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추모하며...
아마도 나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첫 영화는 '트윈 픽스'였을 것이다. 한 7-8년 전에 본 것 같고, 그렇게 많은 정보 없이 본 영화인데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르겠고 보는 내내 흘러나오는 기이한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런 느낌에서 오는 에너지 역시 그 당시 내가 봤었던 어떤 영화들보다도 특이하게 다가왔다.
그후에 본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완전히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게 매료되었고, 흘러나오는 걸 넘어 뿜어서 나오는 기이한 느낌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러다가 영화에서 두 인물이 어떤 한 인물의 공연을 보고 있을 때 폭발했던 에너지와 두 인물이 흘렸던 눈물처럼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그때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차례 차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고, '인랜드 엠파이어', '블루 벨벳', '이레이저 헤드' 이 작품들도 뭔가 아쉽긴 했지만 괜찮게 봤었다.
또, 다시 그런 기이한 느낌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받았던 영화는 '광란의 사랑'과 '로스트 하이웨이'였다.
이렇게 항상 나에게 기이하게만 다가왔던 감독에게 '엘리펀트 맨'과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이게 진짜 데이비드 린치 감독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른 느낌을 줬기에 또 생각이 난다. '엘리펀트 맨'에선 기형적인 생김세의 인물을 보여 주며 혐오를 얘기하고 슬픔을 느끼게 했다면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쇠약해진 노인을 보여 주고 그의 어떤 마지막 목표 ? 형과의 약속 ?을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나는 여정에 짠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꼈다.
영화를 볼 때 모든 걸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해준 감독. 그저 감독이 만든 세계를 감상하고 감독이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순간순간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는 것. 재미가 있고 없고는 개인 각자가 판단할 몫이고, 나에게 있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세계와 이야기는 재미로 다가왔다.
이제 편히 눈을 감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