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리뷰][마담 웹] 새롭다! 신난다! 세상을 뒤흔든 액션이 시작된다!
[마담웹]을 봤습니다. 그리고 세기말 느낌으로 이 글의 제목을 정해봤습니다.
사전에 수많은 흉흉한 소문들과, 이전 SSU작품인 [모비우스]의 기억에도 불구
그래도 제대로 보고 평가하자 싶었거든요.
영화는.....
글쎄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대만큼 좋을 리도 없었고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가운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헐리웃은 학습능력이 없나?'였어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나 연출, 분위기 등등이 세기말 전후에 히어로물 부흥기 당시 보았던
일련의 졸작들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판포2, 일렉트라, 캣우먼 등등...)
초반부 과거 칠레에서의 장면은 전체 시퀀스를 따로 떼어놓고 보여주면 진짜 20년전 영화라 해도 믿었을 겁니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자키엘(터미네이터)이 미래의 이벤트를 막으려 젊은 여성들(사라코너)을 죽이려하고
이것을 미리 알게 된 수호자 캐시(카일 리스)가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거죠.
계속되는 추격전 사이에 잠시 쉬어가는 틈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마지막 결전이 벌어지는 장소(폐쇄적이고 위험물이 가득한 공장-물품창고)도 겹치고요.
이런 식의 이야기는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이전이나 이후에도 수없이 많았을 겁니다.
같은 서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기본만 해줘도 일정정도는 먹고 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미 정해진 공식과 스킬들이 있다는 건데.... 이 작품은 여기서부터 무너집니다.
연출이나 연기의 호흡이 일단 엉망이죠, 다급한 순간에 인물들이 굼뜨게 움직이고
오히려 별거 아닌 장면에서 카메라 혼자 쇼를 펼치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설정 덕분에 스파이더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건 악당 혼자 뿐이고
캐시와 세 명의 스파이디 후보들은 내내 이해하기 힘든 결정과 행동을 합니다.
중간중간 중요한 분기점마다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한 억지들이 등장해 턱턱 걸려요.
이는 각본이 게으르거나 수없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봉합을 포기한 결과가 아닌가 의심이 가죠.
지하철 습격에서 탈출한 직후 캐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장 먼저 경찰서를 갔어야 합니다.
그 시점에서 경찰에게 잡히는 편이 오히려 안전하고 심지어 본인은 그들과 연이 닿는 구급대원이니까요.
악당의 정체를 손쉽게 '엄마의 노트'로 파악한 이후 목적까지 알게된 시점에서는
그와 언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하려는 게 먼저였어야 맞는 전개이기도 했죠.
'걔네가 널 죽이는 꿈을 꿨으면 먼저 죽이는 게 아니라 차라리 친구가 되는 건 어때?'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실패로 이어지고 그 결과 지금의 엔딩으로 이어지게 되겠죠.
마지막 캐시가 마담 웹의 능력을 각성하는 부분도 기존 문법을 따라는 가는데
정해진 공식이 있으니 그것만 맞추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안이하게 풀어낸 느낌이었어요.
당연히 뭔가 엉성하고 감동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이 시점에서도 세 아이들은 각성 이전인지라 그걸 만회하기 위한 화려한 액션조차 없으니..
캐시가 부서진 벽체를 방패처럼 활용하며 예지력으로 날아드는 파편을 막을 때
전 당연히 다른 세 아이들도 뭔가 각성하는 모습이 나오려나 했거든요.
물론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정도 액션은 영화 중반쯤에 미리 나왔어야죠.
액션 연출의 허접함은 심지어 캐릭터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캐시 일행이 폭발물 가득한 공장에서 악당에게 쫓기다 막다른 벽에 다다른 장면에서
그 벽이 해결되는 부분 말입니다... 요즘 CG란 게 있어 얘들아 그건 이런 장면에 쓰는 거란다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초라한 불꽃과 대충 건너뛰고 뚫린 벽 보여주는 연출이라니.
연출이나 연기가 문제되는 지점은 비단 액션만은 아닙니다.
캐시의 예지력을 보여주는 연출
세 아이들과 티격태격 하는 사이 들어간 조크
악당이 '최첨단 미세한' 기술을 활용하는 장면
엄마의 기록을 통해 스파이더의 능력을 알게되는 부분에서
대놓고 낭독회를 하는 캐시의 모습까지.
(영화 셀프로 까는 다코다가 살짝 이해가 됩니다)
총체적으로 난감한 영화인데 그래도 어찌저찌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는 합니다.
영화를 학교 성적표처럼 채점한다고 친다면
올A인 영화가 있고 올F이거나 F인 과목도 있지만 A+과목도 있는 영화도 있을 텐데
이 영화는 모든 분야에서 C와D 안팎을 골고루 기록하고 있습니다.
낙제점까진 아닌데 그 직전에서 아슬아슬 걸려있어요. 부분을 봐도 전체를 봐도.
여기에다 스파이더 유니버스에 기대를 건 팬의 심리 + 여성영화에 대한 불편한 대중심리가 겹쳐지면
지금같은 사달이 나는 모양입니다...
애초에 어려운 판(능력없는 능력자 주인공들의 이야기,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여성서사, 메인 유니버스의 곁가지)을 깔아놓고
노~오~력을 하지 않은 티가 너무 많이 나니까 더욱 밉보이는 거죠.
조만간 [모비우스]를 다시 보면서 어느 쪽이 더 나쁜지 비교하며 재평가를 해보고 싶어지네요.
+
지난, 세기말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조금 좋았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때에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있었고 [엑스맨]도 있었으니 아닐 수도...
하긴 [아이언맨]이 08년도 영화란 말이죠...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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