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의 '잠' 일본 마이니치 신문 리뷰
<잠>이 일본에서 다음주 금요일 개봉입니다.
마이니치 신문 리뷰 옮겨봤어요.
https://news.yahoo.co.jp/articles/0d2f69153e0791e12641ea98bb53ae7dd0d52153
이선균이 명랑한 남편 역으로 신선한 매력을 발산한 사이코 스릴러 <잠>
한국영화 <잠>가 6월 28일 일본에서 개봉한다. 평범하고 행복한 한 부부의 삶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침식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지난해 12월 타계한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평범한 부부가 '무언가'에 침식되어 간다...
남편 현수 역은 이선균, 아내 수진 역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등으로 유명한 정유미가 맡았다. 배우로 성공하고자 하는 현수와 출산을 앞둔 회사원 수진은 금슬 좋은 부부다. 하지만 어느 날 밤을 기점으로 그들의 삶이 확 달라진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여느 때처럼 한 침대에서 나란히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현수가 일어나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린다.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는 수진.
다음날 아침, 수진은 현수에게 밤중에 일에 대해 묻지만 현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아래층 주민으로부터 소음 민원이 들어온다. 최근 일주일 사이 한밤중에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수와 수진은 알지 못하는 일이다.
현수의 기행은 밤마다 더욱더 심해져 간다. 냉장고에 있던 날 생선을 통째로 삼키거나, 자신의 뺨을 긁어대기도 한다. 수진은 아래층 주민의 이야기와 현수의 한밤중 행동을 연결 짓기 시작했고, 낮에는 다정한 현수가 밤이 되면 돌변하는 모습에 겁을 먹는다.
수진의 망상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현수가 애완견을 죽인 건 아닐까? 갓 태어난 아기에게 손을 대는 건 아닐까? 밤에는 현수를 침실에 가두고,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둔다. 당연히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다.
이윽고 수진의 어머니가 무당을 데려온다. 처음에 수진은 상대도 안 하고 돌려보내지만, 잠들 때마다 기괴한 행동을 반복하는 현수와의 생활로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는데...
이선균과 정유미, 두 사람의 섬뜩한 연기가 빛을 발하다.
실력파 두 배우의 섬뜩한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수진의 절박한 표정, 조금씩 정상에서 벗어나는 수진의 행동은 비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공감하게 되고, 유사 체험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정유미가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보여준 현실적이면서도 어딘지 단추를 잘못 꿴 듯한 여성 역할이 이번 작품에서도 멋지게 녹아든 모양새다.
그리고 이선균. 그가 다정한 남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나의 아저씨>의 캐릭터 박동훈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처럼 까칠하지 않고, 온후하면서 명랑한 남편 역할은 신선했다. 한국의 연예계, 동료 배우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선균은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 만큼 한밤중 그의 행동은 시종일관 소름 돋게 한다. 평소에는 다정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서운 것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두 인격을 연기하는 능력에도 감탄하게 된다.
정말 미친 사람은 누구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보는 사람을 현혹 시키는 뛰어난 사이코 스릴러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부부의 소소한 행복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일상의 덧없음, 인간의 깨지기 쉬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이, 경력의 정점에서 슬픈 선택을 한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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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언급해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