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64] 80년대 일본 호러의 숨은 보석 - 이블 데드 트랩
이블 데드 트랩 (1988)
80년대 일본 호러의 숨은 보석
이케다 토시하루 감독의 <이블 데드 트랩>은 일본 호러 영화의 숨은 명작으로 오랜 시간 동안 호러 팬들에게 컬트적 인기와 지지를 받은 작품입니다. 90년대 후반 국내 장르 팬들에게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장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이야기는 심야 TV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나미가 의문의 비디오테이프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비디오 내용은 한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나미는 이것이 단순한 장난인지 실제 살인 장면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비디오 속 장소를 찾아 나섭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폐허가 된 어느 건물. 그곳에서 나미 일행은 기괴한 현상들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이블 데드 트랩>은 80년대 일본 호러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80년대 후반은 일본 호러 영화의 변화기로, 현대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기 시작한 시기죠. <이블 데드 트랩>은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서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어, 할리우드 난도질 영화와 일본 특유의 초현실적 공포가 혼합된 독특한 미학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폐건물을 주 무대로 삼은 영화의 미장센은 일본 호러 특유의 불길하고 압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호러 팬들을 매혹시키는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대담무쌍한 고어 표현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저예산임에도 뛰어난 특수 효과로 구현된 끔찍한 장면들이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데, 특히 날카로운 칼날이 눈구멍을 파고들어 젤리처럼 눈알을 후벼내는 장면이나, 신체 부위를 찢고 구멍을 내는 잔혹한 트랩들이 등장하는 살인 시퀀스는 박력 넘치는 볼거리입니다. 그 가운데 여러 개의 녹슨 쇠파이프가 살갗을 뚫고 몸을 관통하는 장면은 <이블 데드 트랩>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이블 데드 트랩>은 잔혹한 비주얼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미스터리 요소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공 나미가 의문의 비디오테이프 속 장소를 찾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피범벅 연쇄 살인극에 서스펜스를 더하고 있죠.
반면 영화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이야기가 산만해지고 구성이 복잡해져 몰입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모호하고 황당한 결말 처리로 인해, 중반부까지 이어지던 박진감 넘치는 살육 장면들과 선정적인 요소들이 만들어낸 강렬한 인상이 다소 퇴색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놓고 볼 때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이블 데드 트랩>은 80년대 일본 호러 영화의 대표작중 한 편으로, 지금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화끈한 고어 효과와 독특한 분위기는 영화가 가진 뚜렷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필견의 호러 영화로 자기만의 입지를 다지는데 일조합니다. 80년대의 일본 난도질 영화가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입니다.
덧붙임…
1. 이 영화의 일본어 제목은 <사령의 덫>인데, 당시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이블 데드 트랩>으로 개봉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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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 비디오가게에서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ㅋ 찾아봐야겠어요 감사
굉장히 잔인할 것같습니다.
오잉, 네이버에 검색하니 3편까지나 있나 보네요. 그나저나 볼 수 있는 영화 좀 올려주셔요. ㅎㅎㅎㅎ
아... 이거 2편은 1편하고 완전 다른 이상한 영화예요.
잔인하면서 아방가르드 예술을 하는 듯한...^^;
3편도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니었나 보네요. ㅋㅋㅋㅋ 예술... 커피 마시다 사레 걸릴 뻔했습니다.
스토리는 잘 기억 안나는데...
90년대 초에 한국 영화 <아다다>가 상영되는 일본의 소극장이 배경이었고.. 진짜 전위 예술합니다.^^
어렸을 때 지저분한 화질의 자막 없는 비디오로 봤던 기억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