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총들. 영화 속 인상적인 총기 모음
<석양의 무법자>에 나온 총포상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영문도 모른채 투코에게 총과 술을 빼앗기면서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제공해주며 맞장구를 쳐주는 상점 주인과 무심한듯 실력을 과시하는 투코의 짧은 케미가 돋보이는 명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투코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가이면서 동시에 총기에 능통한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6발을 보란듯이 명중하여 상점 주인을 벙찌게 만드는 장면도 재밌지만, 그 전에 각종 총기를 분해하며 부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고 소리를 들으며 척척 조립하는 부분은 총덕후들에겐 심장이 뛰는 장면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장면은 마찬가지로 총덕후들을 위한 영화 <존윅> 시리즈 3편에서 오마주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총기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윈체스터 1887M 샷건
"총을 들어라 이 개자식아!"
-<진정한 용기>(1969년작)-
<터미네이터2>의 잊을 수 없는 오토바이, 트럭 추격전에 쓰인 산탄총은 윈체스터 M1887이라는 총기입니다
장전바를 앞뒤로 젖히는 펌프액션 방식이 아닌 레버액션 방식으로 장전하는 모델이며 이로 인해서 한손으로 휘리릭 돌려서 장전하는 이른바 스핀코킹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총기가 개발된 당시 사수가 말을 타고 다니며 사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술적인 설계였습니다
한손으론 말의 고삐를 잡고 한손으론 스핀코킹을 하며 총을 장전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속 T-800이 오토바이를 타며 쏘는 장면은 단순히 멋있는 장면이 아닌 총기의 전술적인 이점을 백번 활용한 장면입니다
S&W M29
"하지만 확실한 건 이 .44 매그넘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총이고 네녀석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네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건 이거지. '내가 운이 좋을까?' 그런 것 같나 양아치새끼야?"
-영화 <더티 해리>(1971년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인생캐릭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더티해리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티해리가 든 권총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총"이라 불리는 스미스웨슨사의 M29 리볼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말을 듣는 이유는 이 권총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44 매그넘탄을 쏠 수 있는 권총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강력하냐고요?
이 총탄은 사람 잡는 호신용으로 쓰는 탄알이 아니라 곰을 잡는 용도로 주로 쓰입니다
영화에선 이 총에 대한 고증이 묘하게 정확한데요
탄알이 탄알이다보니 반동이 무지막지합니다
영화에선 상남자스러운 해리가 쏴도 한발 쏠때마다 팔이 굉장히 젖혀지는 모습을 보이곤 하죠
총에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이 권총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인기가 바닥이라서 제작 중단까지 갔었는데 영화가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는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데저트 이글
"이거봐. 간단한 마술이야."
-<니키타>(1990년작)-
영화 <니키타>에서 가련한 주인공의 인생을 보여주었던 식당 장면에서 니키타가 받아 임무에 사용하는 권총은 데저트 이글이라는 권총이며 매그넘 탄을 쏘는 또 다른 총기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으로 매그넘탄을 쏘는 자동권총을 만들어보자는 지극히 로망에 치우쳐진 목적을 위해 개발된 권총입니다
매그넘탄을 쏘는 총기답게 대인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권총이 아닌 레저용으로 만들어졌으며 권총에 맞지 않게 커다란 몸체가 특징이며 덕분에 영화에선 안느 파릴로드 배우님이 들기에도 묵직해보이는 무식한 크기의 권총이라 더더욱 니키타의 비극성을 강조해주기도 합니다
현재 자동권총 중 가장 강력한 권총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커다란 크기 덕분에 마초적인 이미지나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덤으로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쓰는 권총 또한 데저트 이글입니다
콜트 M1911
"누가 이녀석한테 총 한 정만 줘!"
-<존윅:리로드>(2017년작)-
<존윅:리로드> 후반부에 존은 바우어리킹에게 권총 한정과 7발의 탄알을 받습니다
그것으로 존은 연회장에서 단시간에 7발을 전부 적에게 명중시키며 소비해버리죠
이 총이 바로 콜트사의 M1911입니다
이 권총은 개발된지 역사가 100년이 넘어 1차세계대전에서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자동권총계의 걸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허나 역사가 긴 만큼 더 가벼운 권총의 등장, 단 7발만 들어가는 적은 탄창용량처럼 구식 권총의 한계가 있어 현재는 전설로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덤으로 <라이언일병구하기>에서 탱크를 향해 밀러 대위가 총을 쏘는 장면에서 쓰인 권총도 바로 이 콜트 M1911입니다
2차대전 당시에 이 총이 쓰는 45구경 탄알의 위력을 본 군인들은 이 권총을 향해 "핸드캐넌(Hand Cannon)"이라는 별명도 붙였다고 합니다
싱글 액션 아미
"이건 역대 최고의 총 싱글액션아미다. 여섯발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숨통을 끊기에 충분하지."
-게임 <메탈기어솔리드>(1998년작)-
그 어떤 서부영화건 절대로 빠지지 않는 권총 싱글액션아미이며 모델명은 M1873입니다
<석양의 건맨>에선 주인공과 메인빌런 모두가 쓰기도 하며 당시 미국의 제식 권총으로도 쓰일 정도로 폭넓게 쓰인 리볼버계의 걸작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권총이죠
이 평가는 설계도 간편하고 내구성도 좋아서 분해 조립이 쉬워 초보자도 관리하기 좋은 권총인 것도 한몫했습니다
다만 재장전을 하려면 옆의 해치를 열고 실린더를 돌려가며 탄피를 하나씩 일일히 빼줘야 했기 때문에 장전에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영화 <슬로우웨스트>에서 이 재장전의 답답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후반부 총격전 장면에서 적들이 총을 쏘며 언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래에 허겁지겁 총알을 넣는 장면을 보면 재장전의 단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죠
장전을 할때 아예 실린더와 총구를 앞으로 젖혀서 열어 재장전을 할 수 있는 중절식 리볼버도 있었으나 구조상 내구성이 좋지 않아서 싱글액션아미를 더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이 권총은 해머를 젖히고 쏘는 "싱글액션"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머를 젖히지 않는다면 격발이 되지 않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멋지게 돌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러한 싱글액션 방식 덕분에 방아쇠를 당긴 채로 해머를 다른 손으로 젖혀서 빠르게 연사하는 이른바 "패닝"이 가능했고 서부영화에선 이런 패닝 사격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해머를 젖히지 않아도 방아쇠만 당기면 격발되는 "더블액션" 방식을 가진 현대 리볼버는 불가능한 기술이라 현재는 낭만의 권총이기도 하네요
M60
"람보에 나오는 총 구해다줄 수 있소?"
-<로드오브워>(2005년작)-
영화 <람보>에서 후반부 람보가 무기고에서 탈취하는 기관총은 M60 기관총입니다
재밌게도 영화에선 이 총기에 죽는 사람은 없네요
아니 생각해보니 영화 자체에 죽는 사람 자체가 좀처럼 안 나오는군요
2차대전 후 "히틀러의 전기톱"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명기관총 MG42에 관심이 가게 된 미군은 새로운 기관총을 제작하는데 들어갑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기관총이 바로 이 M60입니다
이후 베트남 전쟁에 대량으로 보급되었으나 베트남의 더운 기후에 맞지 않아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작중 람보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나오는데 그래서 M60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도 현역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군이 쓰는 제식기관총 중 하나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도 군생활 중 한번 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고요(총성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덤으로 영화 <코만도>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무한총알전설을 만든 총기이기도 합니다
베레타 92
"개처럼 죽기는 싫은데, 남은 총알이 없어..."
-<첩혈쌍웅>(1989년작)-
오우삼 감독님의 걸작 느와르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에 주윤발이 드는 권총은 베레타92 라는 권총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권총이며 미국의 제식권총의 자리를 꿰찬 권총이기도 하죠
홍콩느와르의 쌍권총으로 유명한 총기지만 의외로 <영웅본색>에서 마크는 베레타92 두정을 쌍권총으로 들지 않고 한손에 베레타92를 들고 다른 손에는 '브라우닝 하이파워'라는 다른 권총을 듭니다
홍콩느와르에서 벗어나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흔한 권총입니다
가장 먼저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이 주로 들고 다니는 권총이 바로 이 총이죠
여담으로 1986년에 미국 네이비씰의 훈련 행사 중 권총사격 시범에서 이 권총의 슬라이드가 깨져서 대원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후 총기는 이 문제점을 보완했지만 미국은 제식권총을 다른 총기로 교체했습니다
발터 PPK
"진짜... 야수의 심정으로 쐈어."
-<그때 그 사람들>(2005년작)-
<그때 그 사람들><남산의 부장들>에서 묘사한 10.26 사건 당시 박정희를 저격할때 꺼낸 권총은 독일제 권총 발터 ppk입니다
크기가 굉장히 작아 냉전 당시 스파이들이 주로 가지고 다녔으며 히틀러 또한 이 권총으로 자결한 걸로 유명해 2명의 독재자의 목숨을 빼앗은 어마어마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신살자' 혹은 'God Slayer'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권총은 당시 격발불량에 걸려서 다른 총을 들고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완전히 숨통을 끊은 총은 이 총이 아닌 다른 총이었죠
또한 빠트릴 수 없는 이야기로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의 전용 총기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처음부터 제임스 본드가 이 총을 쓴 건 아닙니다
007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작품 <살인면허>에서 기존의 가지고 다니던 권총인 베레타를 반납하고 발터 ppk를 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발터 ppk는 제임스 본드의 트레이드 마크로써 활약하죠
S&W M36 치프 스페셜
"아서, 아동병원에 총은 왜 들고 간 건지 말해."
-<조커>(2019년작)-
영화 <조커>에서 아서 플렉이 영화 속 굵직한 사고를 일으키게 만든 리볼버 총은 스미스웨슨 사의 M36 치프 스페셜이라는 총기입니다
군용으로 제작된 총기가 아닌 민수용, 호신용으로 제작된 총기이며 리볼버임에도 장탄수가 5발에 불과합니다
이 장탄수가 영화 <조커>에서 흥미로운 가설을 만듭니다
지하철 살인 장면에서 아서는 양아치 두명에게 총 3발을 쏴서 살해합니다(한명은 미간에 적중, 다른 한명은 가슴팍에 두발 적중)
그리고 도망치는 양아치에게 총을 한발 쏴서 다리를 맞추죠
이제 남은 장탄 수는 1발입니다
이때 지하철이 멈추고 내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심리전을 하다가 결국 내리면서 아서는 정조준으로 양아치의 등을 쏩니다
양아치는 그 총을 맞고 쓰러지고 이제 총에는 장탄 수가 없죠
그런데 그 다음 아서는 양아치에게 3발을 더 쏘고 나서야 총에서 빈총알 소리가 납니다
이는 마지막 3발의 사격이 실사격이 아닌 아서의 분노로 인한 망상이 아니었는가 라는 가설을 만들었죠
<타짜>에서 오장군이 담보로 내놓아 정마담에게 넘어간 권총 역시 이 권총입니다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고 정마담은 고니를 이 총으로 쏴서 상처를 입히죠
재밌게도 이 권총은 가늠좌가 존재하지 않으며 조준이 굉장히 어려워 지극히 근거리를 위해 제작된 권총이라는 겁니다
그 먼거리에서 이 총으로 고니를 맞춘 걸 보면 정마담의 사격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으니 만약 더 좋은 총을 받았더라면 고니는 거기서 죽었겠군요
여담으로 위에서 발터ppk가 '신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격발불량에 걸려서 다른 총을 들고왔다고 했는데
그때 들고 온 총이 바로 이 총입니다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이 부분이 제대로 묘사됩니다
스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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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911. 베레타. 데저트이글..
스미스 앤 웨슨은 M10의 2인치 모델을 쏴봤었고
멋진 사진들이네요
혹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Eraser에 나오는 레일 건? 전자기 총? 이건 실물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상하이 조의 발터 P38이없는 게 살짝 아쉽지만..^^;
농담이고 정말 좋은 글이네요.
홍콩 누아르 붐일 때 베레타 에어건 프라모델이 엄청 인기였던 기억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