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부인의 해골 (1960) 멕시코 호러코메디. 간략하고 경쾌한 걸작. 스포일러 있음.
1960년, 이 영화가 상영될 당시 엄청난 충격을 준 호러영화였을 것이다.
바로 사이가 안좋은 아내를 살해해서 해골을 만든 다음, 자기 지하실에 놓아두고 비웃는 남편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이 남자의 직업은 박제사다. 동물의 시체를 가져다가 톱과 칼로 살을 저며내고 썰어낸 다음, 껍질만 가지고, 속에 솜을 채워 박제를 만든다. 동물의 뼈를 가지고 조립해서 뼈 표본을 만들어 세워둔다.
그러니까, 전문성을 살려(?) 아내의 몸을 해골표본으로 만드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로 보여준다? 엄청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암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시체를 칼로 난도질하고 톱으로 썰고 하는 것을 길게 상세하게 보여준다 (시체는 가리지만, 그 외의 나머지는 아주 실감나게 다 보여준다. 심지어는 썰어내려고 힘주는 장면까지 모두.). 쟁반에 한무더기 쌓인 살덩어리들은 가마에 넣어 태워버린다. 거기에다가 시체를 염산으로 녹여서, 남아있는 살점을 다 녹여버리는 마무리까지...... 새하얀 해골로 남는 아내를 마지막 결과물로 만들며 씽긋 웃는 남편의 모습이 압권이다 (씽긋. "참 쉽죠?"하는 식이다.). 1960년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하지만 영화는 블랙코메디다. 쟝르까지 호러물이었다면, 관객들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쟝르는
블랙코메디에 영화는 아주 경쾌하다.
주인공은 미워할 수 없는 박제사다. 술 좋아해서 친구도 많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잘 생기고 유머 있어서 여자들도 다 좋아한다. 하지만, 바람 피우는 것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그저 인기 많은 호인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내다. 다리가 아프다고 매일 침대에 누워 남편을 들들 볶는다
(실은 다리에 아무 이상 없다. 남편을 들들 볶으려고 그러는 거다. 남편은 다 알고 있다.
의사가 이미 아내의 다리에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해준 것이다.
아내는, "의사가 나보다 더 내 다리에 대해 잘 알아요?"하고 억지부리며. 남편을 괴롭힌다.)
남편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프다고 징징댄다. 남편이 진통제를 먹으라고 하면, "신이 내게 두통을 내렸으니까
받아들이고 아파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조용히 참고 있을 것이지, 남편에게 쏟아붓는다.
남편이 저녁을 먹으러 가면 꼭 따라온다. 다리가 아프니까 부축해달라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다리가 이상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아내 등쌀에 아내를 부축해준다.
남편이 더럽다고 자기를 만지기 전에 알콜로 손을 소독하라고 한다.
남편이 스테이크를 먹으면, 옆에서 구역질을 한다. 냄새를 참을 수 없다나? 그럼, 왜 굳이 식사하는데 옆에
와 앉는 것일까? "당신은 하루종일 썩은 고기를 주무르다가 와서, 또 고기를 먹고 싶어요? 생긴 것이나 냄새나
스테이크가 딱 썩은 고기 같군요." "박제사라니 참 천한 직업이예요."
남편의 열불이 터진다. 거기에다가 아내는 교회에 미쳐서 집안에 신부며 신도들이며 다 끌어들인다.
거기에서 남편욕을 엄청 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모랄레스가 술꾼에 폭력적인 파렴치한 그리고
아내는 신앙심 깊은 정숙한 여인으로 안다. 모랄레스가 정숙한 자기 아내를 때리고 폭행하는 줄 안다.
그리고, 가정부와 모랄레스 간 있지도 않은 불륜을 여기저기 퍼뜨리기 때문애 모랄레스는 정말 분통 터지는 일들을 매일 겪는다. 모랄레스가 귀엽게 기르는 독수리에게 독약을 먹여 죽이려고까지 한다.
이것을 심각한 드라마로 만들면 분통 터져서 못 본다. 그래서, 영화를 유쾌하고 경쾌한 블랙코메디로 만들었다.
모랄레스의 인내심이 꺾이는 순간이 온다.
그는 당시 최신기술인 카메라를 무척 갖고 싶어해서 돈을 모은다. 그런데, 아내가 그 돈을 훔쳐서 교회에 기부해 버린다. 모랄레스가 왜 내돈을 마음대로 가져갔냐고 따지자, "그 돈 있어봤자 술이나 퍼마셨겠죠. 내가 좋은 데 썼으니까 나한테 고맙게 여기라구요."하고 적반하장이다.
모랄레스가 이혼하자도 하자, 그것은 절대 안된단다. 카톨릭이라서 이혼은 안된다고 억지부리는데,
실제는 모랄레스 없이는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모랄레스는 돈 대주는 기계다.
모랄레스 아내는,
모랄레스가 돈을 모아 간신히 산 카메라를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발로 짓밟아 버린다 (그것도 자기가 다프다고 징징대는 발로 말이다!)
이제 모랄레스는 아내를 살해하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만 생각한다.
이 영화는 걸작이다. 경쾌한 블랙코메디의 속도 완급을 잘 조정해가면서 아주 우아한 영화를 만들었다.
잘 만들어진 영국고전코메디를 떠오르게 한다.
사람 좋고 호인인 모랄레스역을 맡은 배우와,
분통 터지게 하는 모랄레스부인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가 아주 휼륭하다.
아내를 살해하고 살점을 모두 도려내어서, 해골표본을 만드는 과정이 아주 끔찍한데도,
이 모든 과정이 경쾌한 코메디로 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아내를 해골로 만들고 씨익 웃는 모랄레스의
얼굴은, 보통 호러영화같으면 악마의 얼굴이었겠으나, 이 영화에서는 코메디의 그 티 없는 웃음이다.
모랄레스는 아내가 자기를 떠나 도시로 갔다고 둘러대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안 믿는다.
모랄레스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내의 해골표본을 다들 보라는 듯이, 쇼윈도우 가까이 놓는다.
모랄레스 아내가 해골로 만들어져 가게 안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모랄레스는 경찰로 끌려간다.
하지만, 이것은 모랄레스가 의도한 것이었다. 그는 경찰의 법망을 빠져나가, 완전범죄를 만들려고
치밀한 계획을 짠 것이다.
이 영화는 아마 1960년에는 엄청난 엽기적인 잔인한 영화였을 것이고, 잘 만든 코메디였을 것이다.
1960년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적 있었나? 하지만, 엽기 똘끼 컬트적인 영화가 아니라, 잘 만든 블랙코메디로 남았다. 영화 만듦새가 아주 훌륭하다. 엽기 똘끼를 이 영화에서 빼버린다고 하더라도, 아주 잘 만든 코메디걸작이 남을 것이다. 어딘가 고전적인 영국코메디걸작을 연상시키는, 형식적 탁월성이 있다.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다. 뉘앙스가 아주 풍부한
연기를 한다. 모랄레스역을 연기한 배우는, 모랄레스를 아주 입체적으로 연기해 내서, 자칫 잘못했으면
그냥 악당 살인마가 될 수도 있었을 캐릭터를 유쾌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며 사는 존재다.
세계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블랙코메디를 쉽게 뛰어넘는 아주 훌륭한 블랙코메디다.
추천인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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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놀랍습니다. 1960년대 멕시코영화에서는 걸작들이 마구 쏟아져나옵니다.
ㄷㄷㄷ
정말 좋아요 ㅋㅋ
60년대... 굉장했네요. 멕시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