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 없는 전쟁 3,4 (1973) 갱영화 최고봉. 스포일러 있음.
인의 없는 전쟁 3, 4부는 한 작품이다.
실제로 한 작품을 두개로 나눈 느낌이 든다.
3부가 끝나는 것도 갑작스레 아무 마무리 없이 끝난다. 드라마에서 "다음 이시간에"하고 끝나는 것과 같다.
히로시마에서 최고자리를 놓고 야쿠자조직끼리 피터지는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가 다른 도시의 거대조직들까지 참전해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정도로
죽고 죽인다.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방해가 된다 싶으면 죽이고, 화가 난다고 죽이고, 여자를 빼앗겼다고 죽이고,
실수로 죽이고, 돈을 받고 죽이고, 명령이라서 죽이고...... 뭐 아무튼 히로시마 거리를 피바다로 만든다.
인의 없는 전쟁이라는 제목에 딱 맞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 영화를 갱영화의 최고봉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전후 히로시마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던 사람들 삥을 뜯던 찌질한 야쿠자들은,
일본 부흥기 그리고 일본 번영이 시작되자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다.
암시장을 장악해서 돈을 벌고, 도박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거대조직으로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야쿠자 조직 보스들은 보트경주회사 사장이라든지 택시회사 사장이라든지
거대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기업의 소유주 플러스 야쿠자 두목도 함께 한다. 그것도 대놓고 한다.
야쿠자들을 이렇게 양성화시켜도 되는가?
아직까지는 야쿠자들이 조용해서 대중도 경찰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것이 바뀐다.
야쿠자들은 대판 전쟁을 벌이고, 대중과 경찰들이 일어나서 이들을
일망타진한다.
당시에는 야쿠자가 총을 소지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나 보다. 그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청산가리로 화학무기까지 만들어 무장한다. 폭탄도 갖고 있다. 이런 야쿠자들이 전쟁을 하니까,
우리가 아는 조폭들끼리 갈등과는 타원이 다르다.
군소조직을 집어삼키며 성장해서 히로시마를 지배하던 야마모리파와
우치모토파의 항쟁이 큰 줄기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진다.
전까지는 그냥 야쿠자조직이지만, 이제는 뭐 막부 비슷한 존재가 되어 있다.
한 호수에 두 용이 있을 수는 없다. 승천을 둘러싸고 두 마리 용이 피터지게 싸운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다. 밑에 있는 군소조직과 중년 야쿠자 중간보스들을 시켜서 대신 싸우게 한다.
그러면 중간보스들은, 밑에 있는 젊은 야쿠자 똘마니들에게 싸우게 한다.
결국 개같이 차가운 길바닥에 쓰러져 죽는 것은, 이십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다.
주인공 히로노는 비열하고 이기적인 보스 야마모리를 축출하기 위해
전쟁을 촉발시킨다. 히로노 때문에 야마모리파와 우치모토파는 피 터지는 항쟁을 벌이게 된다.
히로노는 야쿠자적인 의리의 관점에서 야마모리 축출을 기획한 것이지만, 실제 상황은 그와 반대로 흘러간다.
야쿠자 보스 야마모리를 다들 찌질하다고 생각하지만, 부하들은 그래도 보스에 대한 의리때문에
그를 중심으로 뭉친다. 야마모리는 배신자 히로노를 죽이려 한다.
히로노는 자기 세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을 끌어들이고,
항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야마모리는 찌질하지만, 그의 파 사람들은 다들 비상해서,
무서운 결단력과 두뇌회전으로 히로노파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간다.
이렇게 되자, 야마모리파와 우치모토파 젊은이들이 젊은 혈기로 막 나가기 시작한다.
이제 의리니 돈 욕심이니 그런 것 상관없다. 젊은 피가 끓는다.
이제는 보스들도 걷잡을 수 없다. 이건 뭐 살육파티다.
대중들이 들고 일어나고, 경찰들은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야쿠자들은 다 감옥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되자, 기세등등하던 야쿠자들은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된다.
홋카이도 최북단의 감옥에 집어넣고, 깨진 유리창으로 빗물이 튀어들어오는 아래에 앉힌다.
그리고, 한겨울이라 추운데, 양말도 없이 슬리퍼만 신고 다니게 한다.
남성미를 풍기던 야쿠자보스들은, 추워서 몸을 웅크린 채 발을 동동 구르면서,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한다.
히로노는 할 일도 없어서, 감옥에 앉아 자기 자서전을 쓴다. 자기 생애를 돌아보니까 부끄러운 일들이 많다.
야쿠자로서의 생활에 회의가 든다.
자기가 일으킨 항쟁때문에 죽어나간 젊은이들의 수가
미처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지자,
히로노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
다 자기책임이다.
그는 죽어나간 젊은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마음에 짊어지기로 다짐하고,
야쿠자의 세계를 떠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복잡한 사건을 잘 요약해서 하나의 영화 안에 집어넣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을 다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것도 캐릭터 하나하나를 다 생생하게 살리면서 말이다.
야쿠자들끼리 항쟁하는 장면에서는, 핸드헬드카메라로 찍은 듯, 막 화면을 흔들어대면서
다큐멘터리식으로 찍는다. 조금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막 흔든다.
덕분에 야쿠자들의 항쟁이 엄청 역동적으로 살아난다. 총소리를 엄청 리얼하게 살려내는 것은
영화 히트를 닮은 것도 같다.
야쿠자들의 세계는 이것으로 끝난다. 애국청년회 식으로 정치단체로 탈바꿈해서
조직을 유지하지만, 기세등등하게 거리를 피바다로 만들던 짓은 못한다.
사람들의 눈총을 살까봐 두려워서 음지로 숨는 조직이 된다.
히로노는 은퇴하고, 다른 야쿠자보스들도 은퇴해서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히로노에게 남은 것은 상처와 후회뿐이다.
인의 없는 전쟁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보아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일편이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 이후 편들은 아주 훌륭했다. 3편과 4편은 코폴라감독의 대부 퀄리티가 느껴진다.
찌질하고, 땀냄새 피냄새가 역력하고, 엄청 잔인한 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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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쿠자들과 일본 영화의 전성기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