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파사: 라이온 킹>을 보고 (스포O)
디즈니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라이온 킹>의 프리퀄인 <무파사 : 라이온 킹>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실사화에 중점을 맞추는 것보다 <말레피센트>의 스핀오프 같은 접근이나 <무파사>의 프리퀄적인 접근 등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의 털이나 표정 묘사가 사실적인 건 이제는 말할 것도 없겠죠.
<무파사>는 겁쟁이 사자 ‘키아라’에게 용기를 불어주고자 할아버지인 ‘무파사’의 영웅담을 베드 타임 스토리처럼 들려줘 교훈적인 성격이 다분합니다. (진중한 과거의 이야기와 장난기 가득한 현재가 교차되어 무드의 낙폭이 커서 극의 흐름이 툭툭 끊기는 감도 있습니다) 그렇게 과거 대홍수로 가족을 잃고 떠돌이가 된 무파사의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외부자를 배척하는 고립된 씨족사회에 합류하게 되는데 무파사는 달리기나 백사자의 습격에서 에셰를 구하는 등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보여줘 스스로를 증명하는 동시에 영웅으로서의 숭고함을 강조합니다. 그를 둘러싼 캐릭터인 ‘타카’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하고 ‘오바시’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기만을 통해서라도 혈통만을 강조해서 무파사에게 영웅서사의 무결함을 계속 더해주기도 하고요.
중반부 ‘사라비’의 합류로 가족을 잃은 동변상련의 세 캐릭터의 로드무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조력자인 ‘라피키’까지 합류하게 되죠. 돌아가야할지 내려가야할지 갈림길에 놓인 상황에서도 판단을 내리는 건 역시나 무파사입니다. 로드무비의 여정에서 삼각관계가 발전하게 되고 무파사의 감정선을 ‘Tell me it’s you’ 넘버로 풀어낸 뒤 곧바로 ‘Brother betrayed’ 넘버를 붙여 타카의 감정선을 충돌시켜 뮤지컬적으로 감정선이 정점에 올라 흥미로워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라이온 킹>으로 이미 익히 알고 있던 ‘타카’가 빌런 ‘스카’로 전환되는 동기가 단순하고 부실해서 극이 단편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느 한 캐릭터의 두드러지는 내적 성장에 대한 서사적인 설득력이 부실합니다. ‘무파사’보다 감정선의 변곡점이 많은 ‘타카’의 드라마에 중점을 맞춘 스핀오프 프리퀄로 개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획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무파사-타카 두 캐릭터의 ‘구원’에 대한 모티브도 눈 여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만남에서 악어에게 죽음을 당할 뻔했던 ‘무파사’를 ‘타카’가 구해주고, (중반부에서는 구했다고 보기에는 엉뚱한 부분도 있으며) 클라이맥스에서 역시 ‘타카’가 ‘무파사’를 구해줍니다. 물론 후반부에서는 ‘타카’가 배신했던 상황이었기에 오롯이 ‘무파사’를 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 ‘타카’가 구한 건 ‘무파사’만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중반부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왕위 계승보다 구원을 중시하는 캐릭터니까요. 그러니까 ‘타카’ 스스로에 대한 구원인 셈인 겁니다. <라이온 킹>에서의 ‘그 장면’에서 가져 온 아이디어를 잘 활용했지만 ‘무파사’ 중심의 내러티브다 보니 더 풍부하게 활용되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컷이나 슬로우모션으로 감정이나 상황을 강조하기 보다 서정적이고 차분한 호흡과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보여주던 배리 재킨슨의 특징은 아무래도 인공적인 CG라 찾아볼 수 없긴 합니다. 할리우드 클래식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니까요.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해밀튼’ 등으로 토니 어워드와 그래미 어워드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모아나> 음악감독이나 <틱, 틱...붐!> 연출 등으로 뮤지컬 영화적인 재능을 선보인 린-마누엘 미란다가 영화음악을 맡아 넘버 역시 관심을 모은 바 있었습니다. ‘I always wanted a brother’처럼 무파사-타카가 유사 형제로 거듭나는 넘버는 떠돌이로 차별받고 익히 아는 <라이온 킹>에서의 결말 때문에 경쾌한 리듬에도 괜스레 뭉클해집니다. 영화의 빌런인 ‘키로스’는 ‘Circle of life’에 대항해 ‘Bye bye’를 노래하기도 하고요. 이렇듯 <라이온 킹>에 대한 작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롭고 장면에 따라 경쾌한 면도 있지만 확실한 인장을 남기지는 못 하고 무난한 뮤지컬 정도로 완성되었네요.
덧붙여 CG로 표현된 동물 캐릭터다보니 <위키드>의 사례와는 달리 민우혁-조형균-지현준 페어로 된 더빙판으로 봐도 큰 이질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더빙 캐스트가 좋은지라 국내 관객으로서는 부분부분 직관적으로 더 와닿을 부분이 꽤 있어서 더빙판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네요.
* 참고로 쿠키는 따로 없습니다.
- 별점 : ★★★
추천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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