철도의 밤>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27년 후에야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를 영화로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서를 그릴 수 있다는 확신

 

 <은하철도의 밤>은 1985년, <나인>(1983년) 다음에 <터치>(1985년)와 병행하여 작업한 작품이다. 나는 사실 35살이 되고,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여행에 나선 적이 있다. 여행 도중 아다치 미츠루 작품과 우연히 만난 것으로 다시 업계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 작품이 <나인>이다. 단지, 돌아왔지만 기분은 아직 여행하던 때 그대로. 작품이 완성되면 또 여행을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은하철도의 밤> 또한 그런 한 편이었다. 

 

 

 그런데 <나인> <터치> 모두 인기작이 되었고, <은하철도의 밤>도 히트했다. 그래서 나는 여행자 기분 그대로 애니메이션 일을 재개한 것이었다. 다만, 여행 전과 크게 다른 것은 '애니메이션도 정서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를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실천이자 확인이었던 <은하철도의 밤>은 그러니까, 아다치 선생님의 <나인> <터치>와 함께 나의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구스코부도리의 전기>는 대략 30년 전의 이 전환기가 있어서 영화화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장부터는 왜 내가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했는지, 거기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작품에 관여해 왔는지 되돌아 보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인간의 내면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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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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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전쟁까지 겪은 세대의 애니메이션은 치열한 삶이 응축될 수밖에 없네요. 요즘 젊은 감독들 애니메이션이 담지 못하는 깊이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드려요.

23:36
6시간 전
golgo
작품 자체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렬한 경험들이죠. 그런 경험이 있는 세대 사람의 경우 인생이랑 작품을 같이 알아두면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것 같네요.
23:47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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