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구야 공주 이야기 (2013) 승자는 당신. 스포일러 있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 중에서도
이 애니메이션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몇이나 될까 싶은 작품이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민화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한 민족의 오랜 경험 생각 감정이 집약된 것이다.
무궁무진하게 해석할 수 있는 민화를 애니메이션화하였다는 데에서 벌써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압도하는 깊이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민화를 애니메이션하면 무조건 심오한 넓이와 깊이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오감독의 이 애니메이션은 놀라운 영상과 연출로,
이 민화가 가질 수 있는 최고 최대의 세계를 구현해낸다.
이렇게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참 보기 어렵다. 일본적인 붓으로 그린 그림과 수채화적인 채색 그리고
여백의 미를 강조해서 그려지지 않은 여백부분이 아주 많은 그런 그림이다. 하지만, 여백부분이 그려지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보다 전체적으로 화면을 심오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일본적인 것이라기보다, 채색이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음악같은 것은
지브리적이다. 말하자면, 동서양의 미의 융합 - 이사오감독의 예술적 성취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이런 어프로치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지카 하야오감독의 모노노케 히메를 보며 감동하고 압도는 될 지언정, 그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가 그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카구야공주 이야기를 보면서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고 고난을 겪고 죄를 짓고 달의 세계로 떠나는
과정을 그 세계를 그 안에 들어가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는 이 세계가 아닌 신비로운 달의 세계로
가구야공주가 날아갈 때조차 그 신비한 세계에 이입되게 된다. 가구야공주가 태어난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의 세계 - 사치스럽고 화려하지만 고통의 연속인 귀족세계 - 모든 고통과 더러움을 잊어버리는 한없이 투명한 세계이지만 동시에
지상의 활력과 아름다움 또한 없는 절대 무의 달 세계 등을 관객들은 오가게 된다.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 가구야공주가 달의 세계로 날아가는 장면은 정말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성취들 중 하나일 정도다. 극한의 아름다움, 극한의 심오함 그리고 극한의 비극 등을 포함하는 장대한 장면이다.
하시이시 조의 음악은 대단하다. 쓸쓸하고 고독하지만 아름다운 그런 음악이다. 이 애니메이션에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엔딩장면에서 달의 신인들이 지상에 강림할 때 나오는 음악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천인 2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