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1923 간토대학살' 후기

광복절에 봐서 더 뜻깊었습니다. 화제의 상업영화 개봉작들은 전날(수요일) 충분히 보아서 이 날(목요일)은 독립영화로 갔습니다.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으로 인한 분노어린 여론의 방향을 일본 내 조선인들에게 돌리려 당시 군, 경을 포함한 일본정부가 주도적으로 유언비어(불령선인, 즉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탄으로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는)를 퍼뜨렸고 간토지방(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군마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도쿄도의 1도 6현)을 중심으로 일본 곳곳에서 조직된 자경단들이 조선인 6,600여명(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추산)을 집단학살한 일종의 제노사이드(인종청소)를 다룬 다큐입니다.

비열한 일본정부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공식적으로 220여명 사망'으로 기록했지만 히로시마시에서만 2천여명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다는 내용을 영화에서 다룹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학살 가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무차별 학살당한 희생자들에게 억지스레 좌익딱지를 뒤집어 씌워 학살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보도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일본 자민당의 태도도 당시 일본 정부의 태도와 다를 바 없어 분통이 터지더군요. 친일사관을 지닌 뉴라이트 인사들을 근현대사 관련 요직에 대거 등용한 한국의 미친 상황도 어처구니 없지만요.

수많은 희생자 유족, 학계 인물들, 시민단체원들, 입헌민주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터뷰와 증언들, 사진자료나 증언을 표현한 그림들, 과거 언론기사들을 비롯한 사료 등등 일본 내 소수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자료수집과 자발적 도움으로 제작된 다큐인 만큼 더 뜻깊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거운 근대사를 다루었으나 지루하지 않게 구성된 다큐인 만큼 한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