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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81] 시체가 들려주는 세 가지 공포 - 보디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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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ody-bags.jpg

 

보디 백 – Body Bags (1993)
시체가 들려주는 세 가지 공포


옴니버스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러 팬들에게 <보디 백>은 굉장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존 카펜터와 토브 후퍼 감독이 참여한 이 영화는 원래 <납골당의 미스터리>와 같은 TV 시리즈로 기획되었으나, 쇼타임이 제작을 포기한 후 촬영된 내용을 편집해 TV 영화로 방영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시체 안치소에서 괴상한 검시관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회색빛 피부와 시체 같은 몰골의 이 정신 나간 검시관 역은 놀랍게도 존 카펜터 감독이 직접 맡았습니다.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쉴 새 없이 떠벌이며 각양각색의 시체들을 익살스럽게 소개하는데, 끔찍하게 죽은 시신일수록 그 죽음의 사연이 더욱 흥미진진하기 마련이죠.

 

nBody Bags 1993 movie pic2.jpg


<보디 백>은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주유소>는 존 카펜터 연출로 전형적인 슬래셔물입니다. 심야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이 살인마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데, 이 장르의 흔한 클리셰인 '무모한 희생자' 대신 조심성 많고 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게 됩니다. <주유소>는 제한된 공간과 최소한의 인물들로 구성된 이야기지만,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카펜터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0_q07auhsBFUjpqlt4.jpg


두 번째 이야기 <머리카락>은 블랙 코미디 성격이 강합니다. 탈모로 고민하는 중년 남성이 TV 광고에서 본 치료법을 시도한 후 기이한 일을 겪게 됩니다. 하룻밤 사이 풍성해진 머리카락에 기뻐하지만, 곧 그 머리카락은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자라나 그를 잠식해갑니다. 기쁨은 잠깐이고 고통만 남은 셈이죠. 이 과정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혐오스러운 비주얼로 묘사되어 독특한 매력을 자아냅니다. 전반적으로 <머리카락> 에피소드는 시트콤 같은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며, 결말이 느닷없고 엉뚱한 마무리여서 호불호가 있을 법도 하지만 코미디엔 충실한 결말이죠.

 

n4.jpg


마지막 이야기 <눈동자>는 토브 후퍼의 연출로 다시 진지한 톤으로 복귀합니다. <스타워즈>의 마크 해밀이 메이저리그 입성을 앞둔 유망한 야구 선수 역을 맡았는데,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안구 이식 수술을 받은 후 끔찍한 모습의 시신이 보이는 괴이한 현상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눈동자>는 타인의 신체를 이식받은 후 정체성이 흔들리는 공포를 그려내며, 해밀은 광기에 빠져가는 인물을 훌륭하게 연기합니다. 시각적 잔혹함과 함께 심리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세 이야기가 끝난 후, 다시 안치소로 돌아와 검시관의 정체가 밝혀지는 엔딩은 호러 앤솔로지다운 센스 있는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검시관 역 존 카펜터의 과장된 연기가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각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n3.jpg


<보디 백>의 가장 큰 미덕은 슬래셔, 블랙 코미디, 심리 호러라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영화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점입니다. <머리카락>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각 에피소드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카펜터의 브릿지 역할이 일관된 흐름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특수효과 또한 볼거리입니다.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체 안치소의 훼손된 시신들, 각 에피소드의 피범벅 특수 분장은 현재 기준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옴니버스 호러를 좋아한다면 <보디 백>은 세 작품 모두가 지닌 매력적인 이야기와 풍성한 볼거리로 호러 팬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존 카펜터와 토브 후퍼라는 두 거장의 연출과 출연, 다양한 호러 스타들의 깜짝 등장, 그리고 인상적인 특수효과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순수한 장르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덧붙임...


1. <보디 백>엔 유명 호러 영화감독들이 등장합니다. 존 카펜터는 각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검시관 역할이고, 토브 후퍼 감독은 후반에 시체 안치소의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주유소> 에피소드에서 술에 취한 남자를 연기하고, 샘 레이미 감독은 같은 에피소드에서 죽은 빌로 깜짝 등장합니다. 로저 코먼은 <눈동자> 에피소드에서 브레그만 박사를 연기합니다.


2. 존 카펜터는 검시관 역할을 위해 분장실에서 3시간을 보냈다고 하는군요.


3. <주유소> 에피소드 초반에 빌이 TV를 보고 있을 때 앵커가 해든필드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언급을 합니다. 그 동네는 존 카펜터 감독 작품 <할로윈>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죠. 


4. <머리카락> 에피소드에 출연한 두 여배우는 팝스타로 유명합니다. 블론디의 데비 해리, 그리고 시나 이스턴입니다. 시나 이스턴으로선 <머리카락>이 첫 번째이자 유일한 호러 영화 출연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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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마크 해밀이 악역 배우로 흑화된 게 예전부터였네요.^^
10:03
18시간 전
profile image 3등
요즘 예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디백, 웨이브에서 볼 수 있어요.
과거에 크립쇼와 함께 재미있게 봤던 옴니버스입니다.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한 과장된 장면들로 이런 류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안겨주었던 작품...
11:07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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