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쉬 (2023) 스포일러 없음.
엄청난 찬사를 받던 플래쉬를 보았다.
수퍼히어로무비의 대걸작이라는 평은 좀 과하다. 하지만 비범한 부분이 아주 많은 수작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으리라.
일단 에즈라 밀러의 연기는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를 뛰어넘는다. 에즈라 밀러의 연기력이 히스 레저보다 더 낫다는 뜻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이룩한 에즈라 밀러의 연기 난이도가 히스 레저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조커가 평범하고 소극적인 남자였는데 어떤 획기적인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 조커로 변신해서 필사적으로
어떤 사건을 쫓는데, 다른 세계에서 온 조커를 만나서 그를 조종해서 자기 목적으로 달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다른 세계 조커가 아주 개성이 강해서 자기만의 주관으로 톡 톡 튀려고 한다. 조커는 소극적인 남자에서 사이코패스 범죄자 그리고 많은 범죄자들을 거느려야 하는 원숙한 두목으로 계속 진화해 나간다." 이런 내용을 히스 레저가 일인 이역으로 맡아서 해낸다면
이 영화 플래쉬에서 에즈라 밀러가 보여준 연기와 맞먹으리라. 뭐, 히스 레저가 이 연기를 아주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일단 이룩한 업적 자체만 놓고 보면, 에즈라 밀러의 플래쉬 연기 난이도가 훨씬 더 높다.
에즈라 밀러는 이 연기를 잘 해냈다 수준을 넘어서서, 아주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을 창조해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물들을 에즈라 밀러가 이 영화에서 연기해낸 것인가? 그런데 그 많은 캐릭터들을 하나 하나 조각도로 선명하게 파내듯이 컬러풀하게 묘사해내었다. 그러면서 거시적으로 이 인물들을 조합해내어 최종적인 클라이맥스와 감동을 만들어내었다.
에즈라 밀러는 이 영화에서 기념비적인 연기를 해냈다.
영화 각본도 아주 훌륭하다.
"과거의 모든 불행, 실수같은 것을 되돌리려해서는 안된다. 그것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 이런 주제는 아주 흔하고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각본은, 이 케케묵은 주제를 아주 간절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것으로 만든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어휴, 플래쉬의 마음이 확 와닿네. 나라도 저런 경우에는 저러겠다. 하지만, 이야기가 저렇게 흘러가니 어떻게 하지? 정말 답답하네.' 하고 느끼게 한다. 각본의 승리다. 그리고 이 훌륭한 각본을 200% 살려낸 사람이 에즈라 밀러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반전은, 무늬만 반전이 아니라 진짜 관객들에게 소름을 주는 반전이다.
약간 흠을 잡자면, 이런 종류 영화에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스펙타클한 전투가 좀 미흡하다. 관객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스펙타클과 환상적인 치열한 전투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SF영화에서는, 그것이 잘 만든 것이든 못 만든 것이든 다 전투장면 하나만은 엄청나게 화려한 것으로 만든다. 이 영화는 그것들에 비교하면 좀 평범해 보인다. 누군가는 예산이 딸려서 막판에 대충 때운 감이 있다 하고 말하던데, 그 말에 동의는 하지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좀 갈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핵심이 되는 장면들은, 전투장면이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에 등장하는 플래쉬의 성장과 깨달음의 과정이다. 그래서, 미흡한 전투 스펙타클이 큰 흠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나온 수퍼맨과 플래쉬 시리즈 역사를 다 종합하여 등장시킨다. 역대 모든 수퍼맨들이 한 공간에 등장해서 활약하는 장면을 굳이 집어넣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리라. 이 영화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아직도 그 아우라가 비범하다. 팀 버튼감독이 마이클 키튼 주연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다시 만들어도 최소 수작이 나오겠다 싶을 정도다.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이고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에서 괴로워하는 왜곡된 영혼의 소유자 배트맨이 아주 잘 그려졌다. 배트맨의 액션이 수퍼히어로의 그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우울한 영혼이 벌이는 자학같은 것으로 그려진 것이 팀 버튼의 배트맨이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은 결국 액션 수퍼히어로이기 때문에 팀 버튼 식으로 조금 그려지다가 결국 액션 히어로의 영웅적 전투같은 식으로 마무리를 맺는 것이 좀 아쉬웠다. 모쪼록 팀 버튼 식 배트맨이 다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마이클 키튼은 정말 이 영화에서 비범했다.
추천인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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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에즈라밀러도 플래시 그잡채였습니다.
애즈라 밀러가 사고만 안쳤다면 완벽했을텐데 그런 생각은 들더라구요ㅎㅎ